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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개그 콘서트 - 철학, 개그처럼 즐겨라!
토머스 캐스카트 &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우열 옮김 / 럭스미디어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필수적인 철학사유에 ‘목적론’이 포함되는 예는 드물다. 철학의 유용성은 최소한 현실세계를 풍요롭게 하는가의 문제를 중심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목적론이 이런 것과 전혀 무관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신비주의 차원에서 ‘불순한 철학’으로 악용되어 온 경향성은 경계될 필요가 있다. 오늘날도 종교 스펙크럼 내에서 ‘목적’은 전가의 보도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나 맹종 강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목적론의 부정적 활용 가능성에서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것을 애용해왔다. 목적론적 사유가 신중한 사태파악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일체의 외부조건과의 접촉에서 일정한 목적론적 인식의 전제는 적어도 ‘존중’을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본 서의 핵심 테제가 ‘목적’인 것으로 오해될 수 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다. 본 책은 서양철학사의 대강을 유모어와 연관지어 요약해두고 있다.
그런데 서두를 목적에 관한 사견으로 개시한 것은 독서를 하면서 이 책의 목적에 궁금증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애용하는 목적론을 이 책에도 투영해 본 것이다.
철학서라 생각했으니 구매하여 읽은 것이었지만 독서가 거듭될수록 철학보다 ‘유모어 목적서’인가에 대해 오해될 소지들이 발견되었다. 물론 객쩍은 유모어가 대충 나열된 허섭한 책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타인에게 권해 줄 만한 것인가를 점검하는 독서습성 때문에 기인된 일종의 우려가 들었던 것이다. 독서 후기를 포함하여 책 전반을 평해본다.
일단, 이 책은 ‘서양철학사’를 선행하고 읽어야 하는 중급 철학서로 분류되는 것이 옳겠다. 책 표지 일러스트가 연출해주는 가벼움과 본문에서 느낀 무거움은 이른바 '표리부동'했다고 할만 하겠다.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국가별로 웃음의 코드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의 유모어가 한국에서도 같은 수준으로 통용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직역과 완역을 벗어나 기왕 웃기려 한 것이었다면 과감하게 한국화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번역자의 노력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셋째, 도서출간을 기획하는데 경우라면 편집상 참고할 가치가 있다. 예컨대, 전공분야의 이론들을 설명하면서 연관된 유머들을 수집하고 소개하는 방식이다. 분야에 따라서는 참신한 책이 될 수 있을 것 이다.
넷째, 웃기위해 고민할 때 더 큰 재미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지만 계속적으로 반복되면 웃는 일 자체를 포기하고 싶을 수 도 있을 것이다. 다만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다를 수 있다. 좀 더 솔직한 책 소개가 필요하다는 사견을 에둘러 본다.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향상되고 있다. 인문학 활성화는 사회 건전성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매우 긍정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대중적 인문학서의 다채로운 보급이 반가운 이유다. 이 책도 그러한 관점에서 우선적 가치를 부여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