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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닌 여자들 -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 북다 / 2024년 6월
평점 :
나 또한 한 명의 여성이기에 최근 들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양질의 여성 담론들이 무척 반갑다.
최근 세라 놋의 <엄마의 역사>를 읽고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엄마와 모성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페기 오도넬 헤핑턴의 <엄마 아닌 여자들>을 서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세라 놋은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페기 오도넬 헤핑턴 역시 시카고 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두 여성에게 가장 크게 나타나는 차이점이 있다. 바로 세라는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이고, 페기는 엄마가 아닌 여자라는 점이다.세라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모성의 정의와 그것이 어떻게 여성을 억압해왔는지 역사 속에서 조망해보는 한편, 페기는 역사 속에서 자녀 없는 삶을 선택했던 여자들에 집중한다.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이라는 부제처럼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엄마 아닌 여자들의 이야기
여성으로서, 역사전공자로서, 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읽어볼 필요가 충분하다 생각하며 책장을 펼쳐 주욱 읽어보았다.
<엄마 아닌 여자들>은 자녀 없는 삶을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는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있던 현상인지, 어떠한 이유에서 그 선택이 도출되었는지를 실제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한국의 페미니즘의 흐름 중 4B운동이 있다. 이는 비연애,비섹스,비혼, 비출산을 의미하는 급진적 여성운동의 하나로 여겨진다. 4B운동이 주류 흐름으로 자리잡히지는 못했지만 그 중 두 가지의 양상은 최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비혼과 비출산이다.
OECD회원국 중 가장 출산율이 급락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도 많고, 실제로 한국의 출산율(2022년 기준)이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두고, 세계적인 석학인 조앤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이 완전히 망했다"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로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렇게 자녀없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국의 노동 환경과 경제적 인식을 그 이유로 제시한다. 임신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우려한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질 않고, 기혼 부부사이에서도 집값의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자녀를 낳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조앤 교수는 한국이 특히나 우선시하는 부와 돈에 대한 가치 인식을 또 하나의 이유로 든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물질주의에 물든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한데 지금 대한민국은 혐오의 시대라고 불릴만큼 좌우, 남녀 갈등, 그리고 비혼여자와 기혼 여자의 갈등도 등장했다.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엄마가 아닌 여자들>의 작가도 이를 여자들끼리의 '내전'이라 이야기한다. 작가 또한 기혼이지만 자녀 없는 여성으로서 처음에는 어머니인 여자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차츰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나 또한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나도 어쨌든 그들이 바라볼 때에는 기득권에 속한 기혼 유자녀 여성이기에 입을 대기가 참 어렵다. 내가 무어라고 그들의 선택을 판단하고 이야기하겠는가.
다만 출산율의 하락과 인구 절벽으로 인한 위기를 두고 여성운동의 승리라고 이야기하는 것만은 반대한다. 작가의 말처럼 그것은 승리가 아니다.
나는 책에서 자녀를 가지지 않기로 한 선택을 일종의 '파업'이라고 지칭한 것에 동감했다. 이것은 그동안 당연시 여겨져왔던 가부장제와 불공평한 출생주의에 대한 항의라 생각한다. 경제적, 사회적 압박없이 그러한 선택을 내릴 수 있을 때 그것이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한다. 물론 그러한 상황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