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귀스타브 도레 그림,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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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라디오 광고로 뻔질나게 들었던 <로마인 이야기>.
세계사 교과서보다 훨 재밌다는 이유로 1권을 샀고, 순식간에 다 읽었었다.

그런데 이럴수가수가수가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의 필력이 이정도였단 말인가.
십자군 이야기라니, 70세가 넘은 노작가의 십자군 전쟁 이야기라니!!

사실 나는 역사공부엔 별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라는 이름 하나만을 믿고 예약판매를 기다린 보람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는 순식간에 읽어버렸고, 부분부분 인상깊고 재미있는 역사적 장면을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두었다. 어딘가 신비한 느낌이 가득한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와 함께

중세 유럽은 암흑기라고 일컬어진다. 그 거대한 배경엔 기독교와 십자군 전쟁이 있다. 대체 그 기간 동안 유럽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신'이라는 이름과 각종 명분들이 합쳐진 역사상 최대의 전쟁.
사실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 뭉쳐서 역사는 굴러가는구나 하고 느낀다.
수정구슬을 굴리는 마녀처럼, 시오노 나나미는 중세를 한 손에 들여다보며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거대한 역사의 한 부분은 언제고 되풀이 된단다 하고, 그러니 이 책을 보면 흐르는 시간을 손에 잡고 들여다볼 수 있게 되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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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짐
토니 얼리 지음, 정회성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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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복잡할 땐 그런 영화나 소설이 최고다.

잔잔하고, 사랑스럽고, 빵터지지도, 펑펑 울지도 않지만 희미하게 웃음이 나는 소설.
일본영화 중 <녹차의 맛>, <4월 이야기>, 소설 중 <가노코와 마들렌 여사>, <소년 짐>같은 것들이다.

혹할만한 사건도 없고, 비밀스런 미스터리도 존재하지 않고, 모든 일상적인 것들을 타자의 눈으로 보면서 웃음짓게 되는 그런 이야기. <소년 짐>도 그런 부류다. 그리고 난 이 소설이 꽤나, 마음에 든다.

작은 소년인 짐은 모든 일상에서 조금씩 자란다. 보이지 않게 어떤 날은 1cm, 어떤 날은 5mm 이렇게 조금씩 자랄 것이다. 그 배경엔 생일의 깜짝 이벤트, 친구와 싸운 일, 삼촌에게 혼난 일, 난생 처음 읍내에 가본 일 등이 있다. 소년이 9살 평생에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은 많기도 많고, 세상은 9년 안에 뭔가 알기엔 너무나 크다. 따뜻한 가족과의 관계를 바탕에 깔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땅과, 다른 공기와 만나가는 그 계단 계단들.

혹자는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것이고, 혹자는 이 책을 읽으며 따뜻하고 편안함에 기분좋게 밀려오는 잠을 어쩌지 못할 것이다.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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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빌가의 테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2
토머스 하디 지음, 유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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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인생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테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귀족 가문에서 하녀로 일한다. 주인집 아들에게 겁탈을 당해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다가 잃고, 목장에서 일하며 농장 경영을 준비하는 에인절과 결혼하지만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된 남편은 그녀를 버린다.

누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순수하게 사랑에 빠지고 버림받음을 반복하는 그녀를.  사회적 지위가 낮고, 여성이면 그녀가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드는 것 같다. 그리하여 이 소설의 인물들은 각각 상징성을 강하게 지니고, 버지니아 울프는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평한 것이다.

아무도 진정한 소설가로서 하디의 힘을 부정할 수 없다. 그가 창조한 인물들을 자기만의 열정과 특성에 내몰린 우리와 같은 사람들로 믿게 만드는 힘 말이다. 그의 등장인물들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상징적인 면을 지닌다. 이것이 바로 시인의 재능이다. _버지니아 울프

도덕과 윤리, 그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응당 행해야 할 행동과 참아야 할 것들이 빚어내는 갈등은 사람들이 본인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특히 여성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얼마나 역설적인지를 잘 나타내준다.

도덕적인 사람은 누구인가? 좀더 적절히 말하자면, 도덕적인 여자는 누구인가? 한 인간의 아름다움과 추함은 그의 성취뿐만 아니라 의도와 충동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진짜 이야기는 무슨 일을 했느냐보다는 뭘 하려고 했느냐에 담겨 있다. _p. 507

세월이 지나도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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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빌가의 테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2
토머스 하디 지음, 유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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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구한 인생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테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귀족 가문에서 하녀로 일한다. 주인집 아들에게 겁탈을 당해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다가 잃고, 목장에서 일하며 농장 경영을 준비하는 에인절과 결혼하지만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된 남편은 그녀를 버린다.

누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순수하게 사랑에 빠지고 버림받음을 반복하는 그녀를.  사회적 지위가 낮고, 여성이면 그녀가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드는 것 같다. 그리하여 이 소설의 인물들은 각각 상징성을 강하게 지니고, 버지니아 울프는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평한 것이다.

아무도 진정한 소설가로서 하디의 힘을 부정할 수 없다. 그가 창조한 인물들을 자기만의 열정과 특성에 내몰린 우리와 같은 사람들로 믿게 만드는 힘 말이다. 그의 등장인물들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상징적인 면을 지닌다. 이것이 바로 시인의 재능이다. _버지니아 울프

도덕과 윤리, 그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응당 행해야 할 행동과 참아야 할 것들이 빚어내는 갈등은 사람들이 본인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특히 여성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얼마나 역설적인지를 잘 나타내준다.

도덕적인 사람은 누구인가? 좀더 적절히 말하자면, 도덕적인 여자는 누구인가? 한 인간의 아름다움과 추함은 그의 성취뿐만 아니라 의도와 충동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진짜 이야기는 무슨 일을 했느냐보다는 뭘 하려고 했느냐에 담겨 있다. _p. 507

세월이 지나도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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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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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완전연애, 라는 도발적이고 로맨틱한 제목과는 다르게 어찌 이리도 어두운 느낌의 표지란 말인가, 이는 필히 곡절이 있을지니 넘쳐나는 호기심에 책을 집어들었다.

완전 범죄가 있다면 완전 연애도 존재할 것이다.
그런 이상한 가정으로 출발하는 소설. 읽기 전에 이 문구를 보고 한참을 생각했다. 범죄의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넘기는 완전범죄. 그렇다면 완전연애란 아무도 모르게 하는 연애란 뜻인가? 하지만 비밀연애와는 무언가 차이가 있어야 할텐데...

시대는 일본이 막 패전한 1945년 즈음?
큰아버지 댁으로 피난 온 소년은 화가의 딸이라는 소녀를 좋아하게 된다. 전후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들이 그 집에서 파티를 하다 소녀를 겁탈하려다 다음날 시체로 발견되는 일이 일어나고,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밤, 소년은 그 평생을 좌우할 하루를 소녀와 보내고는 평생 그녀를 위해 몇 개의 살인사건에 연루된다. 아주 비밀스럽게 지나간 이 사건들의 배후에는 평생 한 소녀만을 사랑했던 소년이 있었던 것이다.

차마 리뷰로 말할 수 없는 반전은 소년이 죽은 뒤 일어난다. 가장 최종적으로 완전연애를 완성시킨 사람은 누구인가? 이 쯤 되면 완전연애라는 소설의 제목이 이해가 될 뿐더러 이 심오하고도 머리좋은 미스터리소설에 완전히 반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 이야기이자 미스터리 이야기. 살인법만이 난무하는 미스터리에 질린 사람이라면, 왕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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