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 ㅣ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정진호 지음 / 사계절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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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로 사계절의 서평단 기회를 얻게되어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함께 기획하여 나온 시리즈물이라고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제로 하여 그 하위 개념인 노동과 불평등, 소외와 차별 등을 담아내었다.
작가이신 정진호님은 무려 라가치 상 수상작가.
건축분야에서 상을 받으셨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책에서도 건물과 인테리어 느낌이 심상치않았음🤭

민주씨는 전날 밤, 내일 새벽에 먹을 바나나를 주문한다. 그 바나나가 민주씨의 집으로 오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

바나나가 일찍 도착하려면 택배기사는 새벽에 출발해야하고, 그러려면 더 일찍 문을 연 주유소에 가야한다. 주유소 직원은 더 일찍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야하고 철로 정비는 그 전에 끝나야한다. 철로 정비사들은 새벽밥을 먹어야하고, 식당 주인은 더 일찍 장을 봐야하고, 시장의 생선가게 주인은 서둘러 생선을 진열한다.
그 생선은 어부가 한밤에 잡아온 생선이고, 캄캄한 바다 한 가운데 빛나는 어선의 전구는 공장 노동자들이 밤새 조립한 것이다.
전구 공장에는 밤새도록 전기가 돌아가고, 그 전기는 발전소 직원들이 밤에도 퇴근하지 못하고 일하기 때문이다. 발전소 직원인 아빠가 퇴근하지 못하니 엄마의 출근도 늦어지고, 새벽같이 출근해야하는 엄마는 서둘러 새벽에도 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 원장에게 연락한다. 원장은 이내 민주씨에게 전화하고, 민주씨는 아침 일찍 먹을 바나나를 준비한다.


로켓배송으로 쿠팡이 큰 인기를 모으자, 각종 쇼핑몰에서도 새벽배송이니, 당일보장, 오늘 드림과 같이 신속한 배송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런 한국의 배송 문화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고, 한국인들은 이러한 외국인들의 반응에 기분좋아하며 한국만의 빠르고 안전한 배송 문화를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빠른 배송의 대표 주자인 쿠팡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PB상품을 상단에 올리고 자사 상품을 밀어주기하려는 행동에 공정위가 막대한 과징금을 물린 것이다. 그러자 쿠팡은 소비자를 협박하듯 로켓배송을 운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는 추세이다.
빠른 배송을 즐기고 있지만 우리는 그 이면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 도착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같다. 쿠팡 물류센터에서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언론에서 많이 조명되었기에 막연하게 물류센터에서 배송기사들에게 전달되어 오는 것이겠지 하고 넘기는 것이다. <바나나가 일찍 오려면>에서는 민주씨의 바나나가 택배 기사와, 주유소 직원, 지하철 정비사, 식당 주인과 가게 주인, 어부와 발전소 직원, 그리고 어린이집의 보육 교사 등 밤 늦게까지도 이어지는 노동자들을 조명한다.

몇년 전인가,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신설하겠다는 말에 밤에 일해야하니 어린이집 교사는 어쩌냐는 비난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나도 이에 동감하며 보육교사들의 처우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그 아래 이어진 댓글은 나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9-6시 출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야간 근무, 비정규적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지도 있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어른, 그리고 어린이들도 노동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형태로 일반화되고 있을 텐데,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사회 과목을 배우는 고학년 어린이 1호에게도​
노동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일러스트로 풀어낸 그림책이라 저학년 어린이 2호에게도 볼만한 좋은 글감과 내용이 담긴 작품.

'바나나'를 소재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탄소 발자국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기준이 되는 작물인 바나나. 우리 나라에서 재배가 어려운 열대 작물이기에 바나나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비행기외 배 등 여러 이동수단을 거치며 막대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바나나가 일찍 오려면>에서는 국내에 들어온 바나나의 이동과정과 그에 대한 노동의 집약을 다루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이후의 독후 활동으로 현지 노동자들이 수확한 바나나가 먼 나라에서 어떠한 수단으로 이동되는지, 한국으로 들어와 유통업체에 전달되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면 더 의미깊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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