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닌 여자들 -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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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한 명의 여성이기에 최근 들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양질의 여성 담론들이 무척 반갑다.
최근 세라 놋의 <엄마의 역사>를 읽고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엄마와 모성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페기 오도넬 헤핑턴의 <엄마 아닌 여자들>을 서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세라 놋은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페기 오도넬 헤핑턴 역시 시카고 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두 여성에게 가장 크게 나타나는 차이점이 있다. 바로 세라는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이고, 페기는 엄마가 아닌 여자라는 점이다.세라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모성의 정의와 그것이 어떻게 여성을 억압해왔는지 역사 속에서 조망해보는 한편, 페기는 역사 속에서 자녀 없는 삶을 선택했던 여자들에 집중한다.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이라는 부제처럼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엄마 아닌 여자들의 이야기
여성으로서, 역사전공자로서, 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읽어볼 필요가 충분하다 생각하며 책장을 펼쳐 주욱 읽어보았다.

<엄마 아닌 여자들>은 자녀 없는 삶을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는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있던 현상인지, 어떠한 이유에서 그 선택이 도출되었는지를 실제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한국의 페미니즘의 흐름 중 4B운동이 있다. 이는 비연애,비섹스,비혼, 비출산을 의미하는 급진적 여성운동의 하나로 여겨진다. 4B운동이 주류 흐름으로 자리잡히지는 못했지만 그 중 두 가지의 양상은 최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비혼과 비출산이다.

OECD회원국 중 가장 출산율이 급락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도 많고, 실제로 한국의 출산율(2022년 기준)이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두고, 세계적인 석학인 조앤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이 완전히 망했다"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로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렇게 자녀없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국의 노동 환경과 경제적 인식을 그 이유로 제시한다. 임신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우려한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질 않고, 기혼 부부사이에서도 집값의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자녀를 낳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조앤 교수는 한국이 특히나 우선시하는 부와 돈에 대한 가치 인식을 또 하나의 이유로 든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물질주의에 물든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한데 지금 대한민국은 혐오의 시대라고 불릴만큼 좌우, 남녀 갈등, 그리고 비혼여자와 기혼 여자의 갈등도 등장했다.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엄마가 아닌 여자들>의 작가도 이를 여자들끼리의 '내전'이라 이야기한다. 작가 또한 기혼이지만 자녀 없는 여성으로서 처음에는 어머니인 여자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차츰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나 또한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나도 어쨌든 그들이 바라볼 때에는 기득권에 속한 기혼 유자녀 여성이기에 입을 대기가 참 어렵다. 내가 무어라고 그들의 선택을 판단하고 이야기하겠는가.
다만 출산율의 하락과 인구 절벽으로 인한 위기를 두고 여성운동의 승리라고 이야기하는 것만은 반대한다. 작가의 말처럼 그것은 승리가 아니다.
나는 책에서 자녀를 가지지 않기로 한 선택을 일종의 '파업'이라고 지칭한 것에 동감했다. 이것은 그동안 당연시 여겨져왔던 가부장제와 불공평한 출생주의에 대한 항의라 생각한다. 경제적, 사회적 압박없이 그러한 선택을 내릴 수 있을 때 그것이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한다. 물론 그러한 상황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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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짓 - 기적을 그리는 소년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6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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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의 새로운 작품 <미짓>이 개정되어 발간되었다.

이 책은 팀 보울러가 습작생 시절부터 10여년 동안 준비해온 애정 가득한 작품이라하여 꼭 읽고 싶었다. 팀 보울러가 쓴 <리버보이>를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작가의 말에서 <미짓>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 인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여 작가에 대한 애정 한 스푼에 기대를 한 스푼 더 해서 읽기 시작했다.

다산책방에서 출판한 미짓의 표지에는 파도를 몸에 두르고 기도하는 듯한 소년을 그린 일러스트가 그려져있다. 그림에 그려진 미형의 외모와는 대조적으로 난쟁이를 뜻하는 미짓(Midget)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 열 다섯살의 왜소증을 앓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영국 소도시 레이 온 시에 살고 있는 열 다섯살의 왜소증을 앓고 있는 소년 '미짓'.
3피트(약 90cm)정도의 키에 발음도 부정확하고 몸도 제대로 가누기 어렵다.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발작은 그를 더 움추려들게 만든다.

미짓은 레이 온 시의 작은 바닷가 마을 올드 레이에 거주하며 요트를 타고 바닷가를 혼자 항해하기를 꿈꾸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그의 친형인 셉은 엄마가 미짓을 낳다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아버지 몰래 그를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위협한다. 이와 같은 셉의 행동으로 미짓에게는 발작 증세가 찾아오지만 주변인들 모두 셉이 동생을 잘 돌보는 천사같은 아이라고 여긴다. 그러면서 아픈 동생을 돌보는 셉을 안타까워하며 미짓은 골칫거리로 여긴다. 미짓을 제대로 보아주는 사람은 그의 아버지와 셉의 여자친구 제니뿐.

아버지는 원인모를 발작을 일으키는 미짓을 런던 시내의 정신과에도 데려가지만, 차도는 없다. 미짓은 바닷가의 작은 조선소에 반쯤 만들다 방치된 한 요트에 집착하고 있는데, 어느 날 그 요트의 주인이자 조선사인 노인 조셉을 만나게 된다. 조셉은 미짓에게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주문을 알려주게 된다.

바로 머릿 속에서 내가 원하는 바를 그려보고 간절한 마음으로 원하고 믿게되면 그 것이 실현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를 믿지 않았던 미짓. 그러나 이를 통해서 그가 원하던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지게 되고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그는 점점 더 크고 어두운 소망을 그리게 되는데...

과연, 기적은 계속 될 것인지,
미짓에게 찾아올 대가는 무엇일지,
가족에 대한 증오와 용서, 희생이 교차되는 이야기
기적을 그리는 소년 <미짓>.

매년 여름이 되면 청량한 바다와 함께 생각날 것 같은 책, 기적을 그리는 소년 미짓. <리버보이>와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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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 ㅣ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정진호 지음 / 사계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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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로 사계절의 서평단 기회를 얻게되어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함께 기획하여 나온 시리즈물이라고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제로 하여 그 하위 개념인 노동과 불평등, 소외와 차별 등을 담아내었다.
작가이신 정진호님은 무려 라가치 상 수상작가.
건축분야에서 상을 받으셨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책에서도 건물과 인테리어 느낌이 심상치않았음🤭

민주씨는 전날 밤, 내일 새벽에 먹을 바나나를 주문한다. 그 바나나가 민주씨의 집으로 오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

바나나가 일찍 도착하려면 택배기사는 새벽에 출발해야하고, 그러려면 더 일찍 문을 연 주유소에 가야한다. 주유소 직원은 더 일찍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야하고 철로 정비는 그 전에 끝나야한다. 철로 정비사들은 새벽밥을 먹어야하고, 식당 주인은 더 일찍 장을 봐야하고, 시장의 생선가게 주인은 서둘러 생선을 진열한다.
그 생선은 어부가 한밤에 잡아온 생선이고, 캄캄한 바다 한 가운데 빛나는 어선의 전구는 공장 노동자들이 밤새 조립한 것이다.
전구 공장에는 밤새도록 전기가 돌아가고, 그 전기는 발전소 직원들이 밤에도 퇴근하지 못하고 일하기 때문이다. 발전소 직원인 아빠가 퇴근하지 못하니 엄마의 출근도 늦어지고, 새벽같이 출근해야하는 엄마는 서둘러 새벽에도 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 원장에게 연락한다. 원장은 이내 민주씨에게 전화하고, 민주씨는 아침 일찍 먹을 바나나를 준비한다.


로켓배송으로 쿠팡이 큰 인기를 모으자, 각종 쇼핑몰에서도 새벽배송이니, 당일보장, 오늘 드림과 같이 신속한 배송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런 한국의 배송 문화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고, 한국인들은 이러한 외국인들의 반응에 기분좋아하며 한국만의 빠르고 안전한 배송 문화를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빠른 배송의 대표 주자인 쿠팡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PB상품을 상단에 올리고 자사 상품을 밀어주기하려는 행동에 공정위가 막대한 과징금을 물린 것이다. 그러자 쿠팡은 소비자를 협박하듯 로켓배송을 운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는 추세이다.
빠른 배송을 즐기고 있지만 우리는 그 이면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 도착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같다. 쿠팡 물류센터에서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언론에서 많이 조명되었기에 막연하게 물류센터에서 배송기사들에게 전달되어 오는 것이겠지 하고 넘기는 것이다. <바나나가 일찍 오려면>에서는 민주씨의 바나나가 택배 기사와, 주유소 직원, 지하철 정비사, 식당 주인과 가게 주인, 어부와 발전소 직원, 그리고 어린이집의 보육 교사 등 밤 늦게까지도 이어지는 노동자들을 조명한다.

몇년 전인가,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신설하겠다는 말에 밤에 일해야하니 어린이집 교사는 어쩌냐는 비난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나도 이에 동감하며 보육교사들의 처우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그 아래 이어진 댓글은 나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9-6시 출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야간 근무, 비정규적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지도 있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어른, 그리고 어린이들도 노동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형태로 일반화되고 있을 텐데,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사회 과목을 배우는 고학년 어린이 1호에게도​
노동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일러스트로 풀어낸 그림책이라 저학년 어린이 2호에게도 볼만한 좋은 글감과 내용이 담긴 작품.

'바나나'를 소재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탄소 발자국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기준이 되는 작물인 바나나. 우리 나라에서 재배가 어려운 열대 작물이기에 바나나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비행기외 배 등 여러 이동수단을 거치며 막대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바나나가 일찍 오려면>에서는 국내에 들어온 바나나의 이동과정과 그에 대한 노동의 집약을 다루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이후의 독후 활동으로 현지 노동자들이 수확한 바나나가 먼 나라에서 어떠한 수단으로 이동되는지, 한국으로 들어와 유통업체에 전달되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면 더 의미깊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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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 부마민주항쟁 ㅣ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다드래기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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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한국의 암울한 시기에 일어난 민주화 운동을 다루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 것은 사실이다.그리고 잔혹한 진압과 그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의 사연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분들의 희생을 보며 누군가는 꼭 알아야하고, 또 알려야하는 소명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루하지만 책을 읽고난 뒤의 소회를 남겨보기로 한다.


이 책은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과 마산의 각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인 '부마민주항쟁'을 그린 책이다.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재구성했지만, 짧은 분량 속에서 부마민주항쟁의 이야기를 풀어내야했기에 주요 등장 인물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 창조되었다.

 상상이라해도 작가의 철저한 자료 조사와 고증을 통한 스토리텔링으로 구상되었기에 당시 실제 있었던 여러 인물들의 상황과 이야기를 한데 모은 것이지 명백한 허구는 아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당시 부산과 마산의 여러 인간 군상들을 대표한다 생각하고 읽어내면 될 것 같다.

 230여쪽의 짧은 볼륨이지만 5일간의 부마항쟁의 경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간중간 배경 일러스트들도 당시 현장 사진을 보고 그려 현실감을 높이고 몰입을 도왔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책 답게 부마항쟁이 어떠한 민주화 운동인지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다만, 부마민주항쟁의 이전의 정치적 상황은 분량 관계상 생략한게 아쉬워서 혹시나 이 책을 보기 전이나 보고난 후에 도움이 되도록 아래에 간략하게 요약해본다.

 

부마민주항쟁의 원인

1960년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물러나고 장면 정부가 집권하게 되었다. 국민들은 비로소 민주주의가 이룩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으나, 이는 곧 박정희의 5·16 쿠데타로 꿈처럼 사라지고 만다.

박정희는 무능한 정치인들을 대신해 잠시 국정을 운영하다가 안정이 되면 물러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뒤로는 중앙정보부를 설치해 언론을 장악하고 다른 정치 세력들을 탄압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한 일방적인 약속마저 어기고 민주공화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어 출마하고 곧, 5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후 경제 발전을 내세웠고 이런 그의 정책은 한 때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아 6대 대통령으로 연임하게 되었다. 그의 야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통령의 3선 연임을 가능하도록 6차 개헌을 통해 헌법을 뜯어고치고 7대 대통령 선거에도 나서게 된다.

 

그러나 이미 독재 체제를 유지하려던 이승만을 몰락시켰던 경험이 있는 국민들은 박정희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지지는 새롭게 떠오른 신민당의 김대중에게 있었다.​​

 박정희 정부는 그를 견제하기 위해 막대한 금권 개입과 부재자 투표를 조작하는 등 부정 선거가 되도록 개입했고 이에 김대중은 당시 8%의 차이로 낙선하고만다. 그러나 국민들의 지지는 여전히 김대중과 신민당, 그리고 또 하나의 신진 정치인인 김영삼에게 있었다. 이런 신민당의 선전이 계속 된다면 차후 자신의 권력 연장이 불가능해지기에 박정희 정부는 김대중과 김영삼을 끝없이 견제하였고, 결국 유신을 선포하고 김대중을 납치하고 감금하기도 했다.

유신을 선포하고 제정된 유신헌법은 대통령이 국회의원과 법관을 임명케했고, 헌법 또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초헌적 조치였다. 그리고 대통령의 중임 제한을 철폐해 영원토록 권력을 누리고자 했다. 


이제 국민들은 참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용광로 같은 분위기 속에서 첫 불씨는 부산과 마산에서 터져나왔다.

 수많은 지역 중에서도 부산과 마산에서 가장 먼저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물론 박정희 정권의 독재 체제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 밖에도 불씨를 당기게 된 정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부마민주항쟁 직전에 YH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부산이기도 했고, 당시 마산 수출자유지역의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불만이 크기도 했다. 또한 당시 석유 파동으로 인한 불경기로 급격한 경제 성장 속 숨겨져있던 빈부격차가 드러났다는 점도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부마민주항쟁의 경과


1979년 10월 16일, 전 날 부산대학교에 배포된 민주선언문의 내용대로 5천여명의 학생이 봉기하여 부산시청과 남포동, 광복동 일대에서 유신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기 시작했다. 오후부터는 다른 대학과 청소년들도 합류하였고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숨겨주거나 보호해주었다. 퇴근 시간 이후에는 회사원과 노동자, 상인들도 합류하여 민중 항쟁으로 발전하였다. 시위대는 파출소를 습격하고 박정희 사진도 철거하여 불태우기도 했다.

다음 날인 10월 17일, 시위의 온상지인 부산대학교에는 강제 휴교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전날처럼 부산대 교정에서는 들불같은 움직임이 일어났다. 경찰들은 최루탄과 곤봉으로 시위 참가자들을 잔혹하게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폭행을 당했고 경찰에 끌려가 가혹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10월 18일, 0시를 기해 박정희 정권은 이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였다. 계엄령은 일정한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의 전부 혹은 일부를 군이 맡아 다스리도록 하는 대통령령으로 군대의 개입을 명시한 것이었다. 곧 부산 지역에는 특전사 2천여명이 파견되었다.

그러나 한번 일어난 불길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마산으로 번졌다. 경남대학교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부산처럼 학생들과 시민들이 한데 모여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를 규탄했다.


당시 부산과 마산의 이러한 격화된 시위 양상에 군은 특전사 이외에도 해병단도 계엄군에 합류시켰고, 당시 고위 군 관계자(전두환을 포함한)들은 빠르고 강경하게 진압을 하기 위해 강력 대응에 나섰다.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당시 시위에 참가하지도 않았던 양민들을 불심검문하고 닥치는대로 폭행해 잡아 들이는 군의 행동에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결국 건설노무자였던 유치준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이 날 군은 부산에서 약 천 여명을 강제로 연행하였고 10월 20일, 마산과 창원 등지에서는 500여 명을 추가로 연행해 총 100여 명을 군사재판에 회부하고 군 부대가 주둔하여 시위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10월 26일, 부마민주항쟁의 진압을 둘러싼 박정희 정권의 내부 갈등이 격화되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궁정동 안가에서 암살하며 부마민주항쟁은 마무리 되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020년 이래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를 기획해 세상에 내놓았다. 순서대로 제주 4·3을 다룬 <빗창>, 4·19혁명을 다룬 <사일구>,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아무리 얘기해도>, 6·10민주항쟁을 다룬 <1987 그날>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다섯번째로 부마민주항쟁을 다룬 것이 <불씨>이다.

 

​부마민주항쟁은 4·19혁명 이후 일어난 대규모 민중항쟁이고, 7개월 뒤 광주의 5·18민주화 운동에 영향을 준 분기점이 된 사건이다. 그러나 다른 민주화 운동에 비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당시 계엄군이 언론사에 주둔하고 기사를 통제했기 때문도 있다. 부산과 마산이라는 한반도 중심에서 다소 치우친 위치였기에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연달아 일어난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과 전두환 군부의 12·12 쿠데타로 정국이 혼란스러웠기에 5일간의 단순한 소요로 받아들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가 아닌,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것은 개인적으로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 때문일 것이라 확신한다. 신군부에서는 당시 부산과 마산을 포함한 경남 지역의 민주화 세력을 분쇄시키고 자신의 정권 기반을 확립하기 위한 명분으로 81년 부림사건을 조작한다. 부림사건은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사건으로 부산의 학생과 교사,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불온서적을 읽었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잡아들여 잔혹하게 고문한다. 전 대통령인 노무현이 이들의 변호를 하기도 했다. (당시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는데, 현재에 와서는 사학도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고 청소년 필독도서로 널리 알려진 것을 보면 하급의 용공조작이 명백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 부림사건으로 인해 부산 지역에서의 민주화 세력이 크게 약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김영삼으로 대표되는 그 지역의 민주 인사와 상도동계로 불리는 부울경 기반의 정치인들이 90년 3당 합당을 하며 지역주의를 더욱 심화시켰다.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자당이 지금의 국민의 힘이라는 보수정당으로 이어졌고 이들은 박정희 대통령에 우호적인 스탠스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재규명과 보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산이 뒤집히면 정권이 바뀐다는 자부심을 가진 지역민들과 이를 대표하는 정치인들 '일부'가 정치적 논리로 대한민국 역사에 획을 그은 민주 항쟁을 경시하고 심지어 잊혀지게 하려는 모습이 참으로 우스울 따름이다. 목숨을 걸고 독재에 맞섰던 이들을 빨갱이로 몰면서까지 자신들의 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합리화하고 싶은가? 차라리 솔직하게 부자감세와 지역에 배당될 예산때문이라고 솔직해졌으면 싶다 막말로 그렇게 옹호하던 그 대통령은 차지철이 주장한 '한반도 버전의 킬링필드'를 실현하려 했으니, 암살되지 않았다면 광주의 참상이 부산과 마산에서 벌어졌음이 명백한데 참..답답한 마음이다


최근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유신 독재 체제를 끝낸 것은 그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재조사 결과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부마항쟁에 대한 강경 진압을 주장하는 차지철과 박정희에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만큼은 사실로 보인다. 그의 암살로 강제적인 정권의 교체는 이루어냈다는 점도 의의가 있기는 하고. 그러나 이러한 불완전한 결말은 결국 권력의 공백을 차지하려는 신군부의 등장을 막지 못했고, 신군부가 그로부터 몇 개월 후 광주에서 끔찍한 참상을 저질렀기 때문에 완전하게 유신 독재체제를 마무리했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불씨>에서는 김재규에 대한 갑론을박을 피하기 위함인지 그의 행동에 대해 자세하게 풀어내지는 않는다. 다만 김재규가 부마항쟁의 진압을 둘러싸고 박정희 정권 내부에서 갈등을 빚었다는 것과 그만큼 부마항쟁이 유신 독재 체제에 커다란 균열을 가져왔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결국 부마항쟁의 불씨가 이후 광주로 이어지고 1987년의 6월까지 이어져 민주주의의 확립을 가져왔다는 명백한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는 사학도였고, 사학도라면 사회의 불의에 분연하게 일어나 맞서는 것이 도리라고 믿었다. 물론 지금도.

 그래서 이명박 정부 시절, 여러 사회 문제에 대응하여 서울 소재 대학생들의 연합 시위에도 여러번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처음 겪은 시위는 거세고 무서웠다. 민간인처럼 위장한 사복 경찰들이 사진을 찍어 사찰하니 얼굴을 가리라는 수뇌부의 외침도 무서웠고 시위대를 자신들의 정치 세력의 확장에 이용하려는 찐 종북파들도 무서웠다. 방패로 거세게 밀어대는 전경들도 무서웠고, 경찰 버스로 세운 장벽에 가려 끌려가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자 더더욱. 만약 잡히게 되면 반드시 여경을 요청하고 이 변호사에게 연락하라며 명함을 건네 받을 때는 눈물이 찔끔 나올정도로 두려웠다. 청와대 앞에서 평화롭게 앉아 민중 가요를 부르던 늦 가을, 갑작스레 쏟아진 차가운 물대포를 맞으며 뒤로 넘어가지 않게 동기들과 손과 팔을 엮어 스크림을 짜서 울면서 버티기도 했다. 역대 민주화 운동이 그러했듯 학생들이 이렇게 나서자 시민들도 동참했다. 퇴근해서 합류하던 회사원들과 유모차를 끌고 시위에 합류하는 엄마들, 시위대의 노래소리에 클락션으로 박자를 맞추던 버스와 택시 기사님들 모두 불타는 정의감만으로 나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한가지 목적만은 일치했다. 이 움직임으로 우리의 미래는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 말이다.

 

​1979년의 부산과 마산 시민들도 그랬으리라 믿는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나라와 미래를 위해 나섰을 것이다. 비교적 민주화된 21세기에도 무서웠는데 그 시절에는 오죽했을까. 그러나 그들의 믿음은 보상받지 못했다. 국가는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유공자관련법과 보상안을 마련하지도 못했다. 부마민주항쟁의 강력 탄압을 지시한 이들의 책임 소재도 가리지 못하고 피해자에 대한 예우와 지원도 미비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라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민주화 운동'인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패싱은 이제 그만하고 어서 빨리 재조사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적절한 보상안이 나오기를 바란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제품만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작은 불씨라도 바람을 타면 멀리 날아가기 마련이다.

오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지 이틀째 날,

부산대에는 휴업령이 내려졌다.

​

그런데 진숙아,

어떻게 신문이나 뉴스에는 단 한줄도 그 얘기가 없을까?

니 그그 아나?

마산에서 데모가 일어나면 정권이 바뀐대이.

빨갱이라 그런게 아이다!

빨갱이라 3선개헌 반대하고 유신 반대하는게 아이다!

옳은 말은 옳다 하고 틀린 말은 틀렸다 하고

그런 기 우째 그냥 빨갱이가 된단 말이고?

그거는 사람들 사람들의 권리인 기라!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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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로 읽는 법구경 - 삶을 이끄는 지혜의 징검다리 ㅣ 에세이로 읽는 동양고전
법구 지음, 이규호 해제 / 문예춘추사 / 2024년 6월
평점 :
품절


국제불교박람회가 2-30대 사이에서 힙하다고 소문이 나면서 여러 사람들이 불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뉴진스님 '도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이렇게 핫해진 덕분에 다시 불교에 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로 비교적 가장 입문하기 쉬운 <법구경>을 작가의 에세이 속에서 함께 풀어내어 이해를 도운 <에세이로 읽는 법구경> 서평을 하게 되었다. 호흡이 긴 책이기에 한번에 쭈욱 읽어내기엔 벅차서 약속이 있을 때마다 들고다니며 읽어보았다.
인간의 8만 4천가지 번뇌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같은 수 만큼의 경전이 필요하다는 말에서 유래된 '팔만대장경', 목판의 장수는 8만개가 넘고, 경전의 종류는 무려 1,500여종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방대한 경전 중에서 불교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입문용 경전으로 손꼽는 것이 바로 오늘 리뷰할 <법구경>이다.

이 책은 팔리어본(남전) <법구경>을 기본으로 하며
주제에 따라 26장으로 나뉘고, 총 423게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쌍서품, 방일품, 심의품, 화향품, 우암품, 현철품, 아라한품, 술천품, 악행품, 도장품, 노모품, 기신품, 세속품, 불타품, 안락품, 애호품, 분노품, 진구품, 주법품, 도행품, 광연품, 지옥품, 상유품,애욕품, 비구품, 바라문품)
이 책은 '부처님의 시집' , '불가의 논어'라는 애칭이 있는 법구경의 전문을 완역해 소개하고, 시구에 관한 작가의 생각과 서구권의 명언을 함께 풀어내고 있다.

서울대 인문학부 교수진이 '서울대생들이라면 꼭 읽어봐야하는 인문고전'을 선정했는데, <법구경> 또한 이 목록에 들어가있다.
아시아에서만 각광받는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19세기부터 법구경을 번역하여 소개하였다고 하니, 시대와 인종을 뛰어넘는 영원한 고전임이 틀림없다.

나도 역사를 전공하며, 불교 대학을 다니며 관련 강의를 듣고 법구경의 존재는 알았지만 완역본은 읽어볼 엄두도 못냈다🥲
유려하고 아름다운 시구로 이루어져있지만,
배경 지식과 해제없이 읽기에는 두려움이 컸어서 그랬을지도..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시구의 해석과
이 시구가 나오게 된 배경, 그리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격언들을 같이 서술해서 일종의 인문 교양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

보통 1수당 1페이지로 비교적 간략한 분량이라
(물론 총 423게송이니 다하면 엄청나지만😅)
잠깐잠깐 쉬다 읽어도 흐름이 끊기지않아서 좋았음.

불교 교리의 가장 큰 장점은 관대함과 다양성에 있지 않을까 한다. 부처님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른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이들 대부분이 경전의 일종으로 여겨지는 만큼 사상적 자유로움이 있다. 이러한 관대함은 토착지의 고유 사상과 결합하여 다양한 형태의 불교 종파로 변형되기도 했고..

<에세이로 읽는 법구경>도 부처의 말씀이 대부분이고, 그의 이야기가 진리라 칭하며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불교의 앞서 설명한 '관대함'은 어느 특정 종교처럼 경전의 구절을 왜곡하면 이단이라 몰아가는 일이 없도록하니, 부처의 말도 큰 부담없이 다른 절대자라고 생각하거나, 나보다 앞선 지혜로운 선인(先人)이 주는 조언으로만 취사 선택할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법구경을 주욱 읽으면서 느낀 것은 2천여년전의 이야기인데, 실생활과 연관된 이야기가 많아 지금까지도 유용한 격언들이 많다는 점. 그리고 작가가 법구경의 시구와 함께 풀어내는 각종 동서양의 저명한 사람들의 저술과 격언들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수긍할 수 있었다.

물론 불교라는 종교의 경전이기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 있겠지만,​
공자의 "三人行, 必有我師焉"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말처럼 <법구경>은 불교의 경전이라는 종교적 의미에 매몰되지말고, 편견을 버리고, 여러 사람들이 선정한 명언집 정도로 생각하고 받아들여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해보는 것이 좋지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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