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짧은 소설이라는 말이, 나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짧은 말들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표지가 너무 예쁘고(정말이지 나는 민트 덕후다;)
그리고 며칠 전 하늘에 나타난 슈퍼문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아서 덜컥, 책을 사들고 집에 온 것이 바로 어제.
아, 따뜻하고 예쁘다. 이렇게 편지가 쓰고 싶은 날이다.
네 명의 여자가 모여서 수다 떨듯이,
혼자서 가만히 드라마를 보았을 엄마에게 전화를 걸듯이,
따뜻한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며 가만 웃으며 지나가듯이,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이 빛나는 책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 그렇잖아요. 자신의 내밀한 어떤 얘기를 잘 아는 사람에겐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지요. 지금 내가
그런 모양입니다.
소설에 나오는 이 말처럼, 작가는 한글자, 한글자 편지 쓰는 마음으로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했을 것 같다.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내밀한 누군가와 나누듯이.
그리고 인상깊은 짧은 소설들.
1.
작가가 여성이고, 유난히도 '엄마'와 관련이 많아 그런지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엄마의 이야기들에 자꾸,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엄마와 딸은
참으로 가깝고도 멀어서, 이 관계는 분명 전생에 죽고 못사는 연인이었을거야.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2. 나는 두 명의 대통령이 서거한 날을 기억한다.
첫 번째는 아주 많이 당황해서 시청 앞을 찾았다. ㄴ대통령이 차마 알지 못했던 수 많은 사람들이 국화를 들고 황망한 표정으로 광장에 섰을
때, 나는 그 대통령이 겪어야했던 격동의 세월이 담긴 공기를 느꼈다.
그건 누렇고 따뜻하고 무거워서, 참 나도 어쩌지 못하고 그저 분노하고 당황했었다.
두 번째는 조금 더 좌절했지만 조금 덜 당황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짧은 소설은 바로 이 날을 기억하며 쓰여졌으리라. 그래도 시간은 멈추지
않아서 지금 우리는 어떤 희망을 이야기해야할지.
3. 여자들.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여자와, 그녀의 친구들이 모였다. 그런데 그 모임에 늦은 또 다른 여자는, 방금 이혼을 하고 오는 길이란다.
특별히 슬프지 않고 아주 많이 안타깝지도 않은, 인생의 중요한 어느 한 사건이 일어난 그 다음 순간에 대한 소설. 너무너무 현실적이고 극적이어서
감탄해 마지 않았다.
따뜻한, 작년 제작년 그리고 그 언젠가의 봄날이 기억날 때 펼치면 너무나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