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슬럿 - 젠더의 언어학 Philos Feminism 3
어맨다 몬텔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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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답게 또는 여자답게 말하라 는 얘기를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목소리가 조금 커지면 어디 여자가 목소리를 크게 하냐고. 지금 생각해봐도 어이없는 일이다. 틀린 얘기도 없는데 목소리 큰 게 무슨 문제일까. 


저자도 이런 이야기가 궁금했다. 언어학자이자 기자인 어맨다 몬텔은 왜 언어가 젠더에 따라 다르고 차별받고 부조리한지 영어 역사부터 짚어가며 하나 하나 따진다. 본인 스스로 언어 덕후를 자신하는 만큼 자료 조사를 했겠지만 수많은 언어 역사와 정치인, 연예인 언어학자의 연구 등 사회언어학 전반적인 연구까지 다양한 예시와 근거를 들어서 읽는 내내 재밌으면서도 화가 나기도 했다. 


전세계가 그렇다. 이 책에도 나오는 문법에도 젠더가 나뉘는 예시 (불어 등) 만 봐도 알 수 있다. 언어의 기본형은 남성, 하지만 비속어는 여성에 대한 게 많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이 책의 한국 버전으로 먼저 떠오른 책은 이라영 작가의 <정치적인 식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 여성을 음식 또는 먹는 행위에 비유한 언어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비하표현도 많다. (김치녀, 된장녀 등) 워드 슬럿에서도 지적하지만 남성의 비하표현은 또 여성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오염된 언어를 우리가 바꿀 수 있을까? 이 책 마지막 장에 여러 전문가에게 물어보는데 결론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좋은 쪽으로 바라는 사람이 많으면 그쪽으로 바뀔 거라고. 그래서 저자가 you know, 알잖아를 자주 쓰는 여성의 화법을 긍정하는 챕터가 기억에 남았다. 우리가 불확실해서 그런게 아니라 우리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연대와 공감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젠더를 차별하지 않고 말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계속 지향해야 한다. 내 언어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예민하다고 외면할 게 아니라 직시해야 하는 문제이다. 나부터 점검하며 내 언어와 상대방의 언어에 촉각을 세우고 다듬어 나가야겠다. 더불어 이 책에 가장 많이 언급된 데버라 캐머런의 페미니즘 기본서인 제목 그대로 페미니즘, 이 책도 추천한다. 페미니즘 첫 책으로 시작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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