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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1894년 여름 - 오스트리아인 헤세-바르텍의 여행기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 지음, 정현규 옮김, 한철호 감수 / 책과함께 / 2012년 2월
평점 :
19세기에 태어나 활동했던 오스크리아의 여행가, 헤세 바르텍이 1894년 조선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여행기.
그 당시 말도 통하지 않고, 아무런 정보도 없는 이 세상 끝 나라까지 여행을 감행한 저자의 용기와 도전정신에 먼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당시 우리나라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1도 없는, 철저하게 외부자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기록한 역사인지라 더 냉정하고 더 아프게 다가온다.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내 조국의 민낯과 초라함이 오늘을 사는 우리 세대에게는 부끄럽기도 하고, 심지어 고통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괴로웠다.
물론 결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언어의 제약까지 가지고 있는 유럽인의 시각에서 기록한 역사인 만큼 사실과 다르거나 저자의 편견에 의해 왜곡된 측면도 없지 않다. 철저하게 유럽인의 관점에서 내 조국을 내려다보고, 무시하고, 심지어 경멸하기까지 한 저자의 오만함에 대해 화를 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는 것이 더 현명한 태도가 아닐까?
국가와 정부의 역량, 그리고 국가 지도자들의 도덕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민 개개인의 삶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내 조국이 다시는 그 옛날 19세기 때처럼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올바른 지도자가 이 나라를 이끌어 주는 날이 속히 오길 기도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