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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입 밖으로 내지 못할 뿐, 끝임 없이 던지는 질문.
마흔의 문턱에서 질문은 더 자주 일상 속에 등장한다.
여성만화 전문이라는 마스다 미리의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를 집어든 이유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여성 삶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여성. 만족하기보다는 가지 못한 길을 서로 부러워하고 때론 자신이 가진 것을 은근 자랑해 서로를 생채기 내는 두 여성을 7살 소녀 리나의 눈으로 그렸다.
두 여성은 다름 아닌 싱글녀 리나의 고모와 전업주부로 사는 리나의 엄마다.
담백하다 못해 빈약해 보이는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감정과 공감이 일어나는 건 순전히 사실적인 내용 때문이다.
불안감, 끝없이 나를 좀먹는 질문.
“이대로 나이만 먹고, ‘아무 것도 되지 못한 채’ 끝나는 것일까.”
몰입을 이끄는 건 매 장마다 등장하는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질문을 던져 본질을 보게 하는 리나의 역할 또한 무척 중요하다.
"고모는 크리스마스때 받고 싶은 선물이 모야?"
"서른 다섯이 지나면 별로 원하는 게 없단다....."
‘자유’는 있지만, ‘보장’이 안 되고 애인은 원하지만 아무나 원하는 건 아니고, 해서 ‘돈’을 벌며 아무 때나 쉴 수 있는 하루의 월차를 낼 수 있는 게 자고고 인생이라 생각하는 아직은 독신인 다에코. 끊임없이 배우러 다닌다.
"엄마, 마흔 살인 게 싫어?"
"왜 젊은 게 유리해?"
가족, 집, 돈은 있지만, ‘존재감’은 없고 가슴 뛰는 데이트도 할 수가 없고 아이와 남편 때문에 어떤 범위 내에서만 활동 할 수 있는 주말 없는 전업주부 미나코. 언젠가부터 태양을 보면 놀러갈 생각보다 이불 말리기 좋은 전자제품쯤으로 생각한다.
"어른이 되면 뭐가 되고 싶었어?"
두 여성의 공통점은 있다. 지금. 정확히 원하는 게 없다는 것.
원하거나 되고 싶다고 해서 모든 것이 되는 것은 아니고, 정말 그것이 되길 바라는 것과는 또 다른 마음이지만.
리나처럼 어렸을 적에는 그토록 궁금했던 질문과 세상, 그토록 되고팠던 어떤 꿈들이
이 더 이상 궁금하지도 원하지도 않은 삶이 되어버린 것은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가진 것을 누리기 보다 불평불만만 늘어가는 내가 서글퍼 지는 날엔 그런 날엔 불평을 멈추고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린 시절 내가 꿈꿨던 것들은 무엇인지. 그래서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뭐지?>라고.
자유와 물질적 안정과 풍요를 모두 가질 수는 없다.
부족한 걸 부러워하기보다, 가진 걸 누리는 쪽이 현명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 전에. 리나가 들려주는 의미심장한 말을 살피자.
"엄마는 '아무 것도 되지 못했다'라고 말하지만, 그럼 엄마는 지금 뭐지?"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가 모두 나무가 되는 게 아니라 새에게 먹히거나 밟혀서 으깨지고 새싹이나올 수 없는 곳에 굴러다니기도 해. 나무가 된다는 건 도토리에게 아주 힘든 일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그치만, 엄마는 이미 '있다' . 그것은 무척 대단한 일인 거야. 갈 곳을 찾지 못한 이 도토리에게는 말이야"
어린시절의 내가, 갈 곳 찾지 못했던 도토리가 이미 무언가가 되어있는 훌쩍 커버린 나를 보면 무슨 말을 건넬까.
분명, "정말 대단한 일이야"라고 환호할 듯 하다.
책 제목만으로도 불평불만을 끊기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
그칠 줄 모르는 리나의 질문에 나름을 답을 해보면서 정말 당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