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9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종국, 완결 미생 9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미생 9:종국> 미생 종국의 의미, 결국 무채색


한때 직장인의 '낙'이 되어주던 미생이 ‘종국’을 맞았다. T군의 결말 귀띔 때문이기도 하고 긴 시간 동고동락했던 마지막 권을 차마 떠나보낼 수 없어 한 달간 쌓아두었다가 마침내 책을 들었다. 이제 현실과 마주할 시간이다.


제대로 일하던 사람의 종국

지난 8권에서 오차장은 뜻하지 않게 정치적 줄을 서게 된다. 문제는 임원진이 시킨 사소한 하나의 일을 ‘제대로 끝내려’ 한 오차장의 태도 때문에 빚어진다.

오차장의 지금까지의 회사생활, 업무스타일이 그랬다. 업무태도를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회사의 정치와 거리를 형성하고 작고 소박하지만 안정적 회사생활을 하겠다는 의지. 그러나 명확히 이해되지 않는 그 무언가에 대한 의구심과 장그래의 통찰력은 있으나 성급했던 오지랖으로 영업3팀은 일대위기를 맞게 된다.


여기서 주는 교훈 하나. 지시받은 것, 설명 받지 않은 것에 대한 섣부른 이해관계와 계산을 논하지 말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 살려면 튀지 말 것.


너 혼자 일하냐, 너만 일하냐, 너같이 일해야 하냐

일 같지 않은 일에 빨간 불을 켠 대가, 정치를 받아들이고도 태도를 포기하지 않은 대가는 혹독했다. 외부적으로는 정의가 구현된 듯했지만, 내적으로는 동료를 잃었고 외톨이가 되었다.


3년 만에 제주 휴가에서의 오차장의 만감

3년 만에 제주 휴가지에서 오차장의 독백이 직장인들 가슴을 후빈다.

‘나는 그동안 회사에 가기 위해 집에 들른 걸까. 지금의 휴가는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들른 것일까.’


결국, 이런 게 회사

미생은 ‘결국, 이런 게 회사’라고 되새긴다. 이런 게 회사란 건. 감정적 얽힘을 최소화하려는 사내 에티켓과 업무 프로세스. 업무만 아니라면 크게 부딪힐 일도 사적으로 시간을 나눠야할 필요도 없는 관계. 이런 게 회사였지 하는 푸념을 미생을 통해 다시 한번 쏟게 된다. 회사생활 내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인간관계도 정말 돌아서면 금세 식어버리는 것일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거겠지.


 

일 하나 하면서 무슨 일씩이나 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던 걸까. 이런 거에 충족감 느껴봐야 우리만 힘들어진다는 하소연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통해 일하지 않고 매번 제대로 일하려다 좌절하는 모든 직장인들의 힘없는 자기위안이다. 아니면, 자기오만인가.


그래서 어떻게?

선택은 두 가지다. 내 앞의 펼쳐진 판을 인정해서 판의 하나의 장기, ‘돌’로서 나의 색이 바랄수록 관계의 긴장은 사라진다는 미명 하에 무채색으로 남거나, 내 진면목을 알아주는 사람과 일을 하거나, 과감히 창업하거나. 물론 당연히 '나'라는 인프라가 단단할 경우에 말이다.

미생의 종국이 내가 기대했던 바가 아니라 씁쓸했다. 과연 나는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어쩌면 꿈과 현실을 구분한 냉정한 인식 속에 내일을 꿈꾸는 것이 내게 오히려 약일런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미생의 열독팬이었던 직장인들은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기 판을 새로 짜려는 미생들의 권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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