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 수상작 초월 4
예소연 지음 / 허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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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할머니 용병과 로봇 고양이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작은 희망을 가져보는 이야기.

큰 전쟁이 있고 3년 뒤 아샤, 창, 말리가 사막에서 그들을 워커 (용병)로 데려온 정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고생 끝에 만난 건 치즈 라는 로봇 고양이. 한 마리가 아닌 다 치즈 모양의 고양이 무리다. 고양이들은 기억을 공유하며 한 마리나 다름없이 행동한다. 치즈는 정이 키우는 고양이였고 둘은 친했지만 현재 둘 사이를 자매들은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소설보다봄2023 에서 처음 만난 #예소연 작가의 장편 소설이다. 그때 읽고 좋아서 관심있다가 며칠 전 도서관에서 #현대문학2023 6월호에 실린 단편도 좋아 아이 책 사러 가서 구입하고 오는 내내 붙잡고 읽었다.

시작부터 눈길을 끈다. 세상이 거의 멸망한 미래. 사막을 배경으로 할머니가 된 용병들이 나온다. 책을 읽는 동안 이들이 할머니라는 걸 의식할만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게 좋았다.

나도 나이를 먹으며 난 죽을 때 까지 정신연령은 24살쯤이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보는 사람들은 할머니라고 해도 자신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거다. 세 사람이 여기로 온 이유와 정을 찾아가며 치즈를 만나는 얘기까지. 치즈가 서로의 기억과 경험들을 공유하고 그것이 창과 이어지는 얘기도 인상적이다. 작가는 고양이를 참 좋아하나 보다 오래 관찰했을까 궁금할만큼 고양이의 행동이나 이야기도 실감난다.

그 후에는 앞에 쌓아왔던 이야기를 배신하듯 이야기가 진행된다. 뒷부분이 더 길었으면. 정이 트라움을 갔을 때 얘기와 트라움 사람들 얘기가 좀 더 나왔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마무리가 좋았다.

항상 부서지기 쉽고 여린 강하지 않는 것에 마음이 간다. 작가도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생각한다. 용병으로 강해보여도 그들이 이 일을 선택한 이유와 마지막의 선택을 생각하면 체스판의 가장 약한 말일지라도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건 바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연대였다. 그리고 그 연대는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는 것도 의미없는 존재들의 연대.

사랑으로 모든 걸 이길 수 있어요 라는 결말이 아니라서 좋았다. 연약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있고. 그 선택은 바리케이트를 치고 우리만 잘 사는 게 아닌 모두를 향해야 한다는 거라서. 결말에 창과 로봇 고양이 치즈가 아이 옷을 발견하는 건. 꼭 도로가 한쪽에 핀 잡초처럼. 작지만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좋았다.

“지금은 납득할 수 없는 것들만이 내게 힘을 줘. 정말 이상해. “ p.107

살면서 결국 기대는 건 그런 것들이다. 이 문장이 좋아서. 계속 품고 있기로 맘 먹었다. 작아도 클 수 있는 이야기를 믿는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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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토카레프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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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토카레프>는 #나는옐로에화이트에약간블루 로 알려진 브래디 미카코 작가의 첫 소설이다. 

표지를 봐도 짐작되지만 미아라는 소녀와 우리나라에는 영화 #박열 로 알려진 #가네코후미코가 100년의 시간을 넘어 

책을 매개로 만난다. 


‘미아는 배가 고팠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미아를 정확히 보여 준다. 멋 내려고 입은 짧은 교복치마가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입은 옷, 

매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초등학생인 남동생 찰리도 돌봐야 한다. 

둘에겐 엄마가 있지만 몸과 마음이 아프다. 1년 전부터는 오던 사회복지사의 도움도 끊겼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카페에서 일하는 조이는 미아와 찰리를 도와주는 유일한 어른이다. 

그리고 미아는 자신과 처지과 비슷해 보이는 가네코 후미코를 책을 통해 만난다. 


작년에 브래디 미카코 전작읽기 모임을 할 정도로 작가를 좋아하고 신작을 기다렸지만 소설이라니 반가움도 잠시, 걱정도 들었다. 

좋아하니까 실망하기 싫은 독자의 마음이었다. 그건 기우였다. 


이 소설은 브래디 미카코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책이다. 우리가 익히 보는 소설 문법을 벗어난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을 생각나는 전개에, 소설의 많은 분량은 우리나라에도 #산지니출판사 에서 나온 가네코 후미코의 수기가 차지하고 있다. 

그 수기의 내용과 미아의 이야기가 서로 주고 받는 시너지가 좋았고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또 책 곳곳에 작가의 전작들이 보인다. 랩을 하는 친구가 나오는 얘기나 카페에서 일하는 조이에서 작가의 모습도 보인다. 

작가는 자신이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오히려 작품성이 높은 (이 소설이 낮다는 게 아니라 ) 소설을 쓰려고 했다면, 

작품이 잘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감히 생각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확실했다. 

#나는옐로에화이트에약간블루 를 읽고 아들이 이건 현실이 아니라는 말에 이 소설을 기획했던 대로, 작가는 전작들 이면의 얘기를 담았다. 

그리고 난 그 이야기에 절절이 공감하고 몇 몇 문장은 가슴에 남아 눈물이 났다. 

그건 나도 그런 아이였던 시절이 있기 때문일 거다. 그땐 나도 책으로 도피했다. 책이 있어 살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미아와 가네코 후미코의 모습에 어린 나를 떠올리며 그들을 다 마음으로 안아주었다. 


책의 마지막 문장 대로 우리가 도망칠 곳은 없다. 우리가 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아주 조그만 일이라도 해야 한다. 

그땐 아이들이 든 토카레프를 같이 들어야지. 아니, 내가 들어야지. 어른들이 해야지. 

나를 있게 해준 좋은 어른들을 떠올리며 내가 그 어른이 되어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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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사춘기 - 제19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74
오늘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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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인 <나 혼자 사춘기>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된 현우가 작년 같은 반이었던 친구에게 뜻하지 않은 편지를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한다. 현우는 궁금하다. 친하지도 않은 나에게 왜 편지를 썼지? 

그 편지를 들키지 않으려고 사촌 수장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수장을 울린다. 현우는 억울했다. 내가 그런 게 아닌데. 

그런 맘 때문이었을까. 부모가 안계신 날 켠 TV에서 나온 천사 말을 믿어버렸다. 그리고 현우는 갑자기 한순간에 작아진다. 


현우가 작아진 다음에 난 현우 혼자 고군분투하는 스토리가 이어질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현우 부모님은 그런 현우를 발견하고, 그러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재밌었다. 

4학년이 되면서 키가 많이 큰 현우가 아주 작아진 다음에 부모의 반응도 유머러스하고 현우의 마음도 섬세히 포착한다. 

비현실적인 상황인데도 현우가 사는 세계도 우리처럼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만큼 서로 소통하기 어려운 시기, 아이들도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는 게 어렵다. 


현우와 오해가 있었던 호수가 용기를 내겠다는 말에 그래, 이게 이 동화가 하고 싶은 말이구나 생각했다. 

현우에게 편지를 보낸 친구 하나도 현우가 기억도 못한 친절을 기억했다. 

친절하고 다정하고 용기를 낸다면 너무 뻔해보이지만 쉽지 않은 일.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이 아픈 시기 동안 더 힘들었던 일. 

제목은 나 혼자 사춘기 지만 우리는 누구나 사춘기를 겪고 지나왔다는 것. 

노인경 작가의 그림과 어울어진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깊었다. 

하나와 현우의 사춘기가 많이 힘들지 않길. 

어른으로 벚꽃들을 바라보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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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가족이 함께 읽는 댄 야카리노 그림책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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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빅스가 사는 세계는 노란색 눈이 모든 걸 다 해준다. 

인간이 스스로 하는 건 없다. 모든 걸 의존하기에 서로 얘기하는 것도 없고 모든 걸 눈이 알려주고 한다. 

하지만 빅스는 그게 싫었다. 지루하던 어느 날, 쥐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게 된다. 


책이 사라진 세계라니..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지 않은 세계다. 

지금도 두려운 게 눈이 많이 안 좋아서 책을 못 보면 어쩌나 생각만 해도 암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었을까. 

처음부터 책에 대한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빅스가 지하도시를 들어가서 책을 만나면서 빅스는 기존 세계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눈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세계는 너무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월e가 생각났고, 지하도시 이후 전개와 색감도 애니메이션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역시, 작가가 애니메이션 제작자였다. 

나중에 눈들과 사람들이 대립하는 장면이나 결말까지 보면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읽은 분들 대부분 감동적으로 꼽을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작가가 얘기하는 세계는 지금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눈들이 아니라 책과 가족과 친구들을 볼 수 있을 거다. 

책이 사라지지 않는 미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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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토카레프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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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디 미카코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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