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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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악당들의 섬>이라, 제목만으로는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생각나게 하지만 원제 <Rogue Island>는 미국의 가장 작은 주인 로드아일랜드의 기원이 사실은 로그 아일랜드, 즉 악당들의 섬이라는 데서 비롯되었다는(극중에서의 설정이지만) 데서 나온 제목이지요. 해적들이 그곳을 거점으로 밀수를 하였기 때문이니까요.

 

 로드아일랜드 주의 작은 마을인 마운트 호프에서 연이어서 화재 사건이 일어납니다. 커피포트에 휘발유를 가득 채운 뒤 스위치를 올려놓고 달아나는 방법으로 방화를 저지르는 범인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실험해 보시지는 마십시오), 희생자는 점점 늘어만 가는 가운데 동네 사람들은 불안해합니다.

 신문기자 멀리건은 이 사건 취재에 나서지만 그에게 여러 장애물이 있습니다. 그의 기사 때문에 사실 손해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거기다 깊숙이 사건을 파고들수록 그와 그의 주변에서도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나고, 그 역시 몇 번이나 습격을 받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멀리건의 추적은 계속됩니다.

 

  이 작품이 브루스 다실바의 데뷔작이라고는 하지만 40여 년간 언론계에 몸담아 온 베테랑 기자 출신답게 대단한 필력이 돋보입니다. 특히 인물 묘사가 매우 훌륭합니다. 자기는 늘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신문기사에 욕이 들어가면 화를 내는 편집장, 멀리건의 단골 가게 주인 영감, 멀리건과 원수지간인 경찰관, 멀리건의 애인, 멀리건에게 전화를 걸면 욕부터 하는 전처, 신문사주의 아들이지만 멀리건의 파트너가 된 견습기자, 멀리건의 동창이자 정의감에 가득 찬 여성 소방관 등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의 묘사가 정말 생생합니다.

 물론 가장 빛나는 캐릭터는 멀리건입니다. 대개 이러한 스릴러의 주인공은 삶에 찌든 베테랑 형사가 맡는데, 멀리건 역시 삶에 찌들고 매사 삐딱한 태도를 보이며, 술에 절어 살기는 하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마운트 호프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중간중간 냉소적인 유머가 아주 돋보입니다.

 브루스 다실바의 차기작에도 멀리건이 등장한다니 정말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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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환의 심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6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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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스릴러 작가로 자리매김을 한 마이클 코넬리의 신작입니다. 코넬리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해리 보슈, 얼마 전 영화로 개봉했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주인공인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 이 두 사람이 한 작품에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팬들을 설레게 했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와 같이 미키 할러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미키 할러의 동료 변호사인 빈센트가 총에 맞아 죽게 되자 할러는 그가 맡았던 사건을 인수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인 월터 엘리엇은 자신의 아내와 정부를 총으로 쏘았다는 혐의를 받고 수감 중입니다. 미키는 그의 변호를 맡게 되지만 엘리엇이 다른 범죄와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해리 보슈와 만나게 됩니다. 보슈 형사에게서 이유 없는 친밀감을 느끼게 되지만 사사건건 사건에 끼어드는 보슈를 귀찮게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도 몇 번이나 위험에 빠지게 되자 할러는 진실을 찾아 나섭니다.

 

 마이클 코넬리는 매년 적어도 한 작품을 내고(그것도 분량이 상당한),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걸작이라 평가받는, 오늘날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솔직히 아직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정말 필력이 있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굉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 2012년 상반기 최대 흥행작인 영화 <어벤저스>처럼, 마이클 코넬리판 <어벤저스>라는 말이 결코 모자라지 않습니다. 까메오(?)급 출연이지만 코넬리의 또다른 대표작 <시인>에 등장했던 잭 맥커보이 기자도 등장하니 말입니다.

 마이클 코넬리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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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의 문제 진구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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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변호사’시리즈로 주목받았던, 국내에서는 드문 본격 추리소설 작가 도진기의 신작 두 편이 새 캐릭터와 함께 나왔습니다. 이번의 주인공은 김진구라는 20대 백수 청년으로, 그는 대학도 고등학교도 중퇴했으며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죠. 그리고 탐정 캐릭터로서는 드물게 도덕에 대한 관념이 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일한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순서의 문제>는 이 단편집의 표제작이자 첫 번째 단편입니다.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진구는 묘한 손님을 맞이합니다. 원주에 가서 전화 한통만 해주면 50만 원을 주겠다는 겁니다. 나중에 진구는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임을 알게 되고 자신이 직접 그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섭니다.

 <대모산이 너무 멀다>는,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 해리 케멜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의 오마주적인 작품입니다. 진구에게 여자친구인 해미가 찾아와 지하철에서 본 수상한 남자 이야기를 하자, 진구는 그 이야기만 듣고도 그가 누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냅니다.

 <막간: 마추피추의 꿈>은 추리퀴즈와 같은 형식으로, 제목 그대로 막간의 휴식 같은 작품입니다. 진구는 해미와 페루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진구가 공항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해미만 혼자 가게 되죠, 그런데 해미가 페루에 도착하니 진구가 맞이해 줍니다. 과연 진구는 어떻게 해미보다 먼저 도착했을지 알아맞히는 재미도 있습니다.

 <티켓다방의 비밀>은 중편입니다. 진구는 해미의 먼 친척이 자살했다는 말을 듣고 그 유족이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진구는 법 지식을 총동원하는 동시에 그의 주변에서 있었던 기이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 나갑니다. 중간중간의 반전이 돋보입니다.

 <신 노란 방의 비밀>은, 납치되었다가 탈출한 소녀. 하지만 그 소녀는 납치된 장소를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 소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노란 방’뿐인데요. 과연 그 소녀의 기억 속에 담긴 진실은 무엇일까요?

 <뮤즈의 게시>는 진구와 해미가 법정에 증인으로 서서 피고인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진구는 그 사건에 이상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 시작하죠, 특히 저자의 다른 시리즈 주인공인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특별출연하니 고진 팬들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리바이 트릭과 법정 장면 묘사가 돋보입니다.

 <환기통>은 이 단편집 중 극중 시간으로는 가장 오래된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도서물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환기통에 숨어든 도둑이 경비원과 환기통에서 맞닥뜨리며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 경비원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지만 도둑은 무죄를 주장하게 되죠. 이 사건과 동시에 진구와 해미의 첫 만남 이야기도 덤으로 그려집니다.

 

 

 

 한국 본격 추리문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도진기 작가님의 작품인 만큼, 단편집도 장편도 추리소설적 재미가 충분하며 진구라는 캐릭터도 돈만 아는 것 같지만 의외로 매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가끔 보면 해미를 끔찍이 아끼는 듯한 모습도 보여주고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모산은 너무 멀다>는 어림짐작의 도가 조금 지나치며, <뮤즈의 게시> 등도 트릭에서 조금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구의 활약이 고진 변호사의 활약 못지않게 기대되는군요. 다음번에는 진구의 라이벌 캐릭터, 혹은 진구의 과거 등이 더 자세히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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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힘 1 밀리언셀러 클럽 124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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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힘>은 돈 윈슬로의 작품으로, 멕시코에서 일어나는 마약 조직간의 전쟁과 이에 맞서는 미국과 멕시코의 수사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초장부터 수십 명이 잔인하게 총에 맞아 죽는 참사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개의 힘’이라는 말이 나오죠. 이는 구약 성서에 나오는 말로서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어두운 면을 뜻하고 있습니다.

 

 마약 수사관인 아트는 멕시코 마약 조직원들과 친해져 가면서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어 마약 조직을 소탕해 가지만, 사실 바레라 가의 사람들은 아트가 다른 조직을 소탕하는 동안 자신들의 힘을 길렀던 겁니다. 아트는 이에 분노하여 멕시코 마약조직을 모두 잡겠다 결심합니다.

 티오, 아단, 라울 등으로 구성된 바레라 조직은 다른 조직들과의 전쟁을 통하여 세력을 넓혀 가고, 이들은 때로 아트의 주변가지 습격해 갑니다. 아트는 바레라 조직 소탕을 위하여 고급 유흥업소 여성인 노라를 아단의 주변에 침투시킵니다. 그녀는 아단을 사랑하는 척 하면서 아트에게 조직의 정보를 빼내 주지요. 그리고 아트의 끈질긴 수사는 계속 전개되어 갑니다.

 

 추리소설로서는 드물게 1975년부터 2003년까지, 거의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보면서 통쾌함보다는 씁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로 명분(하지만 사실은 돈)을 가지고 싸울 뿐, 서로에게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보복을 하는 마약 조직의 모습을 아주 장황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때때로 실제 인물까지 나와 리얼리티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노라와 아단, 아트 등 여러 사람이 모두 맞닥뜨려 벌이는 인질극 장면은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박진감이 넘칩니다.

 니체는 “괴물과 싸울 때는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였는데, 수사관인 아트는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었는지 스파이 침투 외에 온갖 술수를 이용하여 바레라 조직을 전멸시키기 위하여 힘씁니다. 그 과정에서 아트 자신의 삶도 여러 모로 망가지고 아트의 동료도 많이 희생되죠. 특히 아트가 자신의 실수로 인하여 마약조직원의 가족(어린아이까지)이 몰살당했을 때 괴로워하던 모습을 보며, 무엇을 바라고 이런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더욱이 이 와중에 희생되는 이들은 애매한 시민들이라는 점이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실제로 월남전 때처럼 고엽제를 뿌리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마약 외에 농산물도 모두 망가지게 되고, 더욱이 마을 주민들이 마약조직의 위협으로 강제로 마약 재배에 동원되는 일도 많으니까요.

 실제 콜롬비아나 멕시코의 마약이 심한 사회문제가 되고 어느 곳에서는 마약조직이 대통령까지 갈아치울 정도라고 할 정도로 남미의 마약 문제는 심각합니다. 마약조직과 그로 인하여 일어나는 일들이 이 책에서 나온 그대로라면 언제 이 전쟁은 끝나게 될지, 끝날 수 있다면 빨리 끝나기를 바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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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총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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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 아홉 편 중 여섯 편만이 한국에 소개되어 있음을 늘 안타깝게 여겼는데, 미발표 3편 중 첫 번째 작품인 <미국 총 미스터리>가 이번에 나왔으니 엘러리 퀸 의 팬으로서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지요.

 

 로데오 스타이자 전직 영화배우인 벅 혼이 뉴욕의 경기장 ‘콜로세움’에서 재기의 경기를 갖게 됩니다. 벅 혼이 말을 타고 달리면 뒤에서 40명의 카우보이(로 분장한 사람들)가 그를 추격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하고 있는데, 갑자기 벅 혼이 말에서 떨어지고 뒤의 40마리의 말에 짓밟히고 맙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벅 혼은 총에 맞고 쓰러졌습니다.

엘러리 퀸은 그 40여 명의 카우보이 중 누구에게서도 벅 혼을 쏜 총이 발견되지 않았고 벅 혼의 총마저도 하나 없어졌음을 알게 되고, 이 사건의 관계자들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그 뒤에는 쇼 흥행계의 거물, 카지노 사업가, 영화배우, 권투선수 등이 벅 혼과 관계있음이 밝혀지고, 그 중 과연 누가 어떻게 그를 쏘고 어떻게 빠져나갔을까가 관건이 됩니다.

 

 역시 이번 작품도 엘러리 퀸 특유의 논리와 합리성이 빛납니다. <미국 총 미스터리>라는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총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범인이 총을 쏜 방법부터 어디에 숨겼는지 등, 더욱이 그 동안은 서문에서만 나왔던, 엘러리 퀸의 대리인인 J. J 맥이 이번에는 에필로그에서 엘러리 퀸과 담화를 하는 장면이 덧붙여졌습니다. 그리고 퀸 집안의 하인인 주나도 의외로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단점이 있다면 범인의 정체를 암시하는 복선이 좀 더 있었다면, 예를 들어 벅 혼이 출연했던 영화를 보여준다든지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편에 있던 등장인물 소개가 이번 권에는 없더군요.

 역시 엘러리 퀸이다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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