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니? 비룡소 창작그림책 76
노혜진 지음, 노혜영 그림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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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이 내게 온지 시간이 좀 많이 흘렀다.

그림책 보기를 계속 미룰 수 밖에 없었던 내 현실, 이제서야 이 그림책을 가슴에 안으며 찬찬히 본다.

처음에 내 눈길을 끌었던 이 그림.
왼쪽은 치마밑 하얀 고무신,
오른쪽은 몸빼 아래 고무 씨레빠(슬리퍼).
정사각형의 구성도 좋고 짧은 글도 좋았다.

이 책은
일제통치에서 벗어난 해방과 6.25 한국 전쟁을 거쳐
아껴 살수 밖에 없었던 그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온 두 할머니의 이야기다.
시대적인 아픔과 힘든 역경을 모노톤의 그림으로 잔잔하게 풀어냈는데, 이야기의 연결도 구성도 무척 애잔하면서도 아름답다.
누가 이렇게 구성했을까... 작가를 살펴봤더니 노혜진, 노혜영 두 자매 작가란다.

이제서야 알게된 지난 북토크(2022.12.22)와 지난 전시회(2022.2.24-6.26)가 아쉬울 정도다.
'꼬맹이언니' 블로그에서 이 전시가 있었다는걸 뒤늦게나마 살펴봤다.
이야기는 친할머니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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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많이 닮은 정자는
아버지가 일을 나가시기 전 아버지의 모자를 안고 툇마루에서 기다린다.
아버지 따라 나간 海州한약방은 정자의 놀이터가 되곤했다.
아버지의 가슴만큼 키가 크면 자전거 타고 배달 갈 마음도 먹었고
약초냄새만큼이나 차분한 책의 글자 냄새도 좋아해
글을 읽으면 아버지께 칭찬도 받았던 정자는 나름 꿈이 있었다. ​

그러나 사나운 바람이 불어와
정자는 시집을 가야했고 꿈도 이룰 수가 없었다.
자식을 두번이나 잃고 한 아이를 얻고 그리고 해방, 아이가 5살이 되면 아버지 뵈러 가겠다던 약속은 피붙이 전쟁으로 또 지키지를 못한 채...
그렇게 힘든 여러 일을 거쳐 억척스럽게 살았는데 남편을 잃고,
구비구비 많은 그 사연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오.
그대는 어떠 합니까?

그대인 외할머니 월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도 그랬습니다.
'월순' 이란 이름으로 자라 혼인하고 아이를 낳고, 그저 아이들 입에 먹을 것이 있으면 마냥 기뻤어요.
월순은 1969년 남편을 잃었다고,
울 새도 없이 마지막 상을 정성껏 차렸다고,
고마운 사람들 덕에 슬픔에 지지 않았다고 이어간다.
남편 대신 다섯 아이가 내곁에 남아 웃을 수 있었고, 아이들을 위해 부엌을 지키며 늘 아이들 맞이로 바빴던 월순.

세월은 흘러 외할머니 월순은 딸의 아기를 보러 먼 길을 나선다.

그렇게 두 할머니는 서로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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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할머니의 삶을 보며
자연스럽게 나의 외할머니와 친할머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월 대보름이 가까워지면
호두, 땅콩, 오곡들을 보내시면서 부럼 까먹으라는 붓글씨 편지를 함께 보냈던 외할머니,
글을 쓰는건 본 적이 없지만 손주들인 우리들을 잘 거둬 먹이고 키우던 친할머니.
집안의 차이겠지만 근엄하고 박식했던 외할머니와 음식 잘 하시고 잘 웃으셨던 친할머니의 고운 미소 속에
이만큼 세월이 흘러 그 그리움을 더듬는 내가 있다.

돌아가신 엄마와 요양원에 계시는 시어머니의 삶도 그렇게 고단하고 힘들었었어. 그치만 꿋꿋하게 살아내셨기에 오늘의 나와 남편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 시대의 어머니를 조용히 생각해보게 하는,
인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그 삶 속에 여성의 고된 삶들이 강인함과 아름다움으로 잘 녹여져 있는 책이다.

삶이 고단하지만 위로받고싶은 사람,
부모에게 상처를 받아 부모의 삶을 인정하고싶지않은 사람,
감사하지만 자주 못뵈는 현실 자식들에게 이 책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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