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반하게 만드는 책

모래그릇 1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8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병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5월

젊지 않은 나이에 데뷔해 죽을 때까지, 펜과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작가.

사회파 미스터리의 창시자라고 불리지만 데뷔는 순문학이었던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

그의 수많은 걸작들이 나와있지만 사실 내가 이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본 건 모래그릇이 처음이다.

옛날사람이 쓴 미스터리가 다 그렇겠지 뭐.. 라고 하던 찰나,

세계문학전집에 들어간 '사회파 미스터리' 라는 말에 덥석 집어든 소설.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란 이런 것일거다.

도호쿠 사투리로 시작된 범죄수사를 마치 내 일처럼 추리하며 따라가고 있는 기분이란..

산넘어 산처럼 드러나는 사실들은 전혀 풀릴 것 같지 않다가도, 나중엔 마치 퍼즐이 한번에 맞춰지듯 끼워맞춰지며 쾌감을 선사한다. 추리소설의 진정한 즐거움을 놓지 않으면서 1950년대의 일본 사회와 예술계 동향을 신문보듯 알 수 있으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엔.

마쓰모토세이초는 중학교도 들어가지 못했던 소년이었다. 그럼에도 독서욕은 엄청나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읽는 것을 좋아했다지. 사소한 사실 하나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방대한 자료에 의해 아주 중요한 실마리로 변모한다. 이 소설 <모래그릇>도, 그의 대표작이라 불리는만큼, 두 권의 분량 내내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이 소설을 읽는다면, 분명 옛날에 쓰여진 미치도록 현대스러운 미스터리를 읽는 재미와 함께, 이 작가, 마쓰모토세이초에게 반하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