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김미월 외 지음 / 다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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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못한몸으로잠이들었다

사자마자 백은선 시인님과 김나영 평론가 글을 먼저 읽었다.
재작년 자음과 모음 유튜브에 나가서 뵈었던 김나영 평론가님 기획이니까 응원하는 마음이었는데 책을 읽으니 또 나와는 뗼 수 없는 이야기었다.
육아하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이런 책은 내 삶과 밀접하니 한 문장 또 한 챕터 넘길 때마다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잠시 책을 접어두고 있었다.

며칠 전 책친구 피드를 보고 생각나서 카페인 충전 (이라고 하지만 디카페인..^^;) 하러 가는 길에 이 책을 집었다.
아이 학원 보내고 집 앞 단골 카페에서 책을 읽는 시간. 아이 방학이라 더 소중한 시간이다.
육아는 다 다르면서 또 비슷하기에 공감할 내용도 많았고 고민거리도 비슷하면서 또 글을 쓰는 분들은 이런 고충이 있구나 느꼈다.

아이를 키우며 여섯 일곱살 때 까지는 5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 다시 잘 수 있지만 수면의 질이 좋을리가. 모유 수유 하며 아이를 돌보다 보니 푹 잘 수 없는 거다.
그게 습관이 되니 아이가 젖을 안 먹어도 통잠을 안 자도 난 통잠을 잘 수 없었다.
손목이 나가 침 맞으러 다니고 정형외과도 가고 이석증이 발병해 일 년에도 몇 번 걸리고 (아이 5살 어린이집 가고 나선 재발 안 함.. ^^;)
그때 육아 일기라고 써보겠다고 몇 달 쓰다 그만두었다. 펼쳐 보기 힘들만큼 감정의 밑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난 그런 내 자신이 무서웠다.
아이가 10월 말 생일이긴 했지만 말이 늦어 영유아 검사 때마다 울었고 어린이집 들어가서 5살 초반은 거의 매일 울었다.
나만 힘든 건 아니다. 다들 어려움이 있고 지금 이렇게 쓴 것도 내가 겪은 거 10분의 1이라도 털어놨을까. 싶다.

아이를 키우는 건 내려놓음의 연속이고 지금도 그렇다.
벌써 초등 3학년이 되는 아이가 기특하고 내 자신을 잘했다고 토닥여 주고 싶지만 한 편 산더미 같이 쌓인 설거지 거리와 여기 저기 쌓인 책들 정리안된 옷들이 눈 앞에 쌓여있다.
난 왜 책을 읽는가. 자격증 수업이 아닌 문학과 페미니즘 등 줌수업을 듣는가.

한 일이년 전만 해도 내가 너무 못된 건가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이런 엄마도 있다고. 다 다르다고. 어떤 엄마는 요리를 잘하고 청소를 좋아하는 분도 있고 자기 일을 잘하는 분도 있고
친절한 분도 있고..

아이에게 물어보니 난 책 읽고 서평 쓰고 (서평이 뭔지 모를텐데 그 말은 안다. 내가 하도 나 오늘 까지 써야 할 서평이 …라는 말을 들어서인가.^^;) 그런 엄마다.

한바탕 울고 나면 발을 딛을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고나니 힘이 난다. 방학 때 돌아서면 밥을 하는 시기에 적절한 책이었다.
이 책의 미국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분노와 애정도 읽어봐야겠다.

그건 분명하다. 아마 아이가 아니었으면 난 공부하는 사람이 되진 않았을 거다.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아이 덕분이다.
그리고 계속 내가 책을 소개하고 공부하는 건 결국 사람들에게 나누고 조금 더 좋은 사회를 만들 거라는 것.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결국 내가 쓴 건 이 책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이 책을 다른 언어로 또 썼다는 걸. (제가 잘 썼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 책을 쓴 여덟명의 작가가 나눠 준 언어에 기대 나도 조금 끄적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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