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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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자 마자 사두고 항상 그렇듯 쫓기듯 읽었지만 리베카 솔닛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제목부터 매력적인 이 책은 ‘1936년 봄, 한 작가가 장미를 심었다.’ 라는 첫 문장이 챕터마다 변주된다. 

3번째 챕터까지 읽고 그 사실을 알았고 다 읽고 나니 무릎을 탁 칠수 밖에 없었다. 

그 문장은 챕터를 관통하며 읽다보면 헤매는 독자를 위한 이정표였다. 


역자 후기에 이 책이 여러편의 에세이가 뒤섞였다는 비판도 있었다는 언급이 나오지만 

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했고 형식과 주제, 묘사가 하나의 이야기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이 책이 매력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라고!’ 하며 답답할 독자에겐 조금 더 차분하게 들여다 보시라 이야기 하고 싶다. 


오웰의 장미에서 시작하는 물음이 ‘빵과 장미’의 여성 참정권 운동과 장미 예찬 

그리고 콜롬비아 화훼 산업까지 뻗어나가며 순수한 아름다움은 없으며, 그럼 조지 오웰은 무엇을 봤는가 라는 결론에 이르면 

나 같은 독자는 감탄만 하다 끝난다. 


조지 오웰의 젠더 관련된 비판은 한 두 장 정도 나오는데 작가의 얘기를 좀 더 듣고 싶었으나 

리베카 솔닛은 오웰은 젠더를 논의할 생각도 안 하는 작가로 정의하고 있다고 느꼈다.

오웰의 생애를 이 책으로나마 쭉 따라가 보면 그에겐 사상이 중요했고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가 를 고민했다고 봤다. 


전쟁이 한창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장미를 심었던 오웰. 마지막까지 자연을 관찰했던 그의 모습을 보며

이 책에도 언급 되지만 읽었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을 떠올렸다. 그리고 최근 김연수 작가 북토크에서 들었던 힘들 땐 나무가 흔들리는 걸 보라는 말 도 생각났다. 

왜 인간은 먹고 사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지. ‘빵과 장미’가 다 필요한지. 1984를 읽으면서도 들었던 생각인데, 그래서 또 희망이 있는 게 아닌가 뻔한 말로 마음을 다 잡았다. 


이 책엔 여러 책들과 인물도 나와서 독서가들 장바구니를 채운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사진작가 티나 모도티 다. 

사진을 잘 모르는 나도 작품들을 찾아보며 반했는데, 절판된 것으로 보이는 전기가 나온 게 있어 읽어보려 한다. 


1984와 이 책을 연이어 읽고 기록해야겠다.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다. 

정리, 기록이 약한 사람인데 윈스턴의 다이어리, 솔닛이 여러 사람을 만나며 오웰이 살았던 시대와 의미를 따라간 것도

다 기록이 있어 그 힘을 믿어 가능한 얘기였다. 

무엇이든 바로 눈 앞에 이익보다는 좀 더 멀리 보고 지칠 땐 자연에 기대고 보호하면서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가야겠다. 


1984와 리베카 솔닛 책을 여러 권 읽고 봐서 더 흥미롭기도 했지만 이 책으로 두 작가를 시작해도 좋겠다. 

조금 돌아가는 거 같아도 여정을 마치고 나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된다. 

이 책으로 리베카 솔닛 책은 6권 째인데 아직 읽을 책이 많이 남아서 좋고, 매년 이렇게 신작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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