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섬 나오시마 - 아트 프로젝트 예술의 재탄생
후쿠타케 소이치로.안도 다다오 외 지음, 박누리 옮김, 정준모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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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공공예술 <예술의 섬 나오시마>

버려진 섬, 사람 떠나는 마을 살린 공공예술

 

읽은 지 좀 된 책이다. 보통 리뷰는 2장 이내로 정리를 하는데, 3장이 넘어간다. 한번 읽고 말 내용이 아니다. 올해의 책으로 꼽아도 좋겠단 생각을 한다. 공공예술, 문화를 통한 마을 살리기, 예술을 중심으로 사는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일본 나오시마 섬 아트 프로젝트 이야기다. 산업으로 자연과 사람에게 버려진 섬이 현대예술을 통해 살아난 예술과 사람의 만남을 통한 지역발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중심에 선 예술가들의 자연과 사람에 있어 "예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나오시마는 일본 세토네해(일본 큐슈섬과 그 아래 2개 섬 사이의 내해)에 있는 작은 섬으로 한때 인구 3300명 정도였으나, 바닷가 공업발달로 환경오염에 시달려 주민수 200명까지 준 곳이었다. 그곳이 후쿠타케 소이치로 베네세그룹 회장의 아트 프로젝트로 예술의 섬으로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고 활기찬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 되었다. 회장의 서문을 필두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 안도타다오, 작가, 큐레이터 등 14인이 자신의 프로젝트 진행과정과 작품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읽다보면, 직접 가보고 싶단 생각이 올라온다. 그 마음을 헤아려 부록에는 섬지도와 가는 방법, 이동경로, 식사, 숙박정보를 담았다.

 

금융자본주의가 아닌 공익자본주의론에 입각한 기업 프로젝트

후쿠타케 소이치로 베네세그룹 회장의 글의 가장 인상적이다.

 


“기업활동의 목적은 문화다. 경제는 문화에 종속되어야 한다“

 


그는 기존 자본주의가 ”금융자본주의“로 수단이 목적화되고 있다며, 공익자본주의론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제창했다. 공익자본주의란 기업이 문화나 지역 진흥을 목적으로 재단을 설립하며, 기업의 모든 활동이 좋은 커뮤니티를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와 자연이 존재하지 않은 곳에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할 리 없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에 대해 그는 섬의 할아버지, 할머니 활기를 되찾아가는 것이라 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자발적으로 마을을 가꾸기 시작하고 섬을 찾는 사람들을 밝게 응대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상상해 보시라. 예술이 사람과 마을을 제대로 살렸다.

 

아트 프로젝트는 나오시마를 시작으로 테마시, 이누지마 이웃섬으로 번져갔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1992년 베세네하우스/안도 타다오 설계
1997년 섬 변화시키는 이에(집) 프로젝트 시작(부산 감천마을에도 이를 차용해 진행하고 있다.)
2004년 지추미술관 개관/서양미술 정수/안도 타다오
2009년 목욕탕 ‘아이러브유(’유‘는 ’탕‘을 뜻한다. ’목욕이 좋아‘쯤 되는 셈)
2010년 이우환 미술관 개관/동양미술 정수
2010년 테시마미술관
2010년 섬 축제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개막

 

땅속에 만든 지추미술관

안도타다오가 빛이나 공기 같은 소재를 활용하여 자연을 추상화한 건축을 구현했다. 제주도 명상센터 지니어스 로사이와 닮았다.
이 미술관에는 빛을 의지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티렐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연과의 대응관계 속에 자신의 예술혼을 구현하며. 대지미술의 선구자로 불린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공간, 이우환미술관
선에서 점으로. 점에서 선으로의 작가 이우환(한국인)의 미술관이다. 그의 작품은 아주 단순하다. 해야 할 아주 최소한의 것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나오시마에 대해 어디에나 있을 것 같지만 이미 사라져버린 풍경. 과거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주변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장소. 환경을 함께 생각하고 최대한 그것을 살리는 시도를 했으며, 예술 작품을 통해 자신이나 세상이 조금 변화된 것처럼 느낄 수 있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관계항 작품 시리즈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테시마미술관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와 아티스트 나이토 레이 공동작업이다. 언제 어느 계절에 와도 같은 날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살이 있는 공간, 살아가는 공간으로 느끼는, 성스런 곳은 특별한 곳이 아니라 오히려 속세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단다. 심장소리를 듣는 아카이브가 인상적이다.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심장소리를 들으러 가는 길을 상상해 보라. 죽은 사람, 미래에 태어날 진정한 타자와 소통하고자한 것이 예술이라면, 망자의 목소리가 듣기엔 이누지마가 최적이다.

 

이에프로젝트와 야외작품 '호박'

이에 프로젝트 중에는 미나미테라가 특이하다. 안도타다오 작품으론 귀한 목조 건축이기 때문. 빛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체험하는 작품이다. 이 밖에 한 시간에 네 명만 볼 수 있는 긴자와 야외작품 ‘호박’, 미술관과 호텔을 일체화한 종합공간 베네세하우스 등 볼거리, 생각할 거리가 넘친다.

 

아트프로젝트에 참여한 섬마을들이 3년에 한번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를 연다. 바다와 섬을 무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축복'하려는 목적이란다. 얼마나 가슴 벅찬가. 살고 있는 사람들을 축복하는 축제라니. 우리네 지자체의 축제와 비교된다.

 

프로젝트를 이끈 기업인과 참여한 예술가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자연중심 예술에 인간이 산다. 아티스트는 예술의 대중화에 씨앗을 뿌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터전을 일구어 나간다. 자본주의, 산업화, 현대문명의 발달로 빚어진 폐해가 '예술'로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예술과 문화로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예술과 문화를 접목시켜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이 시대 모든 예술인들과 그들과 동행하는 마을 사람들의 성공과 축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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