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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인간 ㅣ 한스 올라브 랄룸 범죄 스릴러 시리즈 1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 / 책에이름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한스 올라브 랄룸,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군요. 최근에 일본 외 다른 나라의 작품 중 본격 추리 소설이 나오기는 오랜만입니다. 랄룸은 노르웨이에서는 역사학자이자 강연자, 또한 인권운동가로 유명한 인물로서 본 작품은 그의 데뷔작이자 형사와 18세 천재소녀 파트리시아 콤비가 활약하는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1968년 4월 초, 오슬로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소식에 주인공이 출동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죽은 사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저항하였고 전후에는 정치가로 활약했던 이였습니다. 현장 출동한 콜비외른 크리스티안센 경감은 사건 당시 푸른 비옷을 입은 사람이 왔다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범인이 과연 아파트 주민 중에 있는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그러다가 지인의 딸인 파트리시아에게서 부름을 받습니다.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신동으로 소문났으며 한때는 노르웨이를 대표할 피겨 스케이트 선수로서 주목받기도 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었으며 현재는 방에 앉아서 뉴스와 신문, 책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뉴스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경감에게 알려 주죠. 경감은 처음에는 그리 미더워하지 않지만 그녀의 해석이 점점 일리가 있다 생각하고, 이 사건 뒤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있었던 일과 관련된 복잡한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파리인간’은 파트리시아가 만들어낸 용어로서 과거의 경험, 특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로서 그 비슷한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뛰어들거나 스스로 그런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재현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쓰레기 더미에 파리가 꾀듯이 말이죠.
랄룸은 고모할머니에게 이 작품을 헌정한다고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랄룸의 고모할머니가 겪었던 일에서 모티브를 땄기 때문이죠. 당시 노르웨이는 독일에 점령당했고 독일에 협력하는 이들과 저항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많은 갈등이 있었죠. 이 작품은 안락의자 탐정과 그 조수, 막판의 범인 지목 등 본격 추리물이면서도, 전쟁으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어떤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는지도 알려주며 노르웨이 정치사 연구자가 쓴 소설답게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웨이의 상황에 대한 묘사,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과 극적인 사건에 대한 묘사도 잘 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 작품은 최근 꾸준히 나오는 북구 추리소설 중에서도 가장 추천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