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손
존 어빙 지음, 이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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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존 어빙의 뼈있는 수다_ 네번째 손

존 어빙이 다시 찾아왔다.

그랬다. 나와 존 어빙의 첫 만남은
<사이더 하우스>였다. 거대한 사과와 벌레의 만남.
어느 누가 여자는 수다쟁이라고 했던가.

그는 분명히 존 어빙을 만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어떤 여자가 봐도 매력적인 남자 패트릭. 서커스를 취재하던 중 그는 사자에게 왼손을 먹히는 끔찍한 사고를 당한다. 언론은 그의 없어진 왼손을 자극적인 가십거리로 전락시켜 버리고, 그에게 왼손을 기증하겠다는 여인이 나타난다. 도리스는 남편의 왼손을 그에게 기증하고, 그의 아이를 갖고싶어 했던 것.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자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강행한 것이다.

패트릭은 어떤 여인에게도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하다가, 도리스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러자 이식받은 그의 왼손은 패트릭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고, 패트릭은 왼손을 다시 도리스의 남편에게 준다.

팬텀페인이라는 증상이 있다. 다리나 팔이 없는 사람이 마치 그 부위가 있는 것 처럼 그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증상이다. 패트릭은 마치 그런 것 처럼, 도리스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며 그녀를 그리워 하는 네번째 손을 갖게 된다.

유쾌하고도 뼈있는 인생의 코미디, <네번째 손>은 독자에겐 키득거릴 수 있는 가십거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언론의 자극적이고 가벼운 행태를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는 거리를 제공한다.

뼈있는 수다를 한 권 내내 재잘재잘 떠드는 존 어빙 때문에,
이 재미난 책에 쏟아 부은 3시간이 하나도, 정말 단 한 페이지도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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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훔치다
조완선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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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 편의 롤러코스터다_ 천년을 훔치다


이런 소설, 참 오래간만이다.
첫 페이지 부터 어두운 밤에 숨가쁘게 펼쳐지는 추격전으로 시작하더니, 역사 속으로 들어가 일본과 한국의 절들을 둘러보고, 그 곳에서 마주친 큰 눈의 사천왕에 겁을 집어먹는 찰나, 숨가쁘게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미스터리.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신비롭고도 경이로운 초조대장경.


초조대장경은 고려 현종 때 판각한 고려 최초의 대장경이라고 한다. 거란의 침입을 불력으로 물리치고자 만든 것. 팔만대장경보다 앞섰다고 하니, 그 소중함이야 더 말해봤자다.


소설은 이 초조대장경의 경판을 찾아 나서는 일본과 한국의 도굴꾼들을 비춘다. 왜 하필 도굴꾼인가, 싶다가도 '이야기'는 항상 선보다는 악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오히려 흥미가 인다. 이건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일 뿐이니까. 한국의 인사동, 일본의 절, 한국의 산 등을 오가며 펼쳐지는 다국적 도굴 미스터리.


한국 장르소설은 어쩐지 유치해보여 멀리했었는데, 이런 미스터리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같은 작가의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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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혀
앤드루 윌슨 지음, 나중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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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에 비견할 만한 소설_거짓말하는 혀

소설가란 원래,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는 이다.
그러나 그 거짓말이란 게 원래, 사실 90%에 거짓 10%로 이루어진 게 아닌가.

그리하여 소설가가되고자 했던 어떤 청년은, 자신을 고용한 늙은 소설가의 생애를 몰래 글로 옮기려 한다. 그 소설가의 은밀한 사생활부터 인생 내력까지 모든 것을 알려는 욕심 아닌 욕심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명예욕이란 건 생각보다 세서 그는 어두침침하고 어두운 늙은 소설가의 공간에서 점점 더 나쁜 생각을 품으며 늙은 소설가를 죽이고, 그의 평전을 완성하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힌다.

청년은 노인에게 거짓말을 한다.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져 힘들어하고 있으며(정말 헤어지긴 했다) 자신을 아껴주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휴가를 가야만 한다(할머니는 정말 그를 아껴주셨다). 그리고는 노인의 젊은 시절을 캐러 다른 나라를 돌아다닌다.

그러나 역시 노인 또한 소설가였기에 마지막의 반전은 어떤 장르영화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고 인상적이다. 글 쓰는 이들이란 거짓말을 통해 꽤나 그럴듯한 작품을 완성하고자 하는 욕심이 다들 있는 모양이다. 그 욕심이 낳은 결과를 보여주고 그것조차 미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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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엄지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0
미치오 슈스케 지음, 유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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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엄지


 

여기 한 가족이 있다.
아니, 자세히 들여다보니, 진짜 '가족'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모이게 된 가족이다.
한 때 아버지였던 사람 둘. 한 때 귀여운 딸들이었던 사람 둘.
그리고 한 명의 왕덩치 발기부전 남과 야옹야옹 고양이.

이들의 공통점은 밥벌이가 불법적이라는 것 외에도 또 하나, 사채업자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이 곳까지 어찌어찌 흘러왔다는 점이다. 어찌어찌 흘러와 어찌어찌 모이게 된 이 가족. 직업들은 무섭지만 하는 대화는 어째 나사가 하나 풀린 느낌이다.


고양이를 위한 선물이 있다고 하더니 턱시도를 입고 노래를 부르질 않나, 두부가 몰캉몰캉하니 엉덩이같다는 말을 하질 않나, 이건 완전 사기 범죄 미스터리를 가장한 가족 코미디 아니냔말이다.

물론 중간중간 이들의 사연은 어쩐지 코 끝이 찡하다. 결국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었구나 싶은 게. 이들의 '알바트로스(왠지 이 이름도 웃겨)'작전을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들은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는듯 했지만, 그 옛날 상처받았던 사채업자로부터 점점 위협의 폭이 좁혀지자, 이 사채업자를 상대로 한 대규모 사기극을 조직하게 된다. 그리고 이 대규모 사기극이 성공했나 싶은 무렵, 반전의 반전으로 소설은 급격한 롤러코스터를 탄다.
까마귀는 일본어로 프로 사기꾼과 발음이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까마귀의 엄지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 '엄지'가 밝혀질 무렵, 나를 비롯한 독자는 이 책 대단한데~ 하며 앞표지를 다시 들추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처음엔 조금 슬픈 사연으로 시작해서, 우스꽝스러운 대안 가족의 코미디로 이어지고(이 부분에선 영화 가족의 탄생과 킬러들의 수다가 생각난다.), 머리싸움 치열한 대규모 사기극이 펼쳐지다가는 (이 부분에선 범죄의 재구성이 떠올라!) 그리고 뒤통수를 턱! 얻어맞아버리는 반전.

마음놓고 서서히 웃으며 올라가다가 정점에서 90도로 하강해버리는 롤러코스터의 느낌이랄까.

그런 소설이다. 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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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바닥의 달콤함 플라비아 들루스 미스터리 1
앨런 브래들리 지음, 성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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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소녀의 추리_ 파이바닥의 달콤함

천진난만한 소녀와 추리는 어쩐지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다. 11살 소녀탐정과 추리의 매력적인 조화. 11살 소녀 플라비아는 퀴리부인의 화학적 재능을 가졌다. 화학광이자 독설의 대가. 11살짜리가 어찌 이렇게 깜찍할 수 있을까?

얄미운 언니의 립스틱에 피부가 뒤집어지는 독소를 집어넣고, 집 마당에서 시체를 발견하고도 눈을 빛내며 흥미로워한다. 일견 엽기적일 수도 있는 소녀지만 어찌나 똑똑한지, 어른들 살살 구슬려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능력이 최고다.

사람들은 원래 영웅보단 악당에 묘하게 끌리는 게 아닌가?
독자가 영악한 플라비아에 빠지는 동안 그녀는 신중하게 독을 고르며 사건을 풀어나간다. 게으른 경감 나리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동안 그녀는 잰걸음으로 이런 저런 사건의 정황을 캐는 것이다.

진정한 파이의 맛은 그 바닥에 있는 달콤함이다. 이 사실을 아는 영악한 꼬마탐정이 전혀 밉지 않고, 줄거리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아이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착한 구석은 전혀 하나도 없고, 어른같은 아이의 독설 사이로 어른들의 멍청함?이 빛을 발한다.

500페이지 내내 맛있는 추리소설,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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