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천재 이제석 - 세계를 놀래킨 간판쟁이의 필살 아이디어
이제석 지음 / 학고재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크레에이티브 디렉트 박웅현, 책<인문학으로 광고하다>와 <책은 도끼다>의 저자로 알려진 유명광고인. 그와는 좀 다른 광고인을 만났다.

 

대구촌놈, 인문학 지식 따위는 논하지 않는다. 글도 채팅에서나 볼법한 속어로 거침없이 던진다.

 

처음엔 제 잘난 맛에 쓴 자서전인가 싶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달랐다.

오기를 넘어 독기 품은 성공기와 아이디어로 승부한 광고, 성공 후의 행보가 이목을 끈다.

 

더불어 홍보를 하면서, 홍보 꼭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하며, 돈 들이는 광고를 하면서 이 돈으로 공익활동을 하는 게 낫지 않은가. 하는 회의에 빠지곤 했는데,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루저, 판을 엎고 룰을 바꿔라
지방대 디자인과 출신, 과 수석 졸업자. 그러나 취업도 공모도 된 적 없다. 동네간판집을 차렸다. 그런데 동네 찌라시 아저씨가 자존심을 건드렸다. 30만원짜리 10만원짜리랑 뭔 차이냐고. 오기가 났다. 스펙 한번 만들어보자. 진짜 실력으로 한번 부딪혀 보자. 미군부대서 1년 동안 영어공부를 하고 미국편도행 비행기표와 5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떠난다. School of Visual Arts에 들어갔다.
1년 동안 국제 광고 공모전 29개의 메달을 땄다. 한국에서 상 한번 못 받던 루저가 미국광고계 상 휩쓴 위너가 됐다.
1947년 SVA(School of Visual Arts) 개교이례 처음, 전례 없던 일이었다.

 

 

단돈 몇달러로 만든 엘리베이터에 시트지 붙여만든 '우유에 찍어먹는 오레오' 광고다.

 

천재를 알아보지 못한 한국, 그제서야 러브콜이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돌아간 곳은 기업이 아니었다. 자신의 광고 연구소를 만들어 사회문제 개선하겠다고 나선다. 4대 악질을 개혁하겠단다. 집값, 찻값, 대학등록금, 결혼비용.


다르게 보라 거꾸로 보라 아이디어로 승부하라
캠퍼스보다 교수를 봤다. 실력 있는 현직 광고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교수에게 포샵질에 목숨 거는 동양, 특히 한국 학생들이라고 엄청 깨졌단다. 빈약한 아이디어여서 포장을 한다고. 광고계에서도 한국계 고퀄이 있구나 싶었다. 7일이 광고제작 기간이면 6일을 아이디어 내는데 썼다. 악마같은 스승에게 칭찬받기 위해 갖은 수모를 감내했다.


그에겐 궁극의 말발은 없었다. 광고계 기본인 아이디어에 목숨을 걸었고 광고쟁이가 사는 길인 대표작을 내려고 공모전에 힘썼다. 수상식에서는 구직광고를 하는 등 생쑈를 다했다. 특이하거나 새로운 이미지를 쓰지 않았다. 그저 정직하고 단순한 게 안 질리고 모든 연령증, 어느 시대에도 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투털대는 영혼, 불만이 크리에이티비티를 낳는다
이제석은 ‘좀’이 아니라, ‘많이’ 투덜된다. 부조리에 대한 그의 불평불만이 그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뉴욕 지하철 계단에 에베레스트 산을 그려놓고 “누군가에게 이 계단은 에베레스트 산입니다”라는 광고를 만든다.

 

이제석은 말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고. 자신만의 취향에 묻혀선 곤란한다는 말이다. 이 생각은 애완동물 다이어트 사료의 광고 결과물을 낳는다. 반려동물을 비만으로 혐오스럽게 그려선 안된다는 걸 기본으로 잡았다.


그의 광고는 숏패스 링크를 구사한다. 아이디어의 링크를 짧게짧게 가져 의미를 명확히 전달한다. 뚱뚱한 고양이->자루->바다표범 이런 식이다.  

 

홍인인간 광고인의 레지스탕스 운동

그는 돈 안되는 전쟁, 기아, 환경. 반전포스터를 제작하고 포퍼먼스도 했다. 돈이 모든 걸 지배하는, 돈만 보고 달려가는 광고판을 바꾸기 위해 레지스탕스 운동이 필요한다는 그의 스승 안셀모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돈지랄 덩어리 물량공세 광고를 비판한다. 그러면, 소비자가 봉이 되는 광고라고. 그게 소외와 차별을 만드는 광고라고.

 

해서 그는 착한 광고를 만든다.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힘없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공익광고를 만든다. 

 

광고도 사전제작해 팔러 다닌다. 그가 특별한 이유다.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물론 이쁜 신발, 좀 더 넓은 아파트, 신상품 드레스 사 입게 하는 것도 행복한 광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집 없는 사람이 집을 얻고 얼어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 주는 게 훨씬 더 행복한 광고 아닐까. 잘 나가는 사람 더 잘나가게 하는 거보다 죽어가는 사람 살리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기사회생하게 하는 광고가 더 의미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내가 뻥쟁이가 되어가는 게 힘들었다. 집 없는 사람 쌔고 쌨는데 어울리지도 않는 귀족 옷차람으로 톱스타를 치장시켜 궁전같은 아파트를 구입하라고? 자원 고갈이 코 앞인데 최첨단 대형차를 타라고? 얼굴과 몸매만 가꾸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여자들 콧구멍에 바람이나 넣으라고? 청소년에게 돈이 최고라고 세뇌하라고? 돈 없는 사람들 살맛 안 나게 하라고?”

 

책은 "자신을 짓밟아준 분들에게 이 책을 바치며, 그들 때문에 자기 살길 찾았다"고 마친다. 그들이 이 책을 읽을리 만무하지만, 통쾌한 한마디다.

 

“창의력이든 상상력이든 삶의 방식이든 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때 만들어지는 거다.”

 

투철한 자신의 직업관 가치관 그 무엇보다 능력을 갖춘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차별의 눈으로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극복한 청년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이자 일침이다.

루저라고 좌절한 청년, 돈지랄 광고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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