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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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지난 목금 1박 2일 교육에 <미생6>과 <반려식물> 에세이를 챙겼다. 가는 길에 <미생6>을 읽었다. ‘역시, 디테일하군.’ 교육장에서 동료가 가져온 소설책에 눈길이 갔다. 소설책을 잘 읽지 않은 내가, 몇 장 보더니 대뜸 이런다. ‘이거 내가 다 읽고 낼 줄게.’

쉬는 시간 10분 틈틈이 읽었다. 산책도 하고 탁구도 치며 포장마차에서 막걸리 홀짝이면서 짬짬이. 그날 난 소설책을 다 읽었다. 언제 읽었는지도 <외딴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제목만 생각나는 소설의 작가 신경숙의 <달에게>다. 장편인줄 알았는데 단편이다. 26가지 짧은 이야기가 달빛에 담겼다.

 

왜 <달에게>인가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누구에겐가 말 하고픈 내 이야기. 누구에겐가 들은 남의 이야기. 얘기할 사람은 없고 하고픈 이야기, 들은 이야기를 혼자 끄적인, 때론 담담하게 때론 수다스럽게 때론 넋두리처럼 때론 조잘조잘거린. 그런데 그 이야기를 둥근 달은 다 알고 있다는 듯 끄덕끄덕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는. 밤에도 낮처럼 환한 가로등 켜있고 4차선 8차선 쌩쌩달리는 고가도로 인근 고층 건물 속 말고.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골목에 은은하게 달빛 드러나듯 그런 소박한 사람들이 한낮을 치열하게 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와 달빛 아래서 써내려간, 사람 사는 이야기. <달에게>는 이미 사라져버린 풍경, 변해버린, 혹은 우리가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 장의 그림으로 가슴에 새겨지는 이야기들
수십 년간 조용한 시골마을에 나타나 교회가야 한다며 스님을 재촉하더니 따귀 때리고 멱살 잡힌 스님과 목사, 그들을 바라보며, 봉고차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아이고 스님’ ‘목사님’ 하며 안타깝게 불러대는 할머니들. 경계에 대한 이야지이자,

길고양이 먹으라고 사료 내놨더니 고양이는 쫓겨나고 까치떼 전쟁을 일으켜 슬며시 사료그릇을 들여놓으며 ‘지들 먹을 밥, 지들이 못 찾아 먹을라고..’하는.스님과 목사 이야기와 더불어 이 이야기는 경계와 오지랖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제발 남에 인생에 오지랖 피지 말자.

이름은 끝끝내 기억 못해도 변명은 기억해 “너 강냉이지”라며 못 먹던 시절을 떠올리는 장년이 된 소년(언제 어디서 누굴 어디서 만나면 그들은 나를 무어라 기억하고 부르려나)

동생 J가 떠난 뒤, 엄마는 무슨 일에선지 아침마다 전화해 '잘 있냐, 별일 없냐' 하다가 뭔 얘기할 듯 하다 '아니다'며 전화를 끊는다. 사연인즉 동생 J가 매일 아침 전날 본 일일연속극 얘길 했던 것. 어김없는 아침 전화에 딸은 말한다. '아이고 엄마, 그 배우 배가 어데 우리 아빠랑 똑닮았는고~" 자기도 모르게 침대에 내려와 전화기 앞에 바싹 앉은 엄마와 딸래미.

세계 요리여행에서 뭔지 모르고 먹은 게 ‘뱀’이었다는 사실에 단단히 삐쳐 짐싸서 도망가는데, 피디가 그래도 ‘뱀도 먹은 년‘인데 앞으로 인생은 잘 살지 않겠어? ’라는 말에. 픽~하니 '그래~ 뱀도 먹은 년’인데 하며 웃어버리는.

딸이 좋아하는 거 갖다 준다고 자기보다 더 무게 나가는 것을 들고 딸 걱정할까 며느리에게 타박 받으려 지하철타고 가는데 더 나이 먹은 노파가 '왜 그러고 사냐고 그러고 살지 말자.'핀잔주지만. 정작 자신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후 두 노파가 서롤 의지해 꾸벅꾸벅 잠이 들고 정차역을 지나치는데...그들을 바라보는 젖먹이를 엎은 아낙. 이젠 사라져 버릴 헌신적인 어머니 세대와 그녀들의 딸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까.

 

잊고 지나친 소소한 삶의 가치 재발견

무릎에 누운 딸에게 엄마가 뜨깨질하면서 전해주는 듯한 이야기에 웃다가도 울컥울컥 하곤한다. 26가지 다양한 주제와 소재, 디테일한 캐릭터하며,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읽기 쉬운 독백적 문체는 '그랬구나. 그런다. 그랬어'하며, 읽은 이를 리듬감있게 끌어당긴다.

인간의 삶은 계획한 바대로 되지 않는다. 어쩌면 계획에는 거창한 것만 담겨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의도가 ‘계획’이라면 신의 뜻은 ‘우연’인갑다.

난 우연한 기회로 뜻밖의 선물을 얻었고 잊고 있었던 소소한 삶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거창한 것을 쫓으며 정작 작고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잊거나 잃고 있는 당신에게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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