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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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맥주회사가 만든 우롱차 맛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맥주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라는 사람도 많으니 이왕 그렇다면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맥주회사가 만든 우롱차를 사 먹지 않을 테지만. 그 맥주회사가 하루키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에세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하루키가 ‘앙앙’이라는 여성잡지에 연재한 것을 엮은 것.

맥주를 좋아하지 않기도 할 ‘여성’을 위해 '에세이'라는 가벼운 우롱차를 다려낸 셈이다.

 

남의 취향이 이리도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뭘까

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취향’을 다뤘다. 남의 취향이 이리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그가 ‘하루키’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주 엉뚱해서인지. 그의 글발 때문인지는 아직도 헷갈리지만.... 굳이 결론을 내자면, 나는 아주 엉뚱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서라고 답하겠다. 그런 그라서 이런저런 소설이 나오는 것이 가능했을 듯 싶다.

 

사람 가리는 까칠한 하루키, 부인 눈치보는 허약한 남편, 한때 양아치였다는(지금도 가끔 상거지로 나다녀 가게주인에게 쫓겨나기도 한다고). 이럴까 저럴까 글 속에서도 여전히 헤매는 가볍고도 엉뚱한 그를 수식할 취향을 살펴보자.

 

고장이 잦은 바퀴 슈트케이스보다 내 힘으로 나를 수 있는 끈 달린 가방을 좋아하는.(편리한 것은 반드시 어디가에서 불편해진다) 오페라 싫어하는 고양이와 요리(특히 오믈렛), 음악(클래식)을 좋아하고 꼭 30분의 낮잠을 자는. 신호대기 중 양치질하는. 때때론 에너지 절약 등의 아이디어를 내지만 한번도 채택되지 않는다고 투덜되는.(모 괜찮은 것도 있는 듯 하던데..). 인용 내용을 곧잘 휙 바꾸거나 혹은 무의식중에 변경하는.

 


이번 에세이 삽화는 오하시 야유미의 ‘동판화’가 들어갔다. 군더덕이를 없앤 그림에는 에세이에 드러난 하루키 자신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동판화의 완만한 “선”의 번짐과 스크러치난 듯한 배경이 수묵화의 그것과는 다른 오래되고 빛바랜 느낌을 준다고 할까나.

 

아, 에세이를 읽으면서 알게 된 것. 북미나 유럽 위에는 매미가 거의 서식치 않는다고 한다. 이솝우화 원제도 ‘개미와 매미’였는데 북유럽에서 베짱이로 바뀌었다고.. 평서체에다 간혹 독자들에게 툭툭 물음을 던지는 경어체의 혼용이 여전히 불편하다. 일본어 번역 꼭 이렇게 되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루키는 "젖은 바닥은 미끄러진다”를 갖고 한참 이렇게 저렇게 말을 바꾸는데....."바닥이 젖어 미끄럽다"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한국말이 쉬운 건가.쩝.

 

 

참,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표지 그림 "사자"는, 하루키 자신이다. 야생성을 잃고 쪼그리고 앉아 슈퍼 샐러드를 먹고 있는 사자.

 

쇤브론 동물원에서 자신을 한참을 바라보던 사자를 보고 자신이 혹 사자는 아닌가 생각하는 듯.

 

자식 없이 늙어가는 게 늘 맘에 걸리는, 일상에선 말이 없지만, 글에서는 수다스러울만큼 혼잣말을 해대다 가끔 동의를 얻고자 뜸금없이 읽는 이를 불러대는 하루키, 사자로 태어났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삶을 살고 있는 하루키 자신의 이야기가 느껴지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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