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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적인가 - 현대 대의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비판적 고찰, 폴리테이아 총서 2
버나드 마넹 지음, 곽준혁 옮김 / 후마니타스 / 2004년 4월
평점 :
오늘날 선거 시스템은 민주주의 운영의 전제조건으로 간주된다. 국민들의 평등한 참정권 신장 과정을 민주화의 척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선거는 현대 의사결정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수의 의견에 대한 존중을 민주적 태도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직접 민주주의의 발원지인 아테네에서는 선거와 추첨제도가 병행되었다. 추첨방식은 부적격자 지명 등의 중대한 약점이 내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의 추첨제는 200년 이상 지속되었다. '추첨‘에는 단점 못지 않게 장점도 있었던 것을 방증한다.
오늘날 추첨은 “배심원를 운영하는 사법제도”(버나드 마넹, 곽준현 역, 2011: 24)에서 미약하게나마 그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와 사회는 선거에 의한 선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선거는 민주주의 이상을 실현하고 절대적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인 가. 이 물음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표명한 대표적 철학자로 아리스토텔레스와 루소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추첨을 통해 집정관을 지명하는 것은 민주적이고 선거에 의한 것은 과두적”(Aristotle, 김광자 역, 2007)이라고 주장했다. 루소는 추첨을 민주주의의 본질로 보았고 몽테스키외가 주장한 “추첨은 그 누구에게도 고통을 주지 않는 선거방식이고 시민 각자에게 나라에 봉사할 합당한 희망을 안겨준다”는 주장에 동의했다(루소, 이환 역, 2007: 142). 루소는 선거제도에 대한 민주성 부여에 회의적 이었다. “국민은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회의 대의원을 선출할 때뿐이며 일단 선출이 끝나면 그들은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루소, 이환 역, 2007: 123)라고 하면서 선거를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루소는 공통적으로 선거의 귀족주의를 지적했다. 선거는 그 자체에 불평등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선거가 모든 사람들에게 균질적으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마넹(2007: 171-185)은 이와 같은 선거의 불공정에 관한 약점을 네 가지로 지적하였다. 첫째, 후보에 대한 투표자들의 불평등한 대우이다. 투표자들은 후보자의 행위 및 선택과 무관하게 선천적인 자질에 근거하여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선택의 상황에서 요구되는 후보의 탁월성이다. 선거는 유권자보다 뛰어나다고 간주되는 후보들의 자기 선택과 후보들에 대한 선택이다. 투표자는 특정한 기준과 무관하게 평범하지 않은 특성을 가진 후보를 선출하도록 제약한다는 것이다. 셋째, 선거는 알려진 개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유권자에게 알려진 인물정보에 대해 인위적인 동일화는 불가능하다. 넷째, 정보선거 비용이다. 홍보자금의 동원능력이 강할수록 선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선거는 부유한 계층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의 네 가지 조건 중에서 현재 실질적으로 통제가능 조건은 선거비용을 규제하는 방법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