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짱의 연애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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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의 만화는 여백과 휴지가 많다. 단숨에 읽힐 한 문장도 장면과 구절의 구분으로 생각의 여백이 짙어지는 만화다. 만화 장면사이사이에 멈춤이 있는 만화. 그 멈춤의 시간 속에서 내 생각도 자리하고 자라는 느낌이랄까. 수짱이 읽는 이를 배려한 걸까. 아무튼.

 

엄마가 되는 인생/

엄마가 되지 않는 인생/

그 둘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37, 여자 싱글. 어린이집 조리사. 연애를 꿈꾸는. 요시코의 이야기다.

 

<수짱의 연애>에는 연애를 하지 못하는, 엄마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연애하고픈 대상을 만났을 때의 자기행동을 통해 왜 혼자일 수밖에 없는지 자기관찰까지 한다. 다만, 내용이 연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보다는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일상의 느끼는 내용들도 한 축으로 자리한다.

 

일상생활은 하면서 늘 마음과 생각은 딴 곳을 향하고. 채 뿌리내리지 못해 떠도는 생각들로 인한 고민은 또 일상 속에 묻히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다른 곳에서 매듭을 풀기도 하는데... 어린집에서 다양한 성향을 드러내며 급식을 하는 아이들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이게 나인걸. / 라고 생각하는 내가. / 우습지만. / 어이가 없지만. / 나답다고 할까. / . 왠지. / 이해가 간다. / 좋은 점에서만 그 사람다움이 있는 게 아니라. 이상한 점도 있는 내 모든 것이. / ‘이기 때문에 / 이것이 나만의 향기” / 같은 게 아닐까? / 이런 분석이나 하고 있을 처지야?

 

이런 분석이나 하고 있을 처지야?” 넋두리는 자기변명이 되기도 하고 확신없는 변명들은 실제 자기 삶의 가치관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확고하거나 대단한 삶을 살기보다 소심하고 나풀거리는 생각들에 정감이 간다고나 할까.

 

도망치듯 나왔어요./ 그런 건 지금은 상관없어./ 그렇게 하길 잘했다. 하고 생각해버리면. /아무것도 아니지.

 

어린이집 초보 조리사로 "식사시간은 즐거운 시간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동화(개구리장이 해리, 이영차어기영차)를 접목한 요리과정의 노력들이 깨알같다. 

 

아이들의 편식을 없애기보다. / 좋아하는 것을 점차 늘려주자. / 둘은 비슷하면서도 / 생각해 보면 / 달라.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며, 엄마가 되지 못할까 걱정하는 요시코. 그런 그녀가 다양한 아이들을 보면서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불안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자기만의 삶에 확신을 갖고 살기를 바란다.

 

가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와 염려가 그리 불필요한 것은 아닌 듯 하다. 타자화된 고민과 삶을 사는 수짱의 관찰기를 통해,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삶의 위안이랄까. 갈등과 의문이랄까. 그런 것들에 대해 나름의 답을 내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지 않은 길에 대해 고민과 갈등은 하겠지만. 삶이란 무릇 그런 것 아닐까.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하면서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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