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절을 바꿀 때 <지금은 없는 이야기>

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ㅣ 사계절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불행은 개인의 몫인가 <지금은 없는 이야기>

두번째로 읽은 만화가 최규석의 우화 <지금은 없는 이야기> 엄지리뷰다.

불행은 개인의 문제인가 . 질문은 거기서 시작된다. 세상은 불평불만 말고 상황을 무한 긍정하고 감사하라 말한다 그게 너무 당연시되는 사회, 그속에서 발버둥쳐도 헤어나올 수없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세상. 절이 싫어도 떠날 수도 없는 힘없는 개인이 중이 절을 고쳐야 할 때도 있다며 쓴 이야기.

없어져야 할 이야기들이 버젓이 있는 세상. 반어적인 제목을 통해 고발한다.

<갑옷도시> 모두가 똑같은 방식의 삶을 강요받는다. 그 중 한명쯤은 다른 대안적 삶을 살 수 있지만, 기술문명에 의지해 자연의 삶이 아닌 기계적 삶을 선택한다. 한번 길들어진 습관은 좀체 헤어나올 수 없다.

<거인>은 어떤가. 다르고 소수라는 이유는 외면당하고 게다가 착해야 한다며 이용당하기 일쑤.

<개와 돼지> 개에게 다치고 죽임 당하는 돼지에게 신은 망각과 웃음을 선사한다. 아파도 잊고 웃을 수 있게 된 돼지가 과연 행복한 걸까.

<냄비 속의 개구리>에서는 고통을 잊기 위해 받아들이고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바보들아, 뜨거운 건 뜨거운 거야 그건 거기에 문제가 있단 뜻일 뿐이라고"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박차고 깨야 하는 걸까

<팔없는 원숭이>편에서는 팔없이도 나무 타기를 능숙하게 타게 된 원숭이 때문에 다른 팔없는 원숭이가 그에 비해 못하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난받는 세상을 보여준다.

<숲>은 하나의 나무가 시작한 경쟁에 너도나도 뛰어들게 된 나무들로 순환해야 할 숲이 더이상 새들이 찾지 않는, 그래서 다른 나무의 죽은 양분으로밖에 살아갈 수 없는, 무한경쟁의 폐단을 보여준다.

충격적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기존 프레임을 벗어난 소수자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망각과 웃음의 체면술에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나는 아닐까 하는 세상. 사람들 사는대로 세상이 주문하는 대로 살아가며 피흘리는 돼지는 아닌가 하는 생각. 정작 피흘리며 웃는 돼지에 대한 현실감은 여전히 나와는 소원하다는 일종의 안도감까지..

받아들임, 알아차림을 공부하는 나에게 복잡한 마음이 인다. 그간 난 기득권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놓은 가치관을 생각없이 받아들인 거다.

없어야 하지만 버젓이 있는 이야기. 나처럼이 아닌, 최규석과 같이도 생각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는 생각, 관점의 전환을 일으킨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