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 어느 노비 가계 2백년의 기록
권내현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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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자기 집안의 내력과 조상에 대해 조사해오라고 하면, 반 아이들 모두는 으레 어느 명문 양반가문의 몇 대손인지 알아오고 자신의 선조에 대해 자랑스레 발표하곤 했다. 나 또한 그랬고, 시조와 관련된 위인전을 읽고 또 읽었으며 그로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그러한 기억 이면에는 잊혀진 수많은 ‘선조’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양반’이 아니었으며, 노비에서 평민을 거쳐 양반이 되는... 신분제 사회에서 불가능하게만 느껴지는 높은 벽을 뛰어넘어왔던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지향이 있었다는 사실은 밝혀졌어도,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피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들이 어떻게 ‘양반’이 되었는지... 그 모든 것들이 잊혀졌다.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은 한 노비 가계의 호적을 매개로 그들이 어떻게 노비에서 평민으로, 다시 양반을 지향해 나갔는지를 추적해나간 책이다.

조선후기 사회에서 ‘양반지향’적인 분위기가 강했다는 사실은 여러차례 주장되어왔었으나, 그 구체적 실체로 그들이 어떻게 양반이 되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드러난 바가 없었다. 저자 권내현은 남겨진 호적들을 명탐정이 사건 추리를 위해 단서를 찾아나가듯 샅샅이 살펴,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끊어져버린 실마리들을 엮어냈다. 이를 통해 김수봉가를 둘러싼 노비들의 신분변화(양반 지향)과 그 결과를 밝혀내고 있다.

결국 조선후기의 김수봉 가계는 양반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양반층’이 등장하고, 수많은 김수봉은 다시 그 강고한 신분제를 뛰어넘기 위한 투쟁에 들어가고 있음을 저자는 암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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