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부르는 만남 - 이해인 수녀, 혜민 스님, 김선우 시인… 열여덟 멘토의 울림 깊은 인생 이야기, 그리고 법정 스님 가르침
변택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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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존재
한 때, “ ‘나’란 사람은 다른 이의 ‘기억’에서 존재하여 다시 태어나는 생명이지”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래서 어릴 적 친구에게 나란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물어보곤 했다.

그러나 친구가 기억하는 일화들 대부분은 내 기억 속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나’라는 존재. 낯설고 다른 모습이었다. 그들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나’. 실제의 내가 사라진다면, 그들의 이야기가 어느날 진실이 될 것이다.

서두가 길었다. 

 

비불교계와 불교계를 아우르는 18인의 기억 속, 법정
<가슴이 부르는 만남>은 법정스님을 만났거나(책으로라도) 기억하는 18명의 이야기다. 법정스님과의 첫 만남에 대한 기억과 일화, 법정스님이 끼친 삶의 영향을 “맑고향기롭게” 시민모임을 이끈 변택주 선생이 인터뷰하고 엮었다.

무엇보다 인터뷰이 18명의 구성이 이 책의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 비불교계부터 불교계 지도자와 수행자, 보살, 재가불자까지 아울렀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을 뵌 적 없는 시인 김선우, 법정스님과 편지를 주고받은 이해인 수녀, 스님께 손수지은 밥을 공양하고팠던 판화가 이철수, 홍매실농원대표 홍쌍리부터 불교계 도법, 금강, 지묵, 혜민스님 뿐만 아니라, 스님이 될 뻔한 윤구병 보리출판사 대표, 전국구 불자 배차년, 포교원 군법회 진행자 30대 나석정, 불화장 김의석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통해 불교사상과 불교적 삶의 다양한 형태의 모습들을 볼 수 있어 몰입도를 높였다.

 

불교계 담론과 변화, 다양한 형태 불교적 삶을 만나
법정스님의 흔적과 영향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기획된 책이겠지만, 나는 ‘불교계’에 몰랐던 사람들을 만나고 불교계의 여러 담론과 변화, 다양한 형태의 불교적 삶을 만나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18인 모두, 불교가 지구 생태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안 철학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실천방식에는 나름의 차이가 있었다.

부처님 생애 강연을 통해 인연을 맺은 생명평화운동에 앞장서온 도법스님은 법정스님과 다른 불교관을 갖고 실천하는 수행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이에 법정스님이 고고하고 향기로운 난초라면 우리나라 불교는 대승불교를 세계관으로 하는 “연꽃”으로 연꽃의 삶을 살 수 있는 수행자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흥 보리사 회주(법회주관 법사) 지묵스님은 시다림(죽은사람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설법)을 비롯한 의식들을 재가불자들이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부처님이 ‘승가’라는 차별없는 수행공동체를 만들었다며, 삶과 수행이 하나가 되는 꿈을 꾸고 미황사부터 출가자만이 아니라 모든 이가 수행할 수 있는 수행공동체의 모델이 되어 세계 곳곳에 이런 수행처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한다.

 

삶의 실천적 가치, 불교
불교가 철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통한 실천을 동반한다는 것이 지구 생태계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일 것이다. 다만, 그 ‘수행’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방향 혹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펼쳐질 것이다. 나는 그 다양한 담론이 법정스님의 인연으로 이 한권에 묶여 나와 또 다른 인연으로 넓혀질 것이 반갑다.

 

법정스님의 19번째 인터뷰이의 리뷰
요즘 ‘힐링’을 키워드로 스님들의 책들이 봇물을 이룬다. 아마 그 물꼬를 튼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법정스님이 아닐까 한다.

서가에 한권쯤 꽂혀있을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파도와 같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마 그 19째 번째 인터뷰이가 나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나 역시 불교계에 물들었는데 그 계기가 아마도 법정 스님의 <무소유>였을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다른 이의 기억을 통해 <법정스님>을 떠올려본다.

이해인수녀의 사제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써주던, 지묵스님이 운전할 때 귀를 잡아당기던, 프랑스 파리에서 차없이 다니던 스님을 위해 아무 말 없이 가방 안에 ‘차 사서 조심히 타라’고 수표를 넣어둔, 미국에서 혜민스님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책을 사주고 일일이 글귀를 적어주던,

법/정/스님

고귀한 수행자이면서 너무나 인간적이었던 법정스님. 우리는 그를 마음 속에 담아 또 다른 불교적 삶을 꽃피워 나갈 것이다.

"맑/고/향/기/롭/게”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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