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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ㅣ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그림책을 보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은 2006년 종각역 반디 앤 루니스 서점에서였다.
결혼으로 내 모든 것들이 추락했다고 생각했을 때
딸을 낳음으로 비로소 모성을 이해하게 된 나의 깨달음,
반성과도 책, <딸은 좋다>를 보면서였다.
35살이 되도록 결혼 할 생각 안하는 나를 등떠다밀듯 시집 보낸 엄마가
서운했고
원망스러웠고
미웠었다.
어쩔 수 없이 담담하게 현실에 적응하며 딸을 낳아 키워보니 누구보다 엄마를 이해하게 되어
봇물 터지듯 눈물이 펑펑 나왔었던 기억.
그 후 16년이 흐르고 내 눈물을 나오게 하는 그림책은 없었다.
아니 눈물을 흘렸을지는 몰라도 가슴을 안고 소리내어 울었던 책이 없었던 거겠지.
소리없는 뜨거운 눈물이 나온 책,
고정순의 옥춘당.
사실 이럴까봐 서평 신청은 했지만 당첨 안되길 빌었었다.
서평단에서 계속 떨어지니까 되던 말던 기대없이 도전했었는데....
왜 뽑아주셨나요. ㅜㅜ
책을 펼치면서 반 정도 볼 때까지는 담담했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전쟁고아도 아니셨고
또 그런 곳에 사시지도 않았었기에... 공감이 잘 안갔다.
우리 엄마 아버지는 나를 시골에 보내지도 않았고 자주 싸우지도 않으셨기에...
도통 공통점이 나오지 않아 드라마 속 남이야기인듯 담담하게 봤다.
그러다 멈춰진 장면이 있었다.
나의 여름이 고여있던 그 집.
그리고 이 좁은 골목의 계단.
기억 저편의 춘옥이 아줌마가 아련히 떠올랐다.
어릴적 친척 집 중 요정을 하는 친척이 있었다.
소리도 잘하고 춤도 잘추는 기생들의 선생님이 사위였던 친척할머니 집(요정)에
할머니랑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낮에 본 화장기없는 예쁜 아줌마들이 할머니와 나를 반겨주셨었다.
그 중 춘옥이 아줌마는 나를 무척 예뻐하셨는데,
시장에 갈 때 데리고 가서 사탕도 사주고 머리도 빗겨주시고 그랬었다.
항상 오빠만 중요하게 생각했던 엄마보다 춘옥이 아줌마가 엄마였으면 했었던 기억...
저녁이 되면 목욕탕을 다녀오고 미용실을 다녀오면서 변신을 하는 춘옥이 아줌마.
화려한 한복에 양귀비를 본적은 없지만 양귀비 그 이상의 예쁜 아줌마.
밤이 되면 양복입은 중년신사들이 하나둘 단체로 오기 시작했고
손님들이 모여 있는 방에 아줌마들이 하나 둘 들어 갔었고
나랑 같이 있던 춘옥이 아줌마도 손님 방으로 들어갔었다.
춘옥이 아줌마는 그 방에서 뭘 할까?
너무도 궁금해 몰래가서 문 틈으로 들여다 봤었다.
양복신사들에게 술을 따라주고 노래도 부르고 손도 신사들에게 주고 그러더라.
춘옥이 아줌마는 그런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싶지않았는지
문틈으로 보는 나를 노려보면서 가라는 눈짓을 했었다..
서운했었다.
왜 춘옥이 아줌마는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
어린 나는 춘옥이 아줌마의 삶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머리를 빗겨주면서 불렀던 노래는 아련하게 기억이 난다.
'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가슴...도려내는...'
그 후 좀 세월이 지나고 들은 소식은 좋은 남자 따라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아쉬웠지만 난 아줌마가 잘 살기를 바랬다.
근데 또 그 후로 들려온 소식은 충격이었다.
그 좋은 남자에게 버림을 받고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왜?
좋은 남자 따라 떠나서 살면 좋은거 아니었나?
왜 버림을 받고 죽었을까..
이 책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지만
사랑과 죽음,
기억속에서 버려지는 상실감.
여러 가지가 뒤범벅 되어 누구 땜에 울게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사랑을 잃어버린 자의 서글픔인지,
죽음으로부터 온 상실감인지...
사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다 죽는다.
그 마지막의 모습이 다를 뿐, 누구도 그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고정순 작가가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도 몰랐는데
이제 고정순 작가에게 한 발 다가선 기분이다.
두려움이 앞선다.
이 작가에게 빠질까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썼습니다.
하지만 책에 대한 소개보다는 책을 읽고 개인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는 이미 다 나와 있고 다른 분들이 많이 쓸 것 같아서요.
좋은 책 주셔서 감사하고,
오래간만에 가슴을 안고 울어서 감사했습니다.
https://youtu.be/MCM7dViMX8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