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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11월
평점 :
서점에 들렸다가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를 집어들었다. 갖고 있는 만화책이라곤 허영만의 '꼴'이 다인 내게 그의 책은 또 무슨 얘길 던져줄까.
삼분의 일쯤 읽었을까. 박재동 화백이 무언가 보면 그리고 싶은 것처럼, 난 이 책에 대해 뭔가 쓰고 싶다는 갈망이 쏟구쳤다. 좋은 걸 나누고픈 마음. 그게 '예술'의 시작은 아닐까.
노래는 부르면서 왜 그림은 안 그릴까
만화가 박재동이 묻는다. 12년 동안 미술교육 받고 막상 졸업하면 왜 사람들은 그림은 그리지 않을까? 노래는 노래방에서도 부르면서. 그의 대답은 '크기' 도화지의 표준사이즈가 너무 부담이 돼서. 그리하여 그가 시도하는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시작됐다. 2003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수천 점에서 200작품을 추렸다고 한다. <박재동의 그림일기>쯤 되겠다.
사람을 그리면 사람이 소중해지고 꽃을 그리면 꽃이 소중해지고
돌멩이를 그리면 돌멩이가 소중해진다.
<박재동 화백이 그림 그리는 이유>
예술의 본질은 혼자 보고 느낀 '특별하고 소중한 것들을' 나누는 것
그에게 예술은 대상의 소중함을 나누는 것이라 한다. 나는 예술하는 사람들이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표현방법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다른 이와 나누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통하는 사람들. 그들이 '예술가'다. 그래서 누군가는 어느 순간 '글'을 쓰고파 안달이고 누군가는 '사진을' 누군가는 '그림을'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닐까. 당신은 언어 말고 어떤 표현방식을 갖고 있는가. 그대가 대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나누려는 방식은 무엇인가.
현실보다 리얼한 '동시대 사람'과 '세상'에 대한 희망과 소망
책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관찰과 사색으로 시작된다. 배고픔, 게으름, 늦은 밤 잠못드는 자신, 전철에서 서서 계속 그릴까. 타협하고 앉아버릴까 하는 등의 갈등 하는... 그리곤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내 마음'이라는 게 내 것만이 아닌 나로 인해 생긴 모든 사람들의 종합체가 결국 내 마음'이라는. '우주적인 발상'을 하는 만화가다. 5부로 이뤄졌는데 가장 내 마음을 끄는 건 '손바닥 만인화'의 인물들. '전 국민의 캐릭터화'를 외치는 그의 야심찬 계획은 대상을 향한 '마음'이었다. 학교가는 게 재미가 없다는 초등학생, 대형마트가 들어와 문을 닫은 슈퍼집 주인, 결혼한 지 1년된 새색시가 심장마비로 저세상을 뜬 스파게티집 여주인, 어렸을 때 꿈도 희망도 있었을 노숙자, 과일집하며 동생집을 사주고 본인은 아직 싱글인 아저씨... 이창동 감독의 말처럼 실사보다 더 리얼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다. 유독 지난 시대를 표현하는데만 애니메이션이 리얼한 것이 아니다. 복잡미묘한 인물의 느낌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과장해서 표현하므로서 무딘 사람도 쉽게 그 느낌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나 할까? 찰나의 시간을 멈추게 해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하고 충분히 느끼게 해 주니 더할나위 없이 리얼한 것이다.


감동적인 '당신도 어렸을 때' / 웃음을 준 '원칙의 승리'
그의 예술은 그리는 데에서만 멈추지 않고 세상을 따뜻하게 할 소망을 담겼다.
'직업에 귀천이 어찌 있으리. 나는 그 일의 목적과 내면의 기쁨이 척도가 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자신의 희생으로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하고 감사하는 우리네 어머니의 마음이 그의 그림에서 느껴진다.
<박재동 화백의 손바닥 아트>는 '인물'이 아닌 동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한 사람'을 찬찬히 만날 수 있게 했다.
한국 중년 남자의 얼굴은 어떠한지, 세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의 어떠한지 말이다.
그가 새롭게 시도한 '찌라시 아트' 그러니까 매출표나, 광고지 등에 그림과 글을 덧입힌 작품들도 색다름을 선사한다.
배움과 새로움이 있으면 청춘, 없으면 늙은이
75세에 그림을 시작한 한숙자 할머니가 두번째 개인전을 열었다고 한다. 백발의 할머니가 햇살을 마주하고 그림 그리는 풍경이라 상상만으로도 멋질 것 같다.나도 언젠간 그림을 그릴 터인데(지금처럼 회의시간이 지루하다고 그리는 그런 그림 말구), 아마도 사람들이 노래는 부르면서 그림을 안 그리는 이유는 노래부르는 건 '노는 것'데 '그림'은 '노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노래는 한 곡에 3분이면 되지만, 그림은 시간도 더 들 것 같고 기술도 필요할 것 같구 말이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그림' 볼 시간이나 기회가 적다. 이렇게 그리는 즐거움이 버겁다면 보는 즐거움부터 느껴보는 건 어떠한가. 배움과 새로움의 가까운 창구 '책'이 있다. 그대가 '배움'과 '새로움'이 깃드는 늘 청춘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