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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디자인 산책 ㅣ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도시와 사람, 일상이 깃든 디자인을 이야기 하는 ‘디자인 산책’ 시리즈 2번째 편, <런던 디자인 산책>이다. 디자인 출판전문회사 나무수의 시리즈이고 전편으로는 <핀란드 디자인 산책>, 경영인프라로서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한 <결국, 디자인>도 있다.
리뷰보기: 핀란드 디자인 산책, 결국, 디자인:경영인프라가 디자인이어야 할 이유
디자인, 생활 속에 쓰일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해온 사물은 환경과 관계를 맺으며, 실용성을 초월해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가 된다.”
런던의 오락가락 날씨를 떠올리게 하는 우산, 에드워드 7세 때부터 꼬박 100년을 한결같이 서 있는 길거리 우체통(근대 우편제도 발상지가 영국) 전통과 현대, 다양성과 다문화, 개발과 보존의 관계 속에서 런던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모습을 재발견한다.
“자연을 향한 애정과 소통을 위한 인간의 노력의 결과가 디자인 사물에 투영된다“
영국의 지극히 개인적 정원문화는 자연의 결핍으로 인한 요구에서 비롯된 가까이 두고 보호하고 보호받으려는 그들 노력의 결과이다.
홍차와 밀크티를 제외하곤 영국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일상에 가까운 차 문화는 찻잔에 차를 넣으면 오리가 떠오르는 디자인 등을 통해 일상 속에 자연을 환경을 닮으려는 노력으로 진화한다..
과거 유물은 허물지 않고 새롭게 재해석하며 대중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
과거 유물을 허물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고 대중문화와 완벽한 조화를 이뤄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난다. 화력발전소가 현대미술과 테이트모던으로 바뀌고 와핑 프로젝트 전력수급 수력발저소가 전시관,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레스토랑으로 변신한다.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과 녹지 소실 방지를 위한 산업 유휴지 개발을 장려하는 공간개발 정책 한 몫했다.
노팅엄대학교 박물관은 ‘상상 속의 욕망의 사물들’을 통해 옛사람들이 소중히 다뤘던 과거 물건 다시 상상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브이앤에이 박물관을 거리 위로 데리고 나오고 싶었어요” / 어맨다 리베트
박제된 박물관을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는 표현의 브이앤에이의 프로젝트처럼 시대 요구에 맞게 박물관 체제를 개선하고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와 변화를 모색하는데 디자인은 핵심 역할을 한다.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 최소와 보편, 평범함의 가치로 태어난다
책의 내용을 보다 가치 있게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 고민은 적정 가격대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사양과 인쇄 방식의 실험, 군더더기 없는 최적의 디자인 펭귄 문고판을 만들었다.
갱지에서도 품질 유지되는 타임로만체, 장르를 색깔구별하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뿐만 아니다. 북디자인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해 매출은 물론 일관된 브랜드는 유지하고 소비자는 만족시키고 북디자이너들의 창작욕까지 충족시킨다.
예술을 일상의 공간으로 들여놓은 윌리엄 모리스의 벽지와 최소와 보편, 평범함의 가치로 최적의 디자인을 뽑아내는 에어체어로 유명한 재스퍼 모리슨은 근본적으로 특별한 것은 평범한 것보다 유용하지 못해서 지속성이 떨어진다며 혁신적 개편보다 진화의 수순을 밟아 디자인된 사물을 덜어내며 키워낸다.
이밖에 평범함의 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린 엔조마리의 “디자인휴지통”, 식기그릇의 효율적 공간활용을 생각한 조셉조셉 조리도구 등은
최소한의 요소로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영국디자인이 지향하는 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생활을, 세상을 변화시킬 '여지'를 만드는 디자인
디자인은 여러 분야와 접촉을 촉진하고 주변의 관심을 끌면서 협력을 통해 생활의 변화를 촉구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혁명적 도구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도시형 텃밭가꾸기 환경 프로젝트이다. “빅토리 가든 캠페인”은 2차 세계대전 식량공급 극복 사례로 참여 놀이학습 통한 환경문제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모은다.
과일 100% 건강음료 이노센트는 시민들이 짜보낸 니트 모자 쓴 음료 판매 "빅 니트 켐페인" (캠페인 기간 동안 니트 모자 쓴 이노센트 한개 사면 그중 5펜스를 자선단체 에이지콘선에 전해 노인을 위해 쓰는) 나눔을 실천한다.
오픈스튜디오와 디자인페스디벌 등을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고 조화와 협업 중시하는 런던, 전통의 보존과 생활의 디자인이 바로 런던 디자인의 힘이 아닐까 한다.
장인 정신의 진정한 가치는 훌륭한 기술이나 디자인보다 좋은 마음을 품는 것에 있다.
따라서, 사치스런 필요 대신 대중적 필요의 총족이 중요하다는 한네스 마이어(Hannes Meyer)의 말처럼, 디자인은 생활 속에서 쓰일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누군가가 과거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여지,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여지, 편히 생각할 수 있는 여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여지. 그리고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여지들을 만들어가는 게 바로 디자인의 힘이 아닐까.
디자인을 통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한국도시 디자인 산책> 편을 기대해 본다.
* 책 표지디자인은 영국 국영 우정기업 로열 메일이 20세기 영국 디자인을 위해 2009년 발행한 ‘영국 디자인 클래식’ 기념 우편의 일부로 영국은 1964년부터 예술적 가치를 기념하기 위해 기념우표 발행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