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uic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잡히지 않는 무한질주본능, "오빠 달려" 

스피드 액션 블록버스터 <퀵> 에 찌질?했던 <해운대> 3인방(이민기, 김인권, 강예원)이 뭉쳤다.  

한때, 도시의 무법자 폭주족이 퀵으로 달리는 '주인공'이자, 쫓는 '경찰'.

같은 출신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그들과 한대 '오빠(와) 달려'  좋았던 여자의 팬더 울분(배신감에 마스카라 번진 얼굴)은 오로지 무한질주 본능으로 표출된다. 잡히고 멈출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이 영화의 쾌감 첫번째는 이런 거다.

'오빠 달려'하며 뒷자리에 올라탄 여자의 흥분과 사랑하는 여자를 태워 한껏 가오잡은 폭주족의 극한 스피드.
그리고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2류의 남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안달난 스피드, 스피드! 



달리다 멈추면, 폭탄도 배꼽도 터져, "스트레스 날려"

가끔 멈추기도 한다. 그러나, 멈추면 터진다.

속력이 주는 긴장감은 추돌, 폭탄 폭발 등의 굉음으로 쾌감은 배가 되면서 해소된다.

특히, 폭발음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생생하고 인상 깊었다.

어떻게 소리를 녹음했는지, 만들었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물론, 달리는 오토바이를 어떻게 찍었는지, 연속추돌의 계획은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궁금하지만, 나는 그보다 소리의 녹음과 제작이 궁금했다.)

스피드, 폭탄, 굉음..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은 긴장감은 3인방의 부산 사투리와 유머, 몸개그로 느슨해면서

배꼽을 터지게 하더니, 관객들 몸의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굳은 어깨를 두 손의 악력(쥐는 힘)으로 최대한 바싹 쥐었다가 스르르 풀어놓을 때 스미는 쾌감이랄까.

이 영화의 쾌감 두번째는 관객들을 "롤러코스터"를 타듯 감정과 긴장의 완급조절을 하게 한다는 점이다.  


메이킹 필름이 전해주는 아날로그적 감성, "맘 잔하게  울려"

좌우로 봉쇄된 터널에서 벽면을 타고 탈주하는 장면에 경찰인 김인권도 감탄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속 인물이 제작된 영화에 감탄이라.. 자화자찬이지만 밉지 않았다. 그만큼 잘만든 영화다.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에 고생한 이들의 메이킹 필름이 나온다. 그냥 '고생한' 정도가 아니라, 몸소 목숨을 걸고 영화를 찍는, 만드는 사람들(알아주지 않는).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도 전에 영화관이 텅비는 걸 생각하면,

<퀵> 영화의 세번째 미덕은, 영화 제작을 위해 투입된 수많은 이름없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했다는 점이다.

관객들 대부분은 영화를 어떤 이들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나조차(감독의 이름까진 보겠지만) 엔딩 크레딧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피땀 흘린 이름없는 누군가들을 떠올리게 해 마음이 짠했다. 

이름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나의 쾌락 뒤에 숨은 당신의 고통을 기억하겠다

누군가 '잘 나가는 배우를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반대다. 잘 나가는 배우를 썼다면 이목은 그들에게만 집중되었을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조연의 그들이었기 때문에, 달리고 싶은 본능도 추돌하고픈 욕망도 극대화될 수 있었다고 본다.

영화에 대한 시선은 조연이었던 주인공들이 아닌, 현장 제작자들에게까지 옮겨간다.

8.15 폭주로 모든 걸 잃은 정인혁(윤제문)의 대사를 떠올린다.

 "너의 쾌락이 누군가의 고통일수도 있단다"

내게는 마치, 이렇게 들린다. 파괴의 미학을 위해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너(관객)가 맛본 쾌락 뒤에, 수많은 이름없는 누군가의 고통이 있었다"라고.

고생 많았다. 정말/ 잘/ 봤/다.  

고맙다.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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