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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4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정수 ㅣ 미생 4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리던 <미생 4> 정수(正手)편이 나왔다.
정수란, 바둑에서 속임수나 홀림수(남의 실수를 유발하려는 짓)를 쓰지 않고 정당하게 두는 기술이다.
미생1 리뷰, 미생 3리뷰(미생2는 어디갔어? 몰라. -.-;;)
이번호의 주인공은 표지에서도 드러나듯이 ‘오과장’이다.
장그래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별로 주인공을 만드는 구성인가? 좋군.
후속편이 나올수록 이야기가 더욱 알차고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십여 년의 직장생활에도 보지 못했던 일들이 보인다. 적/나/라/하/게.
회사라는 큰 판 위에 보이지 않았던 치열한 인간들의 한수한수를 본다.
장그래가 팀원 한 몫으로 커가는 과정, 특히 보고서 요약하는 과정. 변화된 정세에서 추진하던 신사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누군가는 뺏고 누군가는 밀리는 과정에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오과장과 김부장의 태도. 특히, 큰 건 하나 올렸다고 거만하기 짝이 없는 타팀에서 굴러들어온 박과장과 영업3팀이 그 똥을 어떻게 해치우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미생4편의 주제의식을 드러나게 한다.
또, 주옥같은 말들은 어찌나 곳곳에 포진해 있는지. 어느 하나 소홀히 지나칠 수 없어 밤을 새게 한 <미생 4>편의 주옥같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제 팀원 한 몫을 하라고!
모르는 건 묻는 거다. 배려와 보살핌을 받는 시점이 지날 무렵, 아직도 모르냐는 추궁이 두려워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지 맘대로 한다. 모르는 건 묻는 거다!
모든 건 보고서다! 장그래가 대성통곡한다. 고졸출신, 전문용어와 약어에 약하다. 용어의 인과관계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다. 보고서가 잘 정리될 일이 없다. 보고서에 많이 등장하는 용어로 문장을 줄여라. 전문적인 용어로 대화한다는 건 대화의 깊이를 더하고 속도를 높이는 거야. 그게 효율이라는 거지. 잘 정리된 문장이 아름답기까지한 장그래의 피눈물의 결과를 안 보고 갈 수야 없지.
1. 중동항로와 관련된 특이사항 -> 중동항로 관련 이슈”
2. 이슬람 최대 명절 중 하나인 라마단이 지난 8월 18이에 끝났습니다.
따라서 중동항로의 거래랑과 실재 적재비율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 라마단(2012.7.20-8.18) 종료에 따라 중동항로 물동량 및 소석률 회복이 예상됨
문장 구분을 위해 “-”(하이폰)을 사용한다.
직장인들이여, 체력이 승부다!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일어난 증상. 체력이 약하면 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 떨어지고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호칭 똑바로 써! 아랫사람한테 반말 까지 말고! 오과장님, 박과장님이 심부름 시키셨는데 시키신 거 지금 필요하신 건가요? 삑X!(내가 잘 하는 실수 T.T) 바른 표현 오과장님 박과장이(낮은 사람이다) 심부름 ~ 이거다. 존칭은 겹으로 쓰지 않는다. 너~ 아무개야 어쩌구 이게 회사냐(이건 내가 욱해서 하는 말^^;;)
직장인 모 있어? 승진과 월급 빼면 이라굽쇼?
직장인 모 있어? 승진과 월급 빼면. 아, 정말 그런가.
승진과 월급에 최적화되어 있는 승승장구 김부장과 그렇지 못해 승진에서 밀리고 있는 오과장.
정말 회사 생활 그게 다인가.
일을 자신과 동일시 하는 매소드 배우 오과장에게 김부장의 한마디는 일침이다.
* 메소드 배우란? 작중 인물이 되기 위해 자신을 지우고 극 중 인물이 되어 사고하고 행동한다.
"큰 조직의 일이라는 게 항상 선후가 바뀌는 게 다반사. 누구 한 명의 땀방울로 되고 안 되는 시절은 지났어. 한다 안 한다는 문제도 누가 하느냐도 아니다. 중요한 건 언제 하느냐의 문제가 더 많아. 혼자 떠 안으려고 하지마. 누구 한 명의 캐릭터로 성사가 결정되는 일은 회사로선 매우 위험해. 당신 아니어도 될 일은 되야 한다고. 그게 조직이고. 회사지"
나 하나쯤 어찌 살아도 사회는, 회사는 아무렇지 않지만, 그래도 이 일이 지금의 나. 나에게 전부인 바둑. 내 바둑, 내 일, 내게 허락된 세상.
"판이 어찌 돌아가는지 판이 보이겠니? 판 위에서 비틀거리는 놈이 판을 어찌 봐. 우린 판을 못 봐. 제때 자기 삶 챙기면서 살아야 해."
전체를 잃고 패배할 수도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제때 자기 삶을 챙기면서 살아가는 거.
내게 허락된 세상, 직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