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 문화만담꾼 김재훈의 캐리커처 문화사
김재훈 글 그림 / 아트북스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재훈의 라이벌/세기의 아이콘으로 보는 컬쳐트랜드

 

 

VS를 통해 본 문화스펙트럼, 최적화된 문화정보 습득방법
비교는 경쟁사회서 당사자를 비참하게 만들 수 있지만, 정보를 얻는 자에게는 사전류와 같아서 잃는 것보다 얻을 게 많다. 가장 간단한 비교인 ‘라이벌’은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의 둘의 특징을 가장 손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더불어 '라이벌'이 있어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덕까지 갖추게 된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정보습득을 위한 인간사고체계에 최적화된 ‘라이벌과의 비교‘, 이것이 이 책을 작품으로 올려놓는 가치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구성한 걸까.

 

비교로 보는 컬쳐 트랜드, 목차만 읽어도 머릿속 지도 그려져 

1장 문화아이콘, 2장 그래픽디자인&비주얼 아트, 3장 패션&프로덕트 디자인, 4. 대중매체, 5.클래식 음악으로 이뤄져 있다.

방대한 정보와 지식의 단순 명료한 정리와 웃음. 간결함의 극치와 그림의 집약을 통해 문화 아이콘들을 쉬이, 재미있게 만날 수 있었다.


문화의 꽃을 피워낸 20~21세기 문화 영웅 67쌍을 담았으며, 순수예술, 대중문화, 매체, 클래식까지 종횡무진이다.

영웅은 인물, 작품, 브랜드, 심지어 영화 속 캐릭터까지 포함한다.

라이벌의 특징을 살린 목차만 읽어도 둘의 차이와 특징이 쏙쏙 드러난다.

 

디자이너 스티브 Vs. CEO 잡스
학문으로 한글을 디자인하다 한재준 Vs. 글꼴 디자인으로 사업을 벌이다 석금호
투혼을 부르는 삼선 아디다스 Vs. 승리의 한 획 나이키
파격적인 디자인의 잡지 테리 존스의 i-D Vs. 시대의 감성을 선도한 잡지 네빌 브로디의 페이스
선구자들의 발자취 하퍼스 바자 Vs. 지구촌 유행 통신 보그
오래된 명품의 향기 샘터 Vs. 소박한 멋의 발견 뿌리깊은 나무

언어학자가 일군 판타지 장르의 캐논 반지의 제왕 Vs. 우주로 무대를 옮긴 또 다른 전설 스타워즈

과학적 지성이 돋보이는 SF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 Vs. 광기 가득한 SF 세계를 만든 미다스의 손 필립 K. 딕

 

말풍선 속의 촌철살인 글, 빼놓수 없는 이 책의 백미

책을 펴면 VS를 기준으로 좌우로 라이벌이 등장한다. 카피, 라이벌대상, 그리고 그들의 특징이 10줄 이내로 요약된다. 하단의 그림은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문화의 요체를 캐리커쳐와 브랜드이미지 등을 통해 극명히 드러내 보인다.

 

이 책이 더욱 재미있는 건 그 라이벌 인물이나 주변인물들을 등장시켜 풍자한다는 점이다.

 

"엄친아 영웅의 산실 DS코믹스 vs. 사연많은 영웅들의 요람"에서는 DS코믹스 영웅들(슈퍼맨, 원더우먼)의 우람하고 탄력입은 몸매를 강조하고 쫄쫄이 내복, 수영복 스타일이라는 특징을 잡아내고  슈퍼 히어로 복장의 표준을 만들었다고 평한다.

여기에 반하는 캐릭터를 창출하는 곳이 마블코믹스(스파이더맨, 헐크) 이에 대해 헐크의 입을 빌려 "슈퍼 영웅은 반반하게 생겨야 한다는 편견을 갖지마"라든가 "대리만족이 다는 아니죠. 감정이입도 중요하지 않나요? 그렬러면 주인공이 우리네 현실처럼 뭔가 애환과 사연이 있어야죠"라고 당찬 한마디를 날린다. 이 책이 술술 읽히는 이유다.

 

"무서운 외계인 에일리언 vs 친구같은 외계인 E.T"에서 에일리언을 그린 화가 H.R기거를 등장시키며, 저자는 덧붙인다

"기거의 작품들에서는 인간의 성기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자주 보게 되는데 에일리언의 대가리 형상도 그렇죠"

E.T에서는 시티브 스필버그의 말풍선에 "어른이 저렇게 괴상하게 생긴 외계인과 야밤에 마주쳤다면 총으로 쏴 버렸겠지?"라든가

"친구들 사이에 '이티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들이 많이 생겨났죠. 왜일까요?"라며 능청을 떤다.

 

장이 끝날 때마다 해당 분야에 대한 문화적 현상과 문제를 꼬집는다.

스타워즈에서의 "내가 니 애비다"의 막장을 이야기 하며 막장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사건들과의 개연성과 인과성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쓴 소리도 서슴치 않는다.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유명인사의 특징을 잡아낸 캐리커쳐 작업가인 김재훈이란 사람이 광대한 문화 스펙트럼의 지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담아낸 셈이다.

 

 

 

인상깊은 저자의 서문, “소박한 문화 정원 소망”
저자는 문화를 정원에 피는 꽃이라 비유한다.  그런데 생계를 위해 고단한 몸을 굴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문화’는 누릴 여유조차 없는 시대가 됐다. 이제 문화로 구분되는 계급사회가 도래했고 꽃은 상품화가 되었다. 이에 모든 이들이 문화를 즐기던 순수한 희망, 기쁨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네가 소박하게 기르던 아름답던 꽃은 빛의 속도와 상거래에 길드여져 진선미가 아닌 이윤과 부가가치를 위한 이미지 기능이 되었다. 이에 저자는 소망한다. 문화가 모든 이들에게 마을 어귀의 소박한 정원의 꽃들로 다시 가꿔지기들.

 

"인간의 삶과 역사가 지루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환상적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펼쳐져야 하기에 천재들은 언제나 시대의 대중을 위해 삶을 산화한 이들이기도 하다. 결국 천재는 사회와 대중이 이루어낸 희망과 유희의 성과들인 셈이며, 천재의 전기는 하늘에서 사명을 받은 자가 전하는 감동 앞에 대중이 속절없이 무릎 꿇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중과 사회가 선택하고 마지막까지 정성스레 다듬은 보석이자,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의 소중한 작업들로 작은 문화적 감성이 어떻게 생겨나고 밀려나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또한, 그가 희화화하고 풍자한 덕에 문화와 브랜드의'돈'과 '계급'의 이미지를 벗겨내 본다.

 

무엇보다 책 덕분에 몰랐던 분야의 문화 스펙트럼을 넓혔다.

 

방대한 지식을 재미있게 한권에 담아내기 위해 저자가 쏟은 열정은 얼마일까.

그가 쓴 다른 디자인 책자를 찾아봐야겠다.

그의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