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로 간 한국전쟁 - 한국전쟁기 마을에서 벌어진 작은 전쟁들
박찬승 지음 / 돌베개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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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60주년이 되었다. 올해는 한국전쟁에 대한 사회문화적 재조명의 시도가 어떤 때보다 활발했던 것 같다. 한국전쟁은 근대사에 가장 큰 사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진지한 성찰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너무도 참혹하였기에 의도적인 무관심이 발동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극적인 사건일수록 객관적인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야만이 그 사회에 적합한 건전성을 정초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기념해에 맞춰 제작된 몇 편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노근리 사건을 주제로 다룬 「작은연못」은 전쟁사에 대한 편협함을 인식시켰다. 그간 한국전쟁의 단면에만 집중해왔던 것 같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군대 경험은 전쟁의 개념을 ‘작전’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간 한국전쟁의 이미지는 정형화된 공방의 형태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전쟁의 민중사에 대한 문제에 궁금증이 생겨나던 중 본 서적을 구입하게 되었다.

  사회적 갈등은 어느 시대나 존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갈등은 사회적 필연의 산물로 이해되고 있다. 통상 갈등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실증적으로 실시된 갈등에 대한 연구들은 이러한 편견에 문제를 제기한다.

  지금까지 학문적으로 논의되어온 갈등에 대한 관점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추려볼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적인 계급적 갈등과 코우저의 기능론적 입장이 그것이다. 전자는 대립과 반목을 상정한 것이다. 반면 기능론에서의 갈등은 사회발전에 유용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독서를 시작단계에서는 타이틀에 입각하여 마을 단위의 치열한 교전 장면을 염두해 두기도 했다. 책의 제목만으로는 그러한 추측이 가능할 수 있다. 전쟁이 마을로 갔으니 마을단위의 군사분계선이 이미지화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독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라는 키워드를 염출해내게 되었다. 이후부터 독서의 관점은 오로지 그것에만 모이게 되었다.

  갈등이 사회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적절한 수준의 갈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 수준이 전혀 없는 것도, 너무 많은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갈등이 없는 상황은 나태와 정체로 묘사될 수 있다. 반대로 갈등이 심각한 상황은 파멸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 무렵 농촌에 내재된 갈등수준이 이러했던 것이다. 당시 한국사회의 갈등은 그 자체로 전쟁 전야와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 내부에 이미 충돌을 가져올 수 있는 갈등 요소들이 있었고 전쟁을 계기로 폭발”하는 메카니즘이 발동되었던 것이다.

신분, 토지, 이념, 지역전통, 집안 다툼 심지어 종교 까지도 첨예한 갈등의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요인들이 몇 가지씩 복합되는 상황도 있었다. 그러할수록 학살의 기회가 더욱 잔혹하게 활용되었던 것이다.

역사읽기의 요체는 현재의 교훈을 찾아내어 실천하는 것에 있을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갈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성은 이에 근거할 수 있다. 적절한 수준으로의 갈등의 관리는 국가운영에서 많은 고려가 요구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국가위기 상황이 봉착되는 경우 이를 극복하는 에너지는 갈등의 관리수준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한국전쟁을 이해하는 중요한 안목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독서보람이 크다고 하겠다.

다만 일말의 아쉬움이 있었다. 집필형태가 연구논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자칫 지루한 독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에 순서와 범위 그리고 요약하는 형식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형식은 동일한 문장을 반복시킬 수 있다. 같은 문장이 되풀이 되는 것은 교양서에서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교양서를 상정한 편집에 충실했다면 더 훌륭한 서적이 됐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이 땅의 모든 비극을 감히 애도해보며 리뷰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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