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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ㅣ 앨리스 먼로 컬렉션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평점 :
<런어웨이>가 인상 깊어서 #행복한그림자의춤 도 이어서 읽었다.
#런어웨이 가 작가의 원숙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면, 이 책은 첫번째 단편집이라서
작가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수 있다.
15편의 단편 중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첫번째 단편 <작업실>이었다.
주인공은 여성 작가다. 집에서 틈틈이 쓰긴 하지만 만족할 수 없어 작업실을 구하고 건물주와
계속 부딪히는 이야기다.
이런 작품을 읽을 때마다 놀라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거다.
첫번째 소설집은 작가가 1950년대 부터 15년 동안 쓴 단편을 모았다고 하는데
그 시대에도 남자 건물주가 하는 행동을 보면 요즘과 똑같다.
관심을 보이며 귀찮게 하고 때로는 위협까지 하면서
자기 맘대로 안되니 결국 나가라고 통보한다.
소설은 코믹하게 그려지는 내용도 있지만 주인공이 결국 할 수 있는 건
화장실 낙서를 지우느라 애쓰는 건물주의 생각을 지우느라 애쓰는 거다.
이 책 단편 전체가 그렇다.
사건이 있거나 때로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는게 다 그런거니까.
갑자기 히어로가 나타난다던가 복권에 당첨된다든가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으니까.
담배를 피우고, 때로는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그렇게 흘러 보낸다. 그게 위로가 된다.
나도 모르게 굽은 어깨를 책을 읽다가 펴는 것처럼.
런어웨이 가 더 좋긴했지만 앞으로도 이 작가 작품은 계속 읽을 거다.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 몇십년 전 캐나다의 이야기지만 지금 한국에서 읽어도
통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음 책에서는 또 어떤 인물과 이야기를 만나고 헤어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