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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양장) ㅣ 새움 세계문학
조지 오웰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1월
평점 :
전체주의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1984』.
『1984』의 빅브라더와 오세아니아 사회는 과거의 스탈린이나 히틀러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일본을, 현재의 김정은과 북한 체재를 떠올리게 했다.
1~2주 전인가 TV를 보며 그 체제가 어떻게 이렇게 오래 유지되고 있는지 새삼 신기해한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후계수업을 길게 받은 것도 아니고 유학파, 어떻게 무소불위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누군가도 소설 속 윈스턴처럼 결국엔 무너진 걸까.
작품을 읽으며 많은 영화도 떠올랐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제목은 떠오르지 않지만(두 번이나 봤는데;;;)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영화 등등
『1984』의 세계는 끝내 절망적이었나?
새움 출판사 『1984』는 좀 특별하다.
기존 번역서의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의역과는 달리 직역, 그러니깐 조지 오웰의 서술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조지 오웰의 문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1984』 소설 초반 조지 오웰은 유일한 각주로 '신어(newspeaker)'에 대해 설명한다.
신어는 소설의 배경인 오세아니아의 공식 언어인데 그 구조와 어원학에 관한 설명은 보유(補遺)를 보라고 되어 있다.
소설을 다 읽은 후 보유의 반전이 새로운 충격이었다.
오세아니아는 빅브라더 아래 일당 체제로 텔레스크린, 마이크로폰 등으로 국민들을 철저히 감시하며 통제한다.
내부당원, 외부당원, 프롤로 이루어진 계급사회로 그것을 뛰어넘을 수 없다.
사람들은 텔레스크린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전쟁과 당 체제 뉴스를 들으며 동시에 CCTV처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
빅브라더를 교주처럼 따르며 그 반대 세력과 다른 나라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고 주변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도 개념치 않는다.
사라진 후에는 존재조차 없었듯이 모든 기록도 삭제시켜버린다.
생각을 제한하기 위해 단어를 극도로 최소화하며 파괴한다.
명예, 정의, 도덕이라는 단어들이 폐기되고 자유와 평등은 사고 범죄라는 하나의 단어에 통합해버렸다.
늘 부족한 배급이 이루어지지만 그럼에도 공산품을 다 써버리기 위해 전쟁을 한다.
전체주의의 무서운 면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부각시키고 있지만
그중에도 깨어있는 사람은 있었다.
윈스턴은 사회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며 옛 기억을 떠올려보려 하지만 희미할 뿐이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줄리아를 만나게 되고 둘은 금기시되어 있는 사랑을 하게 된다.
빅브라더의 반대파인 형제단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사고 경찰인 오브라이언에 속아 잡히게 된다.
이어지는 끔찍한 고문.
그들은 참 무서웠다.
중세 교회는 비기독교인을 화형에 처했고,
나치나 러시아 공산당은 고문을 통해 자백을 받아내 죽였다.
후대에 죽은 이들은 순교자로 평가받았다.
빅브라더 내부당은 그와 같은 역사 속 실패를 되풀이할 수 없었다.
고문에 의해 거짓을 자백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한계치로 몰아넣어 철저히 사실로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랑하도록 만든다.
그런 후에 역사에서 드러내버림으로써 오점을 남기지 않았다.
최소한의 자유도 누릴 수 없는 사회.
윈스턴은 자신은 미치지 않은 깨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결심하는 장면에서는
인간적인 면이라고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에 맞서기 위해 죽을 각오까지 되어 있었지만
사기 치고, 날조하고, 갈취하고, 아이들 마음을 타락시키고, 마약을 퍼트리고, 매춘을 조장하고, 성병을 퍼트리고, 아이의 얼굴에 황산을 뿌리는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분노로 유지되는 사회, 그 역시 그만의 분노에 쌓여있는 것 같았다.
윈스턴은 결코 자신의 내면은 바뀌지 않는다 생각했지만 결국 무너졌다.
그를 고문하던 오브라이언의 장담처럼 모든 것이 명백한 사실이 되었고 빅브라더를 사랑하며 죽음을 맞았다.
『1984』의 세계는 끝내 절망적이었을까?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또 다른 결말이 남아있다.
이제 줄거리 정도 이해한 느낌이다.
구석구석 곱씹어야 할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남겨두었다.
영화를 보고 다시 읽어볼까 싶기도 하다.
소설 읽고 영화를 재밌게 본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