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개에도 나와 있듯이 이 작품은 캐나다 퀘벡 주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입니다. 캐나다에 가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감회가 새롭군요. 더욱이 단풍나무 숲에서의 살인이라니 정말 퀘벡과 어울리는 배경입니다. 세계 메이플 시럽의 85%가 캐나다에서 생산된다고 하고 특히 퀘벡에서 많이 나온다죠.
캐나다는 영미 문화권이나 퀘벡은 영국과의 신대륙 개발 경쟁에서 밀린 프랑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지금도 프랑스 어를 쓰며, 한때 분리독립을 투표로 정했지만 부결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도 영국계와 프랑스계 캐나다인의 갈등이 심한 곳이기도 하죠.

내용을 소개하면 추수감사절 아침, 단풍나무 숲에서 한 소부인이 화살에 맞아 죽은 시체로 발견됩니다. 사람들은 사냥꾼의 화살에 잘못하여 맞아 죽었다 여기지만 아르망 가마슈 경감은 뭔가 다른 일이 있었으리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을의 온갖 인간군상이 소개됩니다. 죽은 제인의 친구인 클라라, 말썽꾼 베르나르, 그리고 욜랑드 등 각종 인물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더군요. 그리고 다른 분들도 버릇없는 니콜 형사가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라고 하는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니콜 형사는 저자 페니의 젊은 시절을 모델로 한 캐릭터라니 계속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읽는 내내 정말 애거서 크리스티가 다시 나타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입니다. 특히 <위치우드 살인사건(살인은 쉽다)>와 <엄지손가락의 아픔>이 먼저 생각나더군요. 평화로워 보이는 시골 마을, 그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살의, 사건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성격 등등 간만에 코지 미스터리이자 정통 미스터리를 원없이 즐길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아쉬웠던 점은 앞에 등장인물 소개나 엘러리 퀸의 라이츠빌 시리즈처럼 마을 지도가 있었다면 더욱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편도 계속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추신: 그런데 이 시리즈의 배경이 계속 스리 파인즈면 조금 이상할 것 같습니다. 스리 파인즈는 '범죄 없는 마을'이었는데 갑자기 '범죄가 계속 일어나는 마을'이 되어 버리면, 갑자기 무슨 마(?)가 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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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과 기도
시자키 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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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 미스터리라, 제가 어렸을 적부터 매우 좋아하던 장르입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사건을 해결하고, 그 사건이나 배경 등이 그 장소의 문화나 역사 등을 반영하므로 여행 간접체험도 되고 학습 효과까지 있으니까요.

이 작품은 주인공 사이키가 세계 곳곳을 돌면서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며 그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다섯 개 단편으로 된 단편집입니다.
1. [사막을 달리는 뱃길]: 작가 시자키 유에게 신인상을 안겨준 작품이지요. 서부 아프리카의 전통 깊은 솔트로드, 즉 소금을 거래하는 길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이키는 낙타 대상들과 함께 낙타를 타고 소금을 운반하는데, 가는 길에 상인이 한 명씩 살해됩니다.
제가 보기엔 이 작품의 살해 동기가 이해하기는 좀 힘들더군요, 제가 그곳 사람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결말은 그 지역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독자들에게 심어줄 것 같아 조금 걱정됩니다.
2. [하얀 거인]: 주인공 사쿠라와 사이키는 스페인의 한 풍차 마을을 방문합니다. 그 마을에는 풍차에 들어갔다가 사라진 한 남자에 대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사쿠라는 자신의 연인이 그 마을의 어느 풍차에 들어갔다가 감쪽같이 사라진 사건 때문에 가슴아파하고 있지요.
솔직히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입니다. 전설의 풀이도, 연인의 실종도, 마지막 반전도 너무 허무할 정도로 쉽게 해결되더군요.
3. [얼어붙은 루시]: 러시아의 한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썩지 않는 시신의 비밀을 푸는 사이키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4. [외침]: 아마존에서 일어난 에볼라 바이러스(원래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지만)로 인하여 한 부족이 몰살되어 가는 가운데,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슬픈 이야기 같더군요.
5. [기도]: 동남아의 한 동굴을 배경으로 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국적인 배경이 확 들어오는 작품입니다. 단편보다는 장편으로 나갔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007이나 인디아나 존스 스타일의 모험물을 좋아하는 터라 이러한 여행 미스터리는 정말 제 마음을 확 사로잡더군요.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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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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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에 언제부터인지 나타난 '일상 미스터리'란, 살인 등 강력범죄 없이 일상의 소소한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이야기로서 잔혹함보다는 따스함과 웃음을 줍니다. 저는 어렸을 때 도널드 소볼의 <백과사전 브라운> 시리즈를 읽으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서점에 <과학탐정 브라운>이라는 시리즈로 나와 있지요. 누가 텐트를 훔쳐 갔는지, 누가 새에게 술을 먹였는지, 누가 지구본을 깼는지, 이 클럽에 가입하려는 사람인데 그가 거짓 경력을 말하는지 등의 사건을 다룬 단편집으로 가볍게 보면서 여러 분야의 지식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전에 선배에게서 들은 말이지만 일상 미스터리는 매력적이면서 그만큼 쓰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합니다. 강력범죄가 아니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해 가면서, 독자들이 몰입해 가면서 볼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만한 필력을 키우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은 그런 면에서 일상 미스터리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잘 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총 다섯 편으로 이루어진 이 단편집은 남학생인 고바토(해설자)와 그 반 애인 반 친구(?)인 오사나이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한 두 사람은 친구의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다니고, 그림에 숨겨진 뜻을 풀고, 친구 집에 초대되어 코코아를 대접받았는데 그 코코아를 만든 흔적이 부엌에 없자 이상하게 생각하고, 컨닝페이퍼 사건을 보고, 마지막에 도난당한 자전거를 찾는 등 여러 가지 소동을 벌입니다.
읽는 동안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추리를 좋아하지만 소심한 고바토, 그리고 단 것을 아주 좋아하고 무슨 일이든 당하면 참지 못하는 오사나이, 의협심이 강하고 터프한 겐고라는 캐릭터가 벌이는 소동이 매우 유쾌하게 그려져 있으며, 우리같으면 무심히 넘어갈 사건도 하나씩 생각해 보는, 어떻게 보면 엉뚱하기까지 한 이들의 행동도 모두 개연성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하여 일상 미스터리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도 꼭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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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인간 한스 올라브 랄룸 범죄 스릴러 시리즈 1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 / 책에이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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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스 올라브 랄룸,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군요. 최근에 일본 외 다른 나라의 작품 중 본격 추리 소설이 나오기는 오랜만입니다. 랄룸은 노르웨이에서는 역사학자이자 강연자, 또한 인권운동가로 유명한 인물로서 본 작품은 그의 데뷔작이자 형사와 18세 천재소녀 파트리시아 콤비가 활약하는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1968년 4월 초, 오슬로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소식에 주인공이 출동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죽은 사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저항하였고 전후에는 정치가로 활약했던 이였습니다. 현장 출동한 콜비외른 크리스티안센 경감은 사건 당시 푸른 비옷을 입은 사람이 왔다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범인이 과연 아파트 주민 중에 있는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그러다가 지인의 딸인 파트리시아에게서 부름을 받습니다.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신동으로 소문났으며 한때는 노르웨이를 대표할 피겨 스케이트 선수로서 주목받기도 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었으며 현재는 방에 앉아서 뉴스와 신문, 책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뉴스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경감에게 알려 주죠. 경감은 처음에는 그리 미더워하지 않지만 그녀의 해석이 점점 일리가 있다 생각하고, 이 사건 뒤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있었던 일과 관련된 복잡한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파리인간’은 파트리시아가 만들어낸 용어로서 과거의 경험, 특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로서 그 비슷한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뛰어들거나 스스로 그런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재현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쓰레기 더미에 파리가 꾀듯이 말이죠.

랄룸은 고모할머니에게 이 작품을 헌정한다고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랄룸의 고모할머니가 겪었던 일에서 모티브를 땄기 때문이죠. 당시 노르웨이는 독일에 점령당했고 독일에 협력하는 이들과 저항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많은 갈등이 있었죠. 이 작품은 안락의자 탐정과 그 조수, 막판의 범인 지목 등 본격 추리물이면서도, 전쟁으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어떤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는지도 알려주며 노르웨이 정치사 연구자가 쓴 소설답게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웨이의 상황에 대한 묘사,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과 극적인 사건에 대한 묘사도 잘 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 작품은 최근 꾸준히 나오는 북구 추리소설 중에서도 가장 추천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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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나무 아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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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코미조 세이시의 캐릭터인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본의 국민 탐정이고, 오늘날에도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에서 김전일의 할아버지라는 설정이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탐정입니다. 한동안 뜸하였지만 이번에 다시 그 시리즈가 나오니 기쁘군요. 표제작인 <백일홍 나무 아래>를 비롯하여 4편으로 구성된 단편집입니다.

 

<살인귀>: 5백 명 중 한 명은 살인자라는 언급에서 먼저 시작합니다. 이 편의 해설자인 추리작가 야시로는 어느 날 한 여인이 자신에게 와서 수상한 사람이 자신을 쫓아오고 있으니 같이 가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야시로는 의족을 한 수상한 이를 보게 되지만, 얼마 후 그녀의 집에서 끔찍한 살인이 일어났음을 알게 됩니다. 솔직히 네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야시로의 행동에(스포일러라 밝히지 않습니다) 별로 공감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흑난초 아가씨>: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연속 도난 사건의 범인은 ‘흑난초’라 불리는 한 양장 여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여인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목격자가 나오며 긴다이치 코스케가 사건이 뛰어들게 됩니다. 네 작품 중 가장 추리소설의 기본에 충실한, 누가 왜 죽였는가를 밝히는 과정이 잘 나타난 작품입니다.

<향수 동반자살>: 전쟁 중에도 꾸준한 연구로 향수를 개발해 온 향수 부잣집에서 일어난 동반 자살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후 불행한 세대와 그 타락한 자식들이라는 배경 묘사가 잘 되어 있습니다.

<백일홍 나무 아래>: 표제작으로서 개인적으로 4편 중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아내를 친구 네 명에게 부탁하고 소집된 사에키는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고 귀환했다가 아내의 의문스러운 자살 소식을 듣고 경악합니다. 그리고 1년 후, 그녀를 기리는 자리에서 네 명의 남자 중 한 명이 독살당합니다. 독살 트릭은 물론 마지막 반전도 좋습니다.

 

이 단편집의 특징은 다른 시리즈와는 달리 긴다이치의 해결 방식이 그리 명쾌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백일홍 나무 아래>는 설정 상 <옥문도>보다도 과거의 일이라 그런지 전후 일본의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지지요. 요코미조 세이시는 이러한 단편들을 통해 전쟁으로 인하여 파괴된 사람들을 그리며 당대 일본의 분위기를 전달하려 했던 것입니다. 더욱이 이 단편들은 훗날 나온 장편에 영향을 준 작품들도 있으므로 긴다이치 시리즈의 팬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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