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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신 ㅣ 홍신사상신서 20
몽테스키외 지음, 이명성 옮김 / 홍신문화사 / 1997년 6월
평점 :
품절
○ 독서 소감
본 서는 근대 민주주의의 이념적 토대가 되는 굴지의 명저이기에 평소 읽을 욕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3년 전 서점에서 구입했다. 당시 30여 페이지를 읽다가 곱게 집에 모셔두었다. 책의 초입에서 독서를 종결한 것은 삼권분립에 대한 강한 주장과 뜨거운 논쟁거리가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첫 머리부분에서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큰 기대가 큰 실망을 만드는 생활철학은 독서생활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중고등재학부터 대학원 시절까지 “몽테스키외(1689-1755)”(이하 ‘몽’이라 한다)라는 인명에 대해 빈번하게 접촉해왔다. 금번 독서를 통해 앞으로 그를 만남에 있어 당당해질 수 있게 된것 만큼은 매우 뿌듯하게 생각한다.
○ 몽의 삼권분립에 대한 오해
책의 대강을 정리하며 통탄한 것은 본서를 삼권분립과 등호관계로 알아왔다는 과오이다. 삼권분립에 대한 소개는 매우 빈약했다. 특히, 군주정을 가정한 삼권분립이었다는 점에서 실망감 마저 느꼈다. 제11편에서 자유에 대한 개념을 “원하는 것을 행할 수 있고 원하지 않은 것을 강제당하지 않는 것”(p.139)으로 규정한다. 법이 있어야 자유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며 군주제에서 ‘몽’의 자유가 이상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몽의 삼권분립에 대한 구체적 주장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집행권은 군주에게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본다. 순간적 행동을 필요로 하는 집행의 속성적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삼권의 배분을 몰라 군주정을 제안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통해 군주정을 강력하게 옹호한다. 오늘날 정치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다. 둘째, 입법권은 자유와 직결된다. 또 입법권이 집행권 보다 부패하는 국가는 멸하게 된다. 셋째, 재판권의 독립을 주장하였다. 이점이 본 서를 300년이상 살아가게 하는데 일조하는 대목이었다고 생각한다. 군주제는 입법권과 집행권을 동시에 취할 수 있지만 재판권을 용납하지 않는다. 재판권과 집행권을 동시에 갖는 것이 최악 - 입법권 없는 군주의 권력 미약을 지적하였지만- 이고 국민이 입법권을 갖는 것은 그 다음 악이라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 자연법의 종류
‘몽’은 사물의 본성에서 법을 찾았다. 동물 사회도 법이 있다는 것이다. 자연법이 지배하는 사회는 홉스가 우려한 투쟁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몽’은 인간의 본성을 “소심함”에 있다고 가정한다. 희소한 가정이다. 인간은 스스로 열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격보다는 평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제1의 자연법은 평화, 제2의 자연법은 식욕충족 본성, 제3의 자연법은 남성과 여성이 사모하는 것, 제4의 자연법은 인간관계를 통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욕구와 관련된 것이라 하였다(p. 11-12). 제1의 원칙으로 이해했을 때 인간은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본성이 법의 정신에 근간을 이루는 것이라 이해된다. 몽은 성선설을 지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 정체에 대한 이해
기존에 군주정과 전제정의 구별을 무익하게 보았다. 본 서를 통해 왕권국가 일지라도 법률의 자기구속력 정도에 따라 국가의 특성이 확연히 구별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몽’에게 법이란?
1. 법은 인간의 이성이다(p.13) 살인자를 살인죄를 처벌하는 것이 정당한다는 것은 그 살인범이 살인죄가 존재하였기에 당시까지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 법은 평등을 지향한다.(p. 107) 불평등한 사회적 상황 및 관계를 환원시킨다. 인간은 법에 의해서만 평등해 질 수 있다.
3. 자연의 산물이다(제14편). 금주법이 제정된 국가는 기후조건상 음주가 미치는 건강상 폐단이 컸기 때문이다. 음주를 금한 마호메트의 법은 알라비아 풍토의 법이다(p.199).
4. 정치에 덕성의 필요성을 제로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p. 27).
5. 법은 군주의 순간적 의지이다. 시민은 순간적 의지를 따라야 한다(p.65)
6. 법은 구체적 사항에 대한 명문화가 중요하다(p.167). 대륙법 정신을 보여준다.
7. 법의 힘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때 존재할 수 있다(p.175)
8. 노예법은 모든 경우에 노예에게 불리하다(p.207). 법에 의해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법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본서는 대륙법계의 이해를 위해 약간의 도움을 준다. 대륙의 법이 어떠한 발상에서 제정되어 왔는가를 미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 토론거리
1. 형벌을 받고도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폭정의 결과이다.(p. 82)폭정은 악당에 대해서나 정직한 사람에 대해서는 동일한 형벌을 과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집시법, 국가보안법 등으로 인한 처벌경력을 의롭게 보는 경향이 있다. 폭정에 의한 현상인가만으로 이해가 가능한가?
2. 시민의 자유는 주로 형법의 양호함에 의존한다(p.164). 오늘날 신규 법 제정과 관련하여 두 가지 시각이 맞서고 있는 것 같다. 법률 지상주의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사회환경 적응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적 기준으로 자유를 활용할 수 있겠는가? 신규 법률의 증가가 의무가 부여된 자유크기를 축소시키는 것은 아닐 것 같다.
3. 범죄의 종류는 네 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제1 종류는 종교를, 제2는 습속(감각기관의 사용과 육체적 쾌락)을 제3은 평온을 제4는 안전을 해치는 것이다. 범죄의 악성 순으로 정리한 것인가? 과연 올바른 순서인가?
4. 우리나라 존속살해가 가중처벌되는 것이 유교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법의 정신에 따르면 풍토에 따라 조성된 법률로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와 법의 연계가 앞으로의 세상에도 지속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겠는가? 에어컨과 히터가 넘치는 세상이다.
5. 몽은 주장했다. 유럽지역에서 산출한 근거에 의하면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이 태어나고 아시아, 아프리카 보고는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더 많이 태어난다. 유럽의 일처제와 아시아, 아프리카 다처제의 법이 나타난 근거로서 이를 제시하고 있다. 정말 과연 그러한 데이터가 다소나마 과학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