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사람의 무서움

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보통은 그렇다.

평소에 언제나 온화하고 친절한사람들이 기실 화나면 누구보다 무섭다는 사실.

그래서 그들은 그 부처님같은 성격에도 호락호락하지 않게 보이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도 그렇다.

모범적인 대형 은행의 직원, 아름다운 아내와 딸. 동료들의 평판, 상사의 칭찬, 그 모든것들이 이 사람을 완벽하게 말해주는 듯 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어떤 무언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서술자인 작가는 한 사람의 주변인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단 한번도 이 사람이 살인마라는 의견을 확정짓지 않는다. 거기다 인터뷰의 내용들은 모두 주인공을 칭찬하는 말 뿐.

그럼에도 어딘가 섬뜩해지는 기분이 드는 건, 온화하게 미소짓는 입 뒤에 숨겨졌을것만 같은 무서운 범죄자의 눈 때문이리라.

반사회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종종 보도된다. 전혀 문제가 없어보였던 사람들. 아니 사실은 그게 더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미소 짓는 사람의 주변인물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내가 문제 아닐까? 나조차도 내가 믿고싶은 이야기의 결말만을 쫓아온 것은 아닌지?

또 하나 생각나는 소설은 조이스 캐럴 오츠의 <좀비>다.

<좀비>가 살인자의 내면을 끈질기고 객관적으로 쫓아간다면, <미소 짓는 사람>은 살인자의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도면밀하게 배치해 독자가 퍼즐을 맞출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완성되는 퍼즐은 역시 독자가 생각하고 싶은 모양이 될지도.

다른 각도로 보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프리즘같은 소설이다.

같은 작가의 <난반사>와 같이 읽어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