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라울 나무자람새 그림책 6
앙젤리크 빌뇌브 지음, 마르타 오르젤 그림, 정순 옮김 / 나무말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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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이 끝나고 난 다음 생물 시간에 졸음이 왔었다.

등판 넓은 미경이를 비스듬한 각도로 맞추고

볼펜은 손에 쥔 채 노트에 박아 세웠으며

왼손은 턱을 받치고 조용히 잤다.

 

아메바였던가?

생물 선생님이 시험에 꼭 나온다고 강조하며 열심히 설명을 하셨다.

미경이는 수학 영어에서 얻지못하는 점수를 생물에서라도 잘 보겠다는 일념 하에

필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 때였다.

'백화야 눈떠라. 아메바는 @#$%@#$..............'

생물 선생님은 아무렇지않게 계속 설명을 이어 가셨지만

입가에 살며시 흐르던 침을 조용히 닦으며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생물선생님은 웃으며 나를 향해 눈을 찡긋 거리시며 나가셨다.

친구들은 왜 그러냐고 내게 물었지만

수업시간에 졸은 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모그러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미경이의 노트를 보면서 필기를 베끼다가 웃음이 빵 터졌다.

미경이 노트에는

'백화야 눈떠라. 아메바는 @#$%@#$..............' 가 그대로 쓰여져 있었다.

혼자 깔깔깔 웃는 나에게 미경이는

'수보가 이 '백화야 눈떠라. 아메바는 @#$%@#$..............이 무슨 뜻인 줄 모르겠어.'

앞에 앉은 의주 노트에도

뒤에 앉은 혜숙이 노트에도 모두 그렇게 쓰여 있었다.

생물 시험에 주관식으로 아메바에 대해서 그렇게 쓰면 어떻게 될까.

 

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얘들아 오늘부터 내 이름은 백화야 백화~~~~ 노트에 쓰여진 백화야 눈떠라. 모두들 지워."

책상을 치면서 웃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있는대로 툴툴거리며 눈을 째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어쩌라구.

 

세상에서 가장 싫은 이름 내 이름,

검색하면 다 남자로 나오는 내 이름,

아직도 남이 부르면 어색하기 그지없는 내 이름.

 

라울아 너 이름이 어때서 그러니?

나보다 낫지 않니?

이 책을 보면서말야 너가 무척 부러웠어.

너를 불러주는 친구 자코트가 있고 또 너가 다가갈 수 있는 친구가 있으니까.

 

나도 너처럼 이름을 부르면 언제든 달려오는 친구가 있었단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문득 그 친구가 생각났었어.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워주는 친구가 아니라

비를 함께 맞아주는 그런 친구.

 

라울,........... 조용히 이 밤에 너의 이름을 불러보며.

 

이 책은 이름에 대한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곰에 대한 이야기이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주 간단명료한 내용이고 그림도 씸플하고 페이지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여러날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왜 그랬을까.

빨강과 파랑이 아니면 어디가서 말도 못꺼내는 건가?

노랑도 있고 초록도 있는데...... 아니 회색도 있는데...

 

이 책 꽤 매력적인 책이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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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 일인칭 4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 지음, 신효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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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
갈등하면서 서평 도전했는데 선정되었다.
개인적으로 어두운 컬러의 그림책은 잘 안본다.
근데 저 까마귀가 내 마음 속의 그걸 잡아 당겼다.

잊혀진 것들,
사라져 버린 것들,
기억하고 싶지만 기억나지 않는 것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내 기억 저편에서 어둠을 향해 하나 둘 날아 오르기 시작하는 나의 편린들.

그 휘날리는 바람과 함께 나의 꿈들은 허공을 향해 춤을 추고 있다. 미친듯 황홀하게 빛나다가 어둠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져버리는,
그렇게 추락하는 理想.

이 책,
나의 아펐던 그러나 힘차고 순수했던 청춘을 표현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딮할까.
turn the page.

청춘의 순수를 하나씩 저당 잡히듯 시간은 흐르고 어느겨울에 서서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는 젠.
그제서야 젠은 또다른 자신을 바라본다.
아픔속에서 피어나는 화려한 용기가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들을 넘어 두려움을 안고 영웅이 될 수 있을까.

그 뒤안에는 얻는만큼 또다르게 얻어지는 상처들이 있었어. 완벽함보다는 때론 실수, 실패도 당연한 것을... 애써 감내하는 젠의 아픔.
젠은 가고 싶었을거야. 아니 가려고했어.
아무도 없는 깊고 푸른 그녀의 자리로.

세상의 시간은 흘렀고 젠의 잊혀진 것들은 하나 둘 작은 음표가 되어 흘러나오기 시작했지.
그 음표들은 허공을 향해 날아다니며 이렇게 말했지.
너의 희망이야,
너의 꿈이야,
너의 사랑이야....라고.

다시 젠은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그 음표들과 함께 세상을 향해 날아갈 수 있었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또 언제 그랬냐는듯
젠과는 상관없이... play~play.
.
.
.
이 책을 보면서 내 느낌을 적었다.
내 삶의 또다른 모습을 응축한 느낌의 그림책.

동양북스 감사합니다,
정말 오랫만에 심도 있는 그림책을 만났어요.
쌩큐 쏘 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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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깨달음 - 변화의 시대에 전하는 희망의 이야기 키다리 그림책 55
토모스 로버츠 지음, 노모코 그림, 이현아 옮김 / 키다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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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눈이바쁜아이
#그림책디자인도서관
#하품이온다


이 위대한 깨달음.
이제서야 이 책을 보는데
늦은감이 있지만 무척 좋은 책이구나.

사실 제목의 무게가 있어 금방 손이 가지는 않았었다.
근데 내용을 보니 울림이 있다.
그래서 조용히 필사를 했다.

내게 전해졌던 저 문구.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우리는그 시간을 통해서 위대한 깨달음을 얻었어-

아....멀리서 또 들려온다.
Freddie Mercury의 Great pretender가...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날들을 연기를 해오며 살아 왔는가.
위대한 연기자의 옷을 비로소 벗고
진정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게 되다니.
것도 바이러스 덕분이라니...

조금 늦은 나의 '위대한 깨달음'.
2022년 2월에 받은 좋그연밀어주기 선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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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돌멩이야
주세페 칼리체티 지음, 노에미 볼라 그림, 김지우 옮김 / 단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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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미우새'에 나오는 임원희 배우가 돌을 키우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일명 애완돌

 

처음엔 그걸 보고 웃었었다.

돈 나가는 수석을 보란 듯이 장식하는 사람은 봤어도

작은 돌멩이 하나를 키운다는 임원희가 왠지 짠해 보였고

측은해 보이고 안쓰럽기까지 했었다.

근데 몇 회에 걸쳐 그 애완돌이 나오는 걸 보면서

어쩜 그 애완돌이 우리를 오랫동안 키운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마치 식물이 우리를 바라보고,

반려동물이 우리를 산책시키듯,

그 돌이 수많은 세월 동안 구르고 굴러 우리에게 왔고

우리가 나이들어가는 동안

돌은 점점 작아지면서 우리를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아이가 돌에게 계속 질문을 한다.

돌은 대답을 하기 시작하고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만났다고 다 친구가 되진 않아.

친구가 되려면 서로 돌봐 줘야 해.

자주 바라봐 주고,

쓰다듬어 주고,

씻겨 주고,

예쁘게 꾸며 주고,

만져줘야 해.

던졌다가 줍고

던졌다 다시 줍는 거야.

그렇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 돼.

 

과연 나는 그렇게 살아왔는가.

이 책을 덮으며 나 자신에게 되묻고 있었다.

 

나를 이용하고 목적 달성하면 배신하는 사람,

내 곁에 있는 지지리 모지리 같은 사람,

나의 일방적인 일편단심 스타,

직격탄으로 나를 푸시하고 나 또한 직격탄으로 응답하는 관계,

최대한의 배려를 해주는데 답이 없으면 조용히 페이드아웃 관계

 

세상의 모든 건 상대성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내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잠시 되돌아보게 하는 순간들이었다.

그냥 가볍게만 보고 싶어도 그만이겠지만

자신을 조용히 돌아보게 했던 책,

 

안녕, 돌멩이야.

여기서 '안녕'

굿모닝인지

굿바이인지

다시금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

 

좋은 책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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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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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보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은 2006년 종각역 반디 앤 루니스 서점에서였다.

결혼으로 내 모든 것들이 추락했다고 생각했을 때

딸을 낳음으로 비로소 모성을 이해하게 된 나의 깨달음,

반성과도 책, <딸은 좋다>를 보면서였다.

 

35살이 되도록 결혼 할 생각 안하는 나를 등떠다밀듯 시집 보낸 엄마가

서운했고

원망스러웠고

미웠었다.

어쩔 수 없이 담담하게 현실에 적응하며 딸을 낳아 키워보니 누구보다 엄마를 이해하게 되어

봇물 터지듯 눈물이 펑펑 나왔었던 기억.

 

그 후 16년이 흐르고 내 눈물을 나오게 하는 그림책은 없었다.

아니 눈물을 흘렸을지는 몰라도 가슴을 안고 소리내어 울었던 책이 없었던 거겠지.

소리없는 뜨거운 눈물이 나온 책,

고정순의 옥춘당.

 

사실 이럴까봐 서평 신청은 했지만 당첨 안되길 빌었었다.

서평단에서 계속 떨어지니까 되던 말던 기대없이 도전했었는데....

왜 뽑아주셨나요. ㅜㅜ

 

책을 펼치면서 반 정도 볼 때까지는 담담했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전쟁고아도 아니셨고

또 그런 곳에 사시지도 않았었기에... 공감이 잘 안갔다.

우리 엄마 아버지는 나를 시골에 보내지도 않았고 자주 싸우지도 않으셨기에...

도통 공통점이 나오지 않아 드라마 속 남이야기인듯 담담하게 봤다.

 

그러다 멈춰진 장면이 있었다.

나의 여름이 고여있던 그 집.

그리고 이 좁은 골목의 계단.

기억 저편의 춘옥이 아줌마가 아련히 떠올랐다.

 

어릴적 친척 집 중 요정을 하는 친척이 있었다.

소리도 잘하고 춤도 잘추는 기생들의 선생님이 사위였던 친척할머니 집(요정)

할머니랑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낮에 본 화장기없는 예쁜 아줌마들이 할머니와 나를 반겨주셨었다.

그 중 춘옥이 아줌마는 나를 무척 예뻐하셨는데,

시장에 갈 때 데리고 가서 사탕도 사주고 머리도 빗겨주시고 그랬었다.

항상 오빠만 중요하게 생각했던 엄마보다 춘옥이 아줌마가 엄마였으면 했었던 기억...

 

저녁이 되면 목욕탕을 다녀오고 미용실을 다녀오면서 변신을 하는 춘옥이 아줌마.

화려한 한복에 양귀비를 본적은 없지만 양귀비 그 이상의 예쁜 아줌마.

밤이 되면 양복입은 중년신사들이 하나둘 단체로 오기 시작했고

손님들이 모여 있는 방에 아줌마들이 하나 둘 들어 갔었고

나랑 같이 있던 춘옥이 아줌마도 손님 방으로 들어갔었다.

 

춘옥이 아줌마는 그 방에서 뭘 할까?

너무도 궁금해 몰래가서 문 틈으로 들여다 봤었다.

양복신사들에게 술을 따라주고 노래도 부르고 손도 신사들에게 주고 그러더라.

춘옥이 아줌마는 그런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싶지않았는지

문틈으로 보는 나를 노려보면서 가라는 눈짓을 했었다..

 

서운했었다.

왜 춘옥이 아줌마는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

어린 나는 춘옥이 아줌마의 삶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머리를 빗겨주면서 불렀던 노래는 아련하게 기억이 난다.

'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가슴...도려내는...'

 

그 후 좀 세월이 지나고 들은 소식은 좋은 남자 따라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아쉬웠지만 난 아줌마가 잘 살기를 바랬다.

근데 또 그 후로 들려온 소식은 충격이었다.

그 좋은 남자에게 버림을 받고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왜?

좋은 남자 따라 떠나서 살면 좋은거 아니었나?

왜 버림을 받고 죽었을까..

 

이 책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지만

사랑과 죽음,

기억속에서 버려지는 상실감.

여러 가지가 뒤범벅 되어 누구 땜에 울게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사랑을 잃어버린 자의 서글픔인지,

죽음으로부터 온 상실감인지...

 

사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다 죽는다.

그 마지막의 모습이 다를 뿐, 누구도 그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고정순 작가가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도 몰랐는데

이제 고정순 작가에게 한 발 다가선 기분이다.

두려움이 앞선다.

이 작가에게 빠질까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썼습니다.

하지만 책에 대한 소개보다는 책을 읽고 개인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는 이미 다 나와 있고 다른 분들이 많이 쓸 것 같아서요.

좋은 책 주셔서 감사하고,

오래간만에 가슴을 안고 울어서 감사했습니다.

https://youtu.be/MCM7dViMX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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