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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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권에 달하는 캐드펠 시리즈의 서막을 연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무더운 여름, 역사 추리물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의 첫 장을 기분좋게 넘기기 시작했다.


시대 배경

 

작중 시기는 중세시대인 1137년

영국 본토인 그레이트브리튼 섬에는 3개의 왕국이 있었다.

1. 잉글랜드 왕국 (노르만 왕조, 헨리1세)

정복자 윌리엄이 브리튼 섬에 상륙해 본토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노르만 왕조를 개창한 이래로 가장 강성한 세력을 자랑하고 있던 국가.

캐드펠 수사가 있는 슈롭셔 슈루즈베리가 이 잉글랜드 왕국에 속해 있었다.

 

2. 스코틀랜드 왕국 (다비드 1세)

잉글랜드 왕국과 함께 브리튼 섬을 양분하고 있었다. 작중에서는 다비드1세의 치세로 그는 잉글랜드 왕 헨리 1세의 지원을 받아 왕위에 오르게 되었으며, 이후 그의 적장녀인 마틸다를 지지하는 등 비교적 우호적인 상태를 유지중이었다.

 

3. 웨일스 (귀네드 왕국)

이민족의 침입으로 밀려난 마지막 로마제국의 후예. 여러 토착 제후나 소국의 왕이 비교적 자유롭게 통치하고 있었다.

그 중 귀네드왕이 다스리는 귀네드왕국이 가장 강성하였고, 캐드펠 수사 일행이 성녀 이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지러 방문한 귀더린이 이 곳에 속해 있었다.

즉, 간단하게 정리하면 잉글랜드 왕국의 슈롭셔에 위치한 슈루즈베리 수도원에서

웨일스의 귀네드 왕국의 영지인 귀더린에 성녀 이니프리드의 유해를 가지러가면서 생긴 일!

 

줄거리


슈루즈베리에 위치한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미사 도중 콜롬바누스 수사가 대회의실 한복판 바닥에 쓰러져 발작을 일으켰다.

그는 잘생기고 출중한 외모에 권세 있는 노르만 귀족 가문 출신이었지만 종교적 열병에 사로잡혀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캐드펠 수사는 서둘러 그의 입에 양귀비 즙을 흘려넣었고, 진정되기를 기다리며 그를 진료소로 옮겼다. 야심가득한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그에게 복종하는 제롬 수사에게 하루 밤 동안 콜롬바누스의 경과를 지켜보라 명령한다.


다음 날 아침, 제롬 수사는 헤리버트 수도원장에게 자신이 간밤에 신비한 일을 겪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앞에 성처녀 위니프리드가 나타나 웨일스 있는 성스러운 샘에 가서 콜롬바누스를 목욕시키면 그의 병세가 치유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부수도원장인 로버트는 이에 힘입어 수호성인을 찾아달라는 청원에 대한 응답이 온 것이라며 서둘러 웨일스로 향해야한다 주장한다. 수도원장은 의심스럽게 생각했지만 제롬과 로버트의 간절한 부탁에 콜롬바누스를 데리고 샘이 있는 홀리웰로 향할 것을 허락한다. 존 수사는 캐드펠에게 이는 제롬과 로버트 수도원장이 꾸민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직무인 밭이나 가꾸자 말한다.


홀리웰로 떠난 사절단은 닷새 후 콜롬바누스 수사가 완전하게 회복된 채로 돌아왔다. 그들은 하느님과 성녀 위니프리드에게 감사와 찬양의 기도를 올리고 서둘러 귀더린으로 가서 성녀의 유골을 가져와 우리 수도원에 모셔야 한다 주장했다. 존 수사는 로버트가 웨일스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성녀 위니프리드에 대해 알아보고 모든 것을 꾸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분명 귀더린에 가는 행렬에도 로버트와 그를 따르는 수사들만 참여할 것이라 불만을 털어놓는다. 


캐드펠은 고심끝에 수도원장을 찾아가 이 일은 귀더린 교구를 관할하는 반고르의 주교와 귀네드 국왕의 허락이 필요하니 신중할 것을 조언한다. 그리고 웨일스 출신인 자신이 가서 통역을 담당하면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와 일행의 궂은 일을 담당할 수사로 존을 데려가게 해달라고 말하는 캐드펠. 수도원장은 캐드펠의 말에 동의하고 귀더린으로 가는 행렬에 캐드펠과 존을 합류시킨다. 로버트는 자신의 계획이 틀어진 것에 분노를 느꼈지만 수도원장의 합리적인 처사였기에 고분고분하게 명을 받아들여 다함께 웨일스의 귀더린으로 향한다.


일행은 웨일스 교회와 국왕으로부터 허락과 축복을 얻고 순례의 목적지에 도달했다. 귀더린은 강 유역의 자그마한 고지대 골짜기로 야생 목초지가 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고장이었다. 그들은 곧 귀더린의 작은 석조 교회에 도달하고, 교구의 신부인 휴를 만나게 되었다.


캐드펠은 일행과 휴 신부 사이에서 통역을 맡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휴 신부는 일행의 목적을 듣게 되자 무척 당황하고 만다. 귀더린의 교구민들이 이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 성녀 이니프리드는 이곳에서 두 번이나 돌아가셨고 결국 귀더린에 묻혔으며, 교구민들 역시 다들 성녀가 자신들 가운데서 거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야기한다. 때문에 이는 바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며, 내일 교구 내의 자유민들을 불러모아 공개적으로 회의 후 결정하겠다는 휴 신부.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동의를 표하고 일행은 귀더린에 머물게 된다.


캐드펠은 휴를 따라 귀더린 마을을 둘러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젊고 아름다운 한쌍인 슈네드와 엥겔라드의 밀회를 보게된다. 이어 대장장이인 베니드와 그의 조카 아네스트, 음유시인인 파드리그와 지주 리샤르트, 캐드웰론도 소개받은 캐드펠은 그들과 같은 웨일스 출신이기에 마을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 그러면서 마을 사람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귀더린의 대지주 리샤르트는 외동딸인 슈네드가 유일한 후계자인데, 옆 동네 지주인 캐드웰론의 아들 페레디르와 혼인을 시키려했지만 슈네드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들 쉬쉬하지만 슈네드와 엥겔라드의 사이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나이가 많은 베니드 조차 몰래 슈네드를 흠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자신들이 귀더린에 가져온 문제 말고도, 이 마을에는 이 마을 나름의 문제가 있는 모양이라고 안타까워하는 캐드펠.


다음 날, 귀더린의 자유민들이 모두 모인 회의자리에서 리샤르트와 로버트는 성녀 이니프리드의 유골의 거취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인다.

귀더린 주민들의 설득에 난항을 겪던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리샤르트에게 비밀리에 뇌물을 건네지만, 리샤르트는 이를 모욕이라 느끼고 분노한다. 결국 회의는 리샤르트와 교구민들의 분노로 마무리되고 휴 신부는 중재를 위해 내일 정오에 로버트와 리샤르트의 식사자리를 주선한다.

다음 날 아침, 로버트는 리샤르트와의 식사자리에 자신과 리처드, 캐드펠과 휴 신부만 참석토록 하고 존은 식사 준비를 거들게 시키고, 제롬과 콜롬바누스는 위니프리드 성녀의 무덤에 가서 기도를 하라 명령한다. 그리고 리샤르트가 도착하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저녁이 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일행과 교구민들은 리샤르트를 찾아 수색에 나섰고, 관목 숲 사이에서 가슴에 화살이 꽂힌 채 숨져있는 그를 발견하게 된다.


리샤르트의 시신을 앞에 두고 로버트는 성녀 이니프리드의 저주가 내린 거라는 발언을 하고, 이에 슈네드는 로버트와 거칠게 설전을 벌인다. 시신을 살펴보던 중 화살이 바로 슈네드의 연인이자 리샤르트와 그녀의 혼담을 둘러싸고 자주 다툼이 있었던 엥겔라드의 것임이 밝혀진다. 엥겔라드는 리샤르트가 길을 떠날 때 절반쯤은 동행한 후 축사로 향했기에 더욱 의심스러운 상황. 이에 엥겔라드를 체포하려 하지만 페레디르와 존은 그의 도주에 도움을 주게 되고 분노한 로버트에 의해 존은 구금되고 만다.


캐드펠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들과 귀더린 주민들을 탐문하기 시작하는데..리샤르트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지, 성녀 이니프리드의 유골의 행방은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한 결말은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에서 확인하시길.


서평

 

'고전(古典 / Classic)'이란 긴 시간이 지나도록 여전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완성도가 빼어난 작품들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는 역사추리물의 고전이라 칭할만 하지 않은가.

문학적인 성취도 뛰어난 작품들이지만, 무엇보다 역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담겼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지 않았을까.


캐드펠은 이른바 작가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겠다. 약국의 조수로 일했고 세계 대전에 참전한 군인이었던 작가의 경험은 약학 지식이 있고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캐드펠의 특이한 이력에 녹아있다. 덕분에 정결한 수사이지만 반대로 또 세속적이며, 약학지식 뿐만 아니라 여러 실용적 기술을 갖춘 매력있는 탐정을 만나게 되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브라운 신부와 미스 마플처럼 휴머니즘 가득한, 등장 인물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해결 과정을 보다보면 어느 새 내 안에 인류애가 풀 충전되는 기분이었는데, 캐드펠 시리즈도 비슷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작품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같이 중세 시대 수도원과 수사가 등장하는 역사 추리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작중 100여 년의 차이는 있지만) 그렇지만 캐드펠이 먼저 나온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두 작품의 차이는 무엇보다 문체와 분위기이다. 장미의 이름은 기호학자가 쓴 추리소설이기에 다소 읽기 어려운 심오한 작품이지만, 캐드펠 시리즈는 같은 시기를 다루었지만 잔잔하며 가벼운 작품이라 추리소설 입문자용으로도 더할 나위가 없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추리소설로서의 공식 또한 완벽하다. 귀더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그에게 원한을 가진 여러 용의자들, 캐드펠의 시신과 살해 장소에 대한 분석과 용의자 심문 과정을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후더닛) 책장을 넘기며 그와 함께 사건을 추리해나갈 수 있게 된다. 범인의 정체는 역시나 반전! 이 있어 책장을 덮을 때까지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엘리스 피터스의 필력 역시 대만족!


그리고 역사물로서도 의미가 있는 것이, 헤리버트 수도원장과 로버트 부수도원장, 슈루즈베리 수도원처럼 모두 실재로 존재했던 인물과 장소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귀네드 국왕과 섭정인 오아인 왕자, 데이비드 주교와, 실제 역사 기록상에 등장하는 성녀 위니프리드도 그렇다. 이른바 '팩션'에 가까운 작품이라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시대 배경도 함께 알아가며 즐길 거리가 많은 책이다.


총평을 하자면 추리소설이 처음이신 분들, 고전 추리소설의 맛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역사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고민말고 서둘러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매력적인 탐정 캐드펠과 중세의 영국으로 함께 떠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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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기후과학 수업 - 세계가 인정한 국내 과학자 37인이 쓴 기후변화 결정판
집현네트워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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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제로웨이스트와 친환경, 착한 소비로 영역이 확장되고

지구의 순환 구조로 우리가 처한 위기가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매체에서 심각하게 이를 경고해왔어도 사실 내 일이 아니다 생각을 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맞닥뜨리게 된 잦아진 이상기후는 반강제로 나를 기후위기에 대한 담론 속으로 데려다놓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관련 도서들을 읽고 개인으로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

 

나는 뼛속까지 문과인인지라 왜 기후 위기에 처했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에 관한 학문적인 배경이 전무했기에

청소년 도서와 비교적 쉬운 환경 도서들을 읽어가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그러던 중, 유수의 국내 과학자들이 모여 기후 변화에 대한 책을 발간했다고 해서 관심이 생겼고 이에 좋은 기회를 얻어 <첫 번째 기후과학 수업>을 읽어보게 되었다.

 

집현네트워크는 세계에서 인정받은 국내 과학자 21인이 집단 지혜(집현)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과학과 기술에 기반한 신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창립되었다고 한다. 대중에게 전문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고, '집현문서'를 100여 편 발표해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현전은 흔히 문신들의 유학관련 도서를 연구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훈민정음 창제 이외에도 우리 나라 실정에 맞는 농법을 제시한 <농사직설>과 국토 정보서인 <팔도지리지>를 편찬한 조선 최고의 과학연구기관이기도 했다. 집현네트워크도 과학 지식은 서양에서 온다는 편견을 깨고, 세계적인 우리 과학자들이 모여 대중에게 양질의 과학기술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있다고 한다.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 책 소개


1부 지구의 기후변화

1988년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라는 국제기구를 설립했다. 이 곳에서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기정사실화되었고, 한국에서는 기상청이 주관해 평가보고서를 발간하는데 한국 또한 평균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기온이 상승하면 토양이 건조해져 대형 산불과 습윤 폭염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기후 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예측과 분석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정교한 기후모형 덕분이다.

지구시스템모형을 활용하여 대류와 수평적, 연직의 열수송과 온실가스, 그 밖의 기타 요인을 넣어 슈퍼컴퓨터로 계산해 예측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모형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하며 특히나 해수면 높이나 빙상에 대한 이해도가 현재는 낮은 수준이라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지구 온난화는 태풍과 집중호우, 엘니뇨의 발생빈도와 강도에 상당한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극한기후는 우리 사회와 경제에까지 심각한 수준의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부 기후변화의 원인

지구온난화는 쉽게 말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지구온난화의 심각한 문제는 단순히 지구가 더워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과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이상한 기상현상을 발생시켜 기후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원래는 의미가 다른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시작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져 온실효과가 커지면 지구 표면으로 돌아오는 지구 복사에너지가 증가해 온도가 올라고 공기 중에 더 많은 수증기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온실 효과가 더 커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슈퍼태풍과 웜풀 해역의 확장이 일어나고 극지방의 빙하와 해빙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또한 복합 이상기후의 징후도 나타나고 있는데, 2000년 이후 극한 강수 현상이 자주 발생해 호우의 해갈 지속 효과가 짧아지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대중 강연에서 과학자들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부터 이미 지구온난화와 그 영향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 왜 정치인과 산업계는 빨리 대응하지 않았는지, 그럼에도 왜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이 느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과학자들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의 상태에 이르러야한다고 경고한다.


3부 기후위기를 벗어나려는 노력

인위적인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2015년 12월에 체결된 파리협정에서는 전 지구 평균기온 증가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고 추가로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목표로 하였다.

만약 섭씨 1.5도와 2도가 상승하면 동아시아 이상기후는 현재 대비 얼마나 더 강해질까? 만약 줄였을 경우에는 얼마나 둔화될까? 동아시아 지역에 큰 피해를 주는 여름철 폭염과 호우를 중심으로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정리했다. 그 결과 섭씨 2도 대신 1.5도로 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낮출 경우 동아시아 지역의 이상고온과 극한 강수의 증가 그리고 여름 계절의 확장이 유의하게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하여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안들이 논의되었고, 관련된 신기술이 여럿 출시되었다. 그 중의 한 가지 방법으로 탄소 저감 기술 바이오 숯이 있다. 바이오숯은 유기물을 열분해하는 동안 생기는 부산물로, 이를 대기중에 놔둬도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안정적인 탄소 저장고가 된다. 숯을 에너지원으로 태워버리면 탄소가 다시 대기로 돌아가지만, 태우지 않고 토양에 묻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 그 탄소는 오래 저장된다. 이렇게 토양에 저장할 목적을 가진 것이 바이오숯이다.

이 밖에도 습지의 탄소 흡수 및 저장 기능을 주목하기도 하고, 도시 숲의 조성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특정 수목을 식립하고 숲 구조를 개선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또한 미세먼지와 식량난, 해양 열파에 대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의 필요성도 대두되었고, 신재생에너지의 활용방안도 활발히 논의중이다.

 

4부 바이러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국의 기후도 아열대 지역구에 가까워졌다. 이로 인해 열대 바이러스 감염병이 국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열대 바이러스 감염병을 매개하는 모기들의 서식지도 지구온난화에 따라 확대되고 있다.

또한 극지방의 거대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얼음 밑에 있던 땅이 노출되며 고대 바이러스들이 주변에 사는 동물에 전파되고, 이 동물들이 인간과 접촉해 인체에 인수공통감염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심각한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5부 감염병

새롭게 인류에게 출현한 신종 바이러스의 경우,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후라면 해결책은 많은 사람이 이를 경험에 면역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를 경험해 면역을 가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직접 감염을 겪어 면역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백신을 맞아 면역을 가지는 것이다. 백신만 있다면 이것이 정답일 테지만 개발 과정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감염병을 방어하기 위한 백신은 독성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여야하고, 백신의 효능이 오래도록 지속되어야 하며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이기에 저렴하게 책정되어야 한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통해 계속 진화하며 언제 어디서든 출현할 수 있기에 바이러스와 백신 연구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면 신종 및 변종 바이러스에 빠르게 대처하는 백신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6부 인류의 생존

바이러스는 가장 원시적인 미생물로 살아 있는 생명체지만 단독으로는 생존과 증식을 하지 못해, 많은 미생물들이 숙주에 의존해 기생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바이러스는 더욱더 자신의 감염숙주에 매달려 비겁하지만 치열하게 면역체계를 무력화하며 번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발생하는 신변종의 바이러스는 원래 사람과 동떨어진 동물에 감염되어 생활사를 유지했지만, 인류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와 도시화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과 사람의 접촉 빈도가 높아졌다. 이에 동물에 감염되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도 전파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생인류는 수도 없이 많은 감염병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선조들의 후손이며, 우리 또한 후손에게 전달할 유전자는 현재 발생하는 감염병들에 대해 저항성을 나타낼 것이다. 감염병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과 인간은 오랜 기간 공존해왔고, 사람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다. 때문에 감시체계 개선을 시작으로 글로벌 관점에서 전체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그것만이 향후 신종 감염병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막는 길이 될 것이다.


/ 서평

40여 명의 과학자와 과학기자가 기후환경과 감염병의 최신의 연구결과를 반영하여 일종의 교과서를 발간하였다.

바로 <첫 번째 기후과학 수업>.

제목에 맞게 나도 오랜만에 학생의 입장으로 돌아가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이상기후, 그에 수반되는 감염병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우고, 이어 다양한 시각자료와 함께 심화 과정까지 쭉 살펴 볼 수 있었다.

서론에서 이 책에는 각 집필자가 수십년 이룬 업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전달해 과학자들의 400~1000년의 연구를 축적한 지식을 담았다 이야기 하는데, 그 말이 과언이 아니다 싶었다. 사실 나도 여러 환경 서적을 읽어보았지만 아무래도 최신의 연구 결과보다는 조금 지난 연구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국외의 과학자들의 이론과 전세계적 담론이 많아서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집현네트워크에서 펴낸 <첫 번째 기후과학 수업>은 이런 단점을 충분히 보완해냈다. 국제기구의 연구 결과는 물론이고, 국내 연구진들의 성과도 함께 담았고 기후위기와 이상 기후가 나타난 양상도 국내에서 발생한 현상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우리 나라에서 우리 과학자가 발견한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를 다룬 챕터였다.

1976년 이호왕 박사는 서울에서 세계 최초로 한국형출혈열의 병원체를 발견했다. 이에 주위 사람들은 발견자의 이름을 붙여 '호왕 바이러스'가 어떻겠느냐고 추천했지만, 그는 누구나 바이러스 이름만 보고도 한국에서 한국인이 발견한 것임을 알 수 있게 하고, 한국의 의학 연구 수준이 높다는 것을 세계에 전하고 싶었다. 이에 바이러스를 발견한 등줄쥐를 잡은 지역, 동두천 근처에 흐르는 한탄강의 이름을 따서 '한탄바이러스'로 명명하였다. 이호왕 박사는 이어 1981년, 새로운 바이러스인 '서울바이러스'를 발견하였고 진단법을 확립하는 동시에 백신까지 개발하였다. 이에 그의 연구 업적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한미일 3개국 학술회 회원으로 추대된 유일한 한국인 과학자로 이름을 남겼다고 한다.

사실 이호왕 박사와 우리 나라의 바이러스 연구 결과에 대해 처음 알게된 사실이라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이호왕 박사와 같은 국내의 여러 과학자분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다.

<첫 번째 기후과학 수업>은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위기, 그리고 이어 닥칠 극한 기후와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턱끝까지 다가온 환경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설명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놀라웠던 점은 처음에 책이 좀 어렵지 않을까 했던 점이었지만, 최대한 풀어쓰려고 노력한 것이 눈에 띄었고 챕터가 끝날때 마다 발제문을 실어 내용을 정리해주고 추가 설명을 해주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술은 전문가나 전공자가 일반 대중들에게 관련 지식을 어떻게 전달해야하는지에 대한 좋은 예가 될 수 있을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소개한 박한선 교수의 글을 발췌해 소개하며 서평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위대한 진보를 이루었지만, 반대로 무분별한 파괴도 함께 자행했다. 우리의 성과에 자부하는 것은 이제 그만 두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전 세계가 합심하여 인류의 존속을 위하여 함께 노력할 때이다.


/

우리는 오랜 빙하기 동안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정신적 적응을 이루었지만,

겨우 살아남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다 운좋게 '온화한 봄날'을 맞아 꽃을 피운 것뿐이다.

꽃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봄볕이 위대한 것이다.

추위 혹은 더위가 닥치면, 곧 꽃은 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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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ㅣ 괴민연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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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조 겐야와 사상학탐정의 팬이라면 그 오랜 기다림을 해소시킬 새로운 시리즈인 <걷는 망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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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ㅣ 괴민연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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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묘대학교 도서관 지하에는 괴기환상소설 작가이자 재야 민속학자인 도조 겐야의 장서를 보관하고 있는 괴이 민속학 연구실 '괴민연'이 있다. 이 곳은 무언가가 나온다는 불길한 소문이 돌고 있다.

1학년 학생 도쇼 아이는 이 곳에 발을 들이기 꺼려졌지만, 도조 겐야로부터 자신이 겪었던 기이한 사건을 제자인 덴큐 마히토에게 이야기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괴민연을 찾는다. 덴큐는 아이가 들려주는 괴담속에서 사건의 진상을 찾아내는데..


최근 국내에 발간된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은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기존 도서를 재발간한 것들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도조 겐야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 사상학 탐정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 꽤나 길었다. 그러한 아쉬움을 모두 해소할 작품이 바로 이번에 나온 <걷는 망자>이다. 도조 겐야와 사상학 탐정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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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새로운 주인공은 도조 겐야의 제자이자, 작가인 덴큐 마히토. 그는 도조 겐야의 연구실인 '괴민연'에서 겐야가 각지에서 모은 괴담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겐야로부터 부탁을 받은 도쇼 아이가 자신이 어릴적 겪었던 괴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러 괴민연에 방문하게 된다. 이후 겐야는 아이에게 괴담이 담긴 편지를 보내고, 아이는 덴큐에게 괴담을 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바로 걷는 망자의 큰 줄거리이다.

그래서 부제가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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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는 총 5편의 에피소드로 나뉘어져 있고, 각 에피소드 마다 겐야의 부탁을 받아 아이가 들려주는 으스스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무서운 것을 못보시는 분들에게는 다행히도! 각 장의 마지막에 덴큐가 사건에서 도출한, 일종의 해답편이 들어가 있다. 겁쟁이 탐정인 덴큐가 괴담 속에서 합리적인 사건의 진상을 제시하려 필사적으로 애를 쓰는 모습이 이 책의 백미이다. 물론 도조 겐야 시리즈처럼 사건을 해결한 이후에도 다소 찝찝한 정황이 이어지기도 하지만..어떠한 답을 선택할지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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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쫄보분들이 미쓰다 신조의 책을 읽기 전 머뭇거리는 이유는 바로 '얼마나 무서울지'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작가 시리즈나, 집 시리즈와 괴담 단편집에 비해서는 훨씬 순한 맛이었다.미쓰다 신조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고 입문하기 쉬운 '사상학탐정' 시리즈 정도의 으스스함이니 걱정마시고 읽어보시길.


총평

마지막으로 총평을 하자면, 미쓰다 신조의 매니아라면 반드시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다.

미쓰다 신조 특유의 음습함과 찝찝함 그리고 압도적인 공포를 기대하신 분들이라면 다소 실망하실 수는 있겠으나(흉가나 괴담의 테이프 같은 매운 맛들)

도조 겐야 시리즈와 사상학 탐정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무조건 추천하구요.미쓰다 신조의 책을 처음 읽어보시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미쓰다 월드로 들어가는 훌륭한 첫 이정표가 될 거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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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지적인 산책 -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관하여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라이온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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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개의 사생활>로 이름을 알린 작가이자 인지과학자인 알렉산드라 호로비츠가 산책을 하며 느낀 생각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기존에 산책을 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 책들은 많았지만, 여러 명의 전문가와 같은 장소를 산책하며 그들의 영향을 받아 일어나는 사고의 변화 과정을 담아낸 책이라 무척이나 흥미가 갔다. 그리고 열 한명의 전문가 중 아이와 멋진 반려견도 있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이토록 지적인 산책>은 작가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열한 명의 동행과 함께 걸으며 '주목받지 못한 것들'에 주목한다.

사실 이 책은 열 두번의 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과학자이자 대학 교수인 작가의 솔로 산책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동네를 걸으며 느꼈던 점들을 처음에 이야기하고, 이후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는 이들의 전문적인 시각과 함께 같은 장소를 다르게 걸어봄으로써 우리가 평소 주목하지 않고 지나쳤던 일상의 단편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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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의 시각에서 그들이 느끼는 동네에 대한 인상을 인지과학자인 작가의 해석을 통해 이해할 수 있고

지질학자와 동물학자, 곤충학자와 같이 한 산책에서는 뉴욕이라는 대도시이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만날 수 있는 자연에 집중하기도 한다.

의사와 물리치료사, 시각장애인과 함께 걸으면서는 그들을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에 집중하며, 병증을 찾아내거나 걷는 방식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고, 도시사회학자와는 걷는 사람들(보행군)을 무리지어 이들을 위해 어떻게 도시가 구성되고 재조직되는지도 알아본다.

그런가하면 타이포그라퍼와 일러스트레이터, 음향 엔지니어들의 시각을 통해 무심코 지나쳤던 광고나, 낙서, 소리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그 나름의 예술성에 집중하기도 한다.


총 열한 번의 산책을 마치고 작가는 무언가 하나쯤은 바뀌었기를 소망하며 다시 한번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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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한 산책에서 주변의 소리들이 또렷이 들리기 시작하고, 건물의 석재에 집중하며 간판의 알파벳 'O'도 한번 더 시선을 사로잡는다.

뒤쪽에서는 타이어가 아스팔트에 달라 붙는 소리와 새들이 휘파람을 여섯 번 부는 소리가 들려오고 길가에 떨어진 씨앗들 옆 초록 빛 애벌레들의 움직임도 눈에 들어온다.

관심없던 타인이던 보행자들은 내 앞의 특정한 개인으로 구체화되고, 핸드폰을 보느라 걸음이 늦춰진 여성을 피해 자연스레 옆으로 빠져나가는 남성의 모습도 보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산책을 시작하고 반 블록밖에 걷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난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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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함께 걸은 사람들이 집중하는 것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자, 보지 못하고 놓쳐버렸던 사소한 것들을 다시금 알아보게 된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관찰하는 사람의 눈 앞에는 하찮은 동시에 굉장한 것들의 어마어마한 지층이 모습을 드러내니 보라!고 이야기 하는 호로비츠의 이야기.

얼른 나가 발걸음을 옮기고 싶어지는 책 <이토록 지적인 산책>이었음.


'지적'인 산책이라는 제목과 전문가들을 동행한 산책에서 얻게 된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려운 책이겠거니, 다소 지루하겠거니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300페이지 후반의 나름 긴 분량을 자랑하는데도 의외로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담담하게 던지는 유머가 아닐까 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산책에서 백인들을 가리키며 화이트라고 외칠 때 작가의 심정이란? 백인이라 망정이지 흑인이었음 정말 큰일날 뻔 한 상황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백인이긴 했다는 담담한 유머라니 ㅋㅋ..이러한 아이의 특성에 대해 조용하지만 명백하게 무례하다 이야기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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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나 또한 학원이 밀집한 건물에서 아이와 함께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흑인 원어민 강사분을 보고 아이가 엄마!하고 입을 떼자마자 말을 못하게 입을 막았던 경험이 있어서 더더욱.

책에 등장하는 여러 전문가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하는 대화 중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웃어버렸지만 그 것이 아닌 상황에서도

작가의 유머는 빛을 발한다.

그런데 이 분, 웃기지만 우스운 분은 아닌 것이 인문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라는 사실. 다소 배신감이 느껴졌다. 전문가분들의 시각에 함께 당황하고 못알아 듣는 줄 알았는데 본인도 전문가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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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책은 전문가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지과학자의 입장에서 검증하고 풀어내며 사실상 한 챕터에서 두 명의 전문가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가깝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뉴욕의 거리를 산책하며 자신들의 지적 경험을 공유하고 느낀 점을 풀어낸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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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함께 한 작가의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 나도 내 주변을 둘러싼 것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발견하고 그로 인하여 삶이 조금은 더 풍성해졌다고 생각한다. 뉴욕만큼 유명하고 큰 도시는 아니지만, 우리 동네에 대해 더욱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 세워진 탱자나무를 바라볼 때, 집 앞 놀이터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노는 어린이를 볼 때, 보도블럭이 꺼져서 빗물이 잔뜩 고여 통행을 방해할 때,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겠지만 책을 읽고 난 이후에는 조금 더 관심이 생기고 집중할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보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던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해준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내가 무엇을 경험하느냐는 내가 어디에 주목하려 하느냐에 달렸다"고 이야기했다.

부디 다른 분들도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흥미롭고 다채로워진 산책 생활을 즐기실 수 있었으면 한다.



알고 보니 나는 거의 모든 것을 놓치고 있었다.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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