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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 고종 즉위부터 임시정부 수립까지
김태웅.김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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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는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소개되었던 팟캐스트 <역사탐구생활>의 내용을 정리해 출판한 책이다. 전문 역사학자가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출판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요즘 출판시스템의 한 측면을 적극 활용한 모습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애초에 딱딱한 글 형식이 아니라 팟캐스트 오디오 방식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보니 더욱 쉽게 내용들이 다가온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일 것이다.

 

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는 제목 그대로 29개의 질문으로 한국 근대사를 훑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한국근대사의 시간적 범위는 조금 특이하다. 1863년 고종 즉위부터 1919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에 이르기까지 50여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시간적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역사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관점 그 자체를 드러내는 일이다. 1863년 고종 즉위부터 1910년 경술국치까지 다루면 조선은 왜 멸망했는가?’라는 주제에 자연스럽게 천착하게 된다는 저자들의 문제의식에 일정정도 동의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1863년 고종 즉위부터 한국근대사의 범위로 다루는 문제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1863년부터를 근대사로 파악하면 고종 즉위와 흥선대원군의 집권시기를 근대화라는 당위성 속에서 역사를 해석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오히려 이 시기의 통치는 조선왕실의 권위를 되살리고 정조이전의 유교적 통치를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물론 이전에 정조의 통치마저도 근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하는 역사서술이 난무했었기에 무슨 차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근대를 피할 수 없는 흐름이자 당위로서 바라보게 만든다는 데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은 모든 챕터들을 질문으로 시작해 한국근대사의 주요 토픽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이슈들을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계의 주요 논쟁지점들을 소개하고 그 추이에 대해서도 간략한 언급을 하고 있는 점에서 개설적이면서도 일정한 전문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높여주는 측면이 있다. 그런 책의 특징을 보여주듯, 부록으로 참고문헌 목록도 길게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조금은 아쉬운 점도 있다. 각 챕터별로 참고문헌을 나누어 소개하거나 논쟁별로 주요 논저를 소개해주는 형태를 가져갔다면 독자들에게 좀더 친절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등장한 이것만은 꼭!’ 보다도 이런 정리가 더 필요했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챕터의 내용들은 정치사를 중심으로 서술되었지만 시대별 사회사, 문화사의 중요한 논의들도 빼먹지 않고 훑고 가고 있다. 그러나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게도 오류들이 보인다. 마지막 29번째 질문, ‘대한민국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는가?’에서는 일본이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가짜로 몰기 위해 가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지만, 3.1운동 당시 격문에 가정부가 곧 수립될 것이라는 격문이 서울 시내에 뿌려지기도 했던만큼, ‘가정부는 거짓이나 가짜가 아니라 임시라는 뜻으로 해석하는게 옳다. 그리고 대한국민의회에서 손병희를 수반으로 한 별도의 임시정부를 수립했다는 설명은 최근까지도 교과서에 실려있지만 이미 1980년대 반병률 선생의 대한국민의회 연구에서 논박된 사실무근의 이야기다. 30년도 더 지난 오류를 전문 역사학자의 책에서까지 다시 본다는 점에서는 너무 아쉬움이 크다.

 

이런 자잘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은 쉽고 편하게 한국 근대사를 접하게 해준다. 이후에도 이런 작업이 다른 시대사, 다른 주제사로 확장되어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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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 어느 노비 가계 2백년의 기록
권내현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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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자기 집안의 내력과 조상에 대해 조사해오라고 하면, 반 아이들 모두는 으레 어느 명문 양반가문의 몇 대손인지 알아오고 자신의 선조에 대해 자랑스레 발표하곤 했다. 나 또한 그랬고, 시조와 관련된 위인전을 읽고 또 읽었으며 그로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그러한 기억 이면에는 잊혀진 수많은 ‘선조’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양반’이 아니었으며, 노비에서 평민을 거쳐 양반이 되는... 신분제 사회에서 불가능하게만 느껴지는 높은 벽을 뛰어넘어왔던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지향이 있었다는 사실은 밝혀졌어도,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피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들이 어떻게 ‘양반’이 되었는지... 그 모든 것들이 잊혀졌다.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은 한 노비 가계의 호적을 매개로 그들이 어떻게 노비에서 평민으로, 다시 양반을 지향해 나갔는지를 추적해나간 책이다.

조선후기 사회에서 ‘양반지향’적인 분위기가 강했다는 사실은 여러차례 주장되어왔었으나, 그 구체적 실체로 그들이 어떻게 양반이 되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드러난 바가 없었다. 저자 권내현은 남겨진 호적들을 명탐정이 사건 추리를 위해 단서를 찾아나가듯 샅샅이 살펴,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끊어져버린 실마리들을 엮어냈다. 이를 통해 김수봉가를 둘러싼 노비들의 신분변화(양반 지향)과 그 결과를 밝혀내고 있다.

결국 조선후기의 김수봉 가계는 양반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양반층’이 등장하고, 수많은 김수봉은 다시 그 강고한 신분제를 뛰어넘기 위한 투쟁에 들어가고 있음을 저자는 암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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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불온열전 - 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온다
정병욱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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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시대로 떠나는 히치하이킹을 하고 싶다면, 감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고려대 정병욱 선생이 내놓은 식민지 불온열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여행 안내서와 같은 역사책이다.

 

우리는 흔히 일제시대에 대한 시대상을 지배저항’, ‘친일항일’, ‘근대폭력등의 대립항(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대립항)들로 그 시대를 떠올린다. 하지만 사람의 삶이란 것이 그렇게 딱 갈라진 지점 속에서만 살아올 수 있었을까? 정병욱 선생의 불온열전은 바로 그 사이에 위치했던 식민지의 실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불온열전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책에서 다루는 대상은 독립을 꿈꾼 경성유학생, 사랑방에서 불온한 수다를 떨었던 자소작농, 중국인에 대해 폭력을 행사했던 신설리패, 졸업식날 불온한 낙서를 남긴 어느 시골학교 소학생들이다. 그들은 거대한 역사 속에 크게 이름을 남긴 적 없었던 그냥 나 자신, 혹은 내 옆의 누군가일법한 한 사람이다. 이들의 삶을 드러내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식민지시대를 보다 가깝게 느끼고 상상할 수 있으며, 현재의 우리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상상할 수 있게 되는건 아닐까?

 

 

 

책 겉표지에 적힌 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온다는 자소작농 김영배의 일갈은, ‘불온이란 것이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머리로부터 나오지 않고 뱃속에서 나온다는건, 무언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보다 감각적으로, ‘즉흥적으로, 하지만 그것이 자율신경적으로 발산된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머리로 이상이 있다고 알아채기 이전에 몸에서는 감각적으로 식민지시대의 지배와의 불화를 느끼고 반응했던 것은 아닐까? ‘불온하게되는 것은 어떤 이성적 판단에 기초한 행동이라기보다는, 견딜 수 없는, 감정적인, 그래서 현대의 근대적사회에서는 주저하지만, 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보다 솔직하고 정직해, 실제로는 더 제대로된 신체의 반응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의 중요한 키워드 불온을 저자는 통치권력이나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태도나 기질이라고 설명한다. 그러한 태도는 통치권력이나 기존 질서를 조금이나마 깨고 나올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자산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뤄진 주인공들 중 대다수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불온을 상실하거나, 죽음으로 치닫았다. 이를 두고 저자는 분단과 전쟁이 우리 사회의 불온, 미래를 제거하는 과정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불온없는 사회에서 독재는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불온에 대한 분석은 현재 우리가 불온을 어떻게 대하고 자신의 태도를 어떻게 삼아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과거의 불온에 안주하기 보다는 현재 어떠한 불온을 만들어낼지에 대해 고민하라고 살며시 권하고 있다. 또다시 촛불이 빛나가는 2013년의 여름날, 통치권력이나 기존 질서들이 우리의 삶을 불온이라고 이름붙일지라도, 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자, 새로운 혁신의 계기는 그 불온속에 깃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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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 - 한국현대사의 그때 오늘
박태균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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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은 중앙일보에 ‘그때 오늘’이란 코너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을 펴냈다. 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한권으로 묶는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어 보인다. 우선은 1년 동안의 시간을 두루 살펴 ‘역사적 사건’을 발굴해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정한 균형성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아쉽기도 한 점은 본래 그 연재글이 가졌던 ‘시의성’이 신문연재글에서 책의 한 일부가 되면서 탈각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월별’로 본다는 컨셉을 완결짓기 위해서 각 달마다 도입과 결론의 글을 쓰고 있다. 이 글들은 개별 ‘사건’들로는 이야기될 수 없는 ‘역사인식’의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또 경청해볼만한 이야기들이 많이 스며들어 있다. 특히 최근 국제적으로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역사전쟁’이 ‘진보’ 대 ‘보수’ 사이에서 확대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저자의 글은 Fact를 기반으로 이 구도 속에서 어디에 자신을 위치시켜야 할지 판단을 돕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또 이 책의 기획에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본서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그다지 여러 이슈들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점이다. 주로 외교안보, 남북관계와 관련된 것들이 다수다. 대한민국을 읽는다고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서술은 본서에서 찾기가 너무 힘들다. 저자의 전공탓일까? 중앙일보라는 매체의 보수성 탓일까? 혹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니까 서술의 중심에서 배제된 것일까?

그리고 저자가 평화를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안보’를 축으로 서술하는 것은 이른바 ‘보수쪽’ 논리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 적군파의 테러에 대해 언급하면서, ‘테러’라는 행위를 타자화하고 국제적으로 대처하고 결코 동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입장은 세계적 자본주의 속에서 너무 ‘선진국’, 있는 국가의 입장에 서서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 또한 들었다.

이러한 아쉬운 점이 남는다 하더라도, 저자가 역사의 대중화와 객관성․전문성을 결합시키려고 한 노력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다만 ‘역사는 재미없다’라고 서문에서 선언적으로 밝힌 말에 대해서 본서가 극복을 충분히 해냈는지에 대한 답은 별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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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 조선을 움직인 4인의 경세가들
이정철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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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을 주도했던 구호는 경제민주화였다.

이 구호를 중심으로 수많은 정책들이 재배치되어 진용을 갖췄다. 그 주장을 실현시킬 여러 경제학자, 국회의원들이 전면에 드러났다. 현재 박근혜 정부 속에서 그것이 정말 실현될지 의문이란 반응들이 있다 할지라도, 여전히 그러한 구성은 남겨져 있다.

 

조선시대에 경제민주화와 버금가는 용어가 안민’ ‘민생이었을 것이다.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는 바로 조선시대판 경제민주화를 주도했던 4명의 경세가들에 주목해 그들의 삶과 안민을 추구했던 과정들, 명확한 정책으로서는 대동법을 추진해나갔던 과정들을 주목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관한 다른 역사책들을 읽다가 만나게 되는 인물들은 주로 당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사람들이다. 혹은 왕을 중심으로 우리는 역사 속 인물들을 대면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등장 인물부터 좀 특별하다. 율곡 이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오리 이원익, 포저 조익, 잠곡 김육 등은 그다지 대면할 기회가 없었던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사림 내에서 발생했던 문제, 당파의 문제에서 한 발 벗어나 안민을 추구하고 그 실질적 대안으로 대동법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당파의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이것을 뛰어넘고 행동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또 아쉬운 점도 있다.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정책은 대동법밖에 없다. 하지만 하나의 정책만으로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질 수 없듯, ‘대동법만으로 안민이 완성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 속에서 등장한 이들이 오랜시간 추구한 것이 대동법만으로 끝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 ‘대동법이라 함은 세금 걷는 방식의 일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지, 진정 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또다른 문제, ‘분배’, ‘산업의 문제는 다뤄지고 있지 않다. 그것은 이들의 한계였던 것일까? 저자가 대동법 전공자여서 다른 분야에 대해서 다루지 못한 것일까? 맹자에 일정한 산업이 있어야 일정한 마음이 있을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조선시대 학자관료들에게는 주요한 모토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들은 이 말을 되새기면서 어떠한 정책들을 펼쳐나갔을 것일까? 그 궁금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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