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아프지 말아라 - 행복하냐고 너에게 묻는다
정영 글.사진 / 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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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아프지 말아라> 인연, 산문이 열리다

- 30인의 선지식에게 묻는 삶, 수행

 


사형지간의 스님들이, 은사를 중심으로 똑같은 모습으로 같은 옷을 입고, 빛이 일기도 전인 새벽, 나란히 예불 드리는 모습. 난 그것을 보는 것이 너무 좋고 마냥 부럽다. 핏줄이 아닌 은사와 도반이란 이름으로 맺어진 수행자. 게다가 사연이야 어찌되었든 훌훌 속세의 모든 것을 털고 사찰로 들어가 수십 년의 수행을 한다는 사실은 내가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니 호기심을 넘어 내게 환상의 세계이기도 하다.

 

나의 이 깊은 호기심과 막연한 동경은 간간히 산사를 체험하면서 일부분 해소되거나 깨지기도 했으나, 여전히 산사에 홀로 청정하게 수행하는 스님들 앞에선 길을 가다가도 나도 모르게 합장하고 인사를 하게끔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인연, 산문이 열리다.

한 권의 책으로 30분의 스님을 만난다.(다행이 아는 분이 없다) 시인 정영이 중개한다.  <누구도 아프지 말아라> . 내가 아는 한, 한 권에 최다 인터뷰이를 담지 않았나 한다. 덕분에 내 평생 만나보지 못할 여러 스님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얕은 감이 있다. 선정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안타깝고 기획하여 취재에 나섰기에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는 없다. 책을 읽다 울림을 주는 스님은 찾아뵈라는 듯 , 인터뷰이 스님의 거처에 대한 정보가 덧붙여졌다. 대부분 어느 사찰 주지거나 회주, 선원장이시다.


질문이 일정치 않고 생각많은 인터뷰이의 소회에 따라 흘러가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 시인 정영의 인터뷰를 통해 수행자의 삶, 그들이 추구하는 수행의 의미를 귀동냥해 본다.

 

깨우침을 주는 선지식의 말씀

시인은 스님들의 출가사연과 수행이유, 방법들을 묻는다. 스님을 만나기 전에 접하는 불교 잠언과 게송은 잠언이 눈길을 끈다. 마음에 남는 몇 분 스님의 말씀을 옮긴다.

 

삶의 문제는 살아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시대는 열림의 구조이고 가속화되어 있기에 자기 삶의 전무, 자기의 골격을 볼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상실감 크다. 그렇기에 스님은 닫힘의 문화, 침묵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허운

 

수행자는 만나면 행복과 편안함을 주는 사람, 하지 못할 말도 능히 할 수 있고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 사람 - 성전

 

몸이 변하면 생로병사, 사물이 변하는 것 생주이별, 계절이 변하는 것 춘하추동, 지구가 변하는 것 성주괴공.. 제행무상(우주의 모든 사물은 늘 독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음) 힘 안드는 게 어딨나. 먹고 자고 싸는 일에도 힘이 들어가는데.

 

일 가구 일 다기 운동. 도자기 접하면 정서적 불안 해소. 차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 다기에 차 마시다보면 담소 나누게 되고 얘기하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의식을 개혁할 수 있다. - 철산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기를 준다고 만나고픈 마음이 생기는. ^^

 

그 밖에 일타스님을 모신 스님이 꽤 기억에 남는다. 30년 모셨고 30년은 그분의 기념사업들을 하면서 생을 보낸다는. 참 행복한 분이겠다는 생각, 그렇게도 살아가는 삶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울컥했다.

 

나에게 약이 되는 글


남을 바로잡으려가나 다스리려고 하면 안 돼요. 남이 하자는 대로 따라 가면 돼요. 이것이 아집을 꺽는 첫 번째 요소입니다. - 일귀

 

왕래 삼계지빈, 출몰 위타 작칙 가고 오는데 있어 삼계의 손님처럼 살고, 나고 사라짐에 있어 다른 이의 본보기가 되라. 늘 관심 갖고 살지만 자기를 드러내거나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

 

다문제일 아난존자처럼 좋은 법문을 들으려고, 혹은 선재동자처럼 스승을 찾아다닌다고 변명을 해 보지만, 지금의 인연에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절저절 누구 말처럼 수행병이 들어 읽고 돌아다니는 건 아닌가 자괴감이 인다. 


다행히도 한 스님의 말씀이 위안이 된다.


책 속의 글귀는 자라지 않아요그러나 사람 가슴 속에 심으면 경혐과 지식을 통해서 계속 자라지요어려서는 글자로만 보였던 구절들이 어떤 인연을 만나 알게 되고늘 변화무쌍하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용학


글자로 읽었던 구절들이 인연을 만나 싹을 틔우면 나무처럼 자라나길 기대하면서.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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