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역사
앤서니 루이스 지음, 박지웅.이지은 옮김 / 간장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타산지석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타인의 행위가 비록 모범적이지 않다고 할지라도 자아 연마에는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본 서는 미국 사회에서 수정헌법 1조의 해석을 요청했던 사건들과 그에 대한 대법원 판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사례들이 한국사회에서 원론적 자유를 논의하는데 필요한 여러 질감의 타산지석들로 읽혀졌다. 거칠고 못난 현무암같은 것들도 있고 옥돌처럼 유용하고 예쁜 모양의 것들도 있었다.

  일부 대학에 ‘미국학과’가 개설된 것에 의아해 한 적이 있었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 이후 식민지개척, 독립전쟁, 남북전쟁, 양차대전과 대공항, 팍스아메리카나 등 몇 가지로 간추려지는 역사에 대해 독립학문의 지위를 부여한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얼마지 않아 이러한 사고가 극도로 편협한 것이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미국은 독립적인 관점으로 연구할 가치가 충분한 전방위적 멜팅팟인 것이다.

독서 중 여럿의 장면들이 교차되며 떠올랐다. 그것들 중 가장 강렬했던 이미지는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인양되어 크레인에 매달려 있는 천암함의 붉은 절단면이었다. 당시 상황에서 ‘언론의 태도’를 본 서로 투영해 봤다.

1971년 6월 뉴욕타임스는 베트남 전쟁관련 국방부 비밀자료를 게재하면서 뉴욕타임스 대 미합중국(New York Times v. United States)사건이 쟁점화 되었다. 독서목록 중 이에 대한 내용이 소개돼 있던 책으로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와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등이 있다. 다니엘 앨스버그의 투철한 언론인 자세와 메카시즘에 대한 경계를 강조한 내용들을 진지하게 읽었었다.

  뉴욕타임즈와 미합중국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펜타곤 페이퍼의 출판’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이 판결에서 블랙대법관은 “오직 자유롭고 규제되지 않는 언론만이 정부의 기만을 효과적으로 폭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는 언론에 대한 간섭이 정부의 자유로운 부정행위의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저자는 9·11 이후 미국 언론의 순종적 행태를 지적하였다. 당시 공포 분위기와 비애국적 오해를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 언론태도를 회의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언론의 나약한 태도와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감옥의 고문간에 상관성을 부여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서 언론의 자유가 문제되었을 때 핵심쟁점은 ‘국방비밀’과 ‘팩트’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언론이 군사기밀을 무위화 시킨다는 우려와 언론통제라는 두 개의 가치에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천안함은 사회적 불신의 대명사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한 의심을 공개적으로 하는 경우 고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언론의 비판이 비판되는 현상도 확산되었다. 확실한 것은 한국 언론의 태도에 ‘용감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 시 뉴욕타임즈의 용감한 언론정신과 9·11테러 당시 언론의 순종성으로 인해 가려진 악행들은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인식하도록 도왔다. 

성에 관한 표현의 자유도 다루고 있다. 20세기 초에 잠깐이었겠지만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Lady Chatterley's Lover)’에 대해서도 음란성이 인정되었다는 것은 약간 의외였다.
브래넌 대법관은 “현 공동체의 기준을 적용하는 평균적인 인간이 보기에 그 내용의 지배적인 주제가 온통 호색적인 흥미에 호소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여부”(p. 196)를 음란검열의 기준으로 삼았다.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더글러스와 블랙 대법관은 수정헌법 1조의 절대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음란물 검열에 반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이 더욱 미국적이기는 하다. 검열기준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검열의 기준이 ‘노출수위’로 정해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저자는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인 루터트 머독(Rupert Murdoch)의 선(Sun)에서 상반신을 노출한 모델의 사진게재를 예시하였다.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편적으로 보다 납득가능 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기를 바래본다.

  이외에도 혐오의사 표현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촉발되었다. 한국사회의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설정되어야 할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를 전제로 하겠지만 다문화, 탈북자 등으로 형성된 소수자적 집단이 혐오적으로 해석되고 표현되는 풍토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리뷰를 책에 대한 전반적 소회와 편집에 대한 건의로 마무리해본다. 미국은 법률과 판례로 작동되는 국가이다.  이 책은 미국의 역사에 등장했던 다양한 법제와 판례들을 소개함으로써 미국사의 이해를 돕는다. 미국역사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는 분들은 일반 현대사 책과 함께 일독하는 것을 권한다. 다만 소개되는 판례들이 종적 시간진행을 따르지 않는 다는 점과 직역체 번역은 약간 아쉬웠다. 그리고 너무 소소한 것 일지라도 책에 대한 바램을 밝히려는 마음으로 적어보기로 한다. 책에서 판례의 직접인용은 흐릿하게 인쇄해 두었는데 약간 불편했다. 굵은 글씨체로 하거나 일반체와 같은 짙음으로 하되 박스처리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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