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평점보다 정확한 추천을 하는 연하품절남의 추천작
맥스무비의 평점보다도 더 정확한, 좋은 영화 추천자 연하품절남이 <써니>를 권한다. 100% 믿음을 갖고 곧장 영화관을 찾았다. <과속 스캔들> 강형철 감독 작품 <써니>란다.
혼자서, 둘이 온 커플에게 미안할 정도로 재미있게 보며 키득거렸다.
칠공주의 80년대 문화와 추억을 파는 영화
<써니>는 80년대 문화와 추억을 간직한, 이제는 여고생의 엄마가 된 한때 논 칠공주들 이야기다. 첫사랑에 성공만 했어도 여고생 딸래미를 둘 나이. 아마도 내가 젊은 커플보다 더 웃을 수 있었던 건 영화 전반을 춤추게 한, 80년대의 음악, 패션, 소품 등의 문화를 나 역시 겪었기 때문일게다.
귀동냥으로 들은 ‘전설의 칠공주’를 모티브로 삼아, 추억과 캐릭터를 완벽하게 재현한 강형철 감독은 그녀들의 추억을 통해 어른이 된 후 잃어버린 ‘우정’과 ‘꿈’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야기는 10대 소녀들처럼 무척이나 가볍고 웃음난다. 예측한 결과인지 모르나 ‘여자팔자 뒤웅박’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10대때 커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살지 어찌 알았겠는가. 혼자 성공하거나 남편 잘 만나거나 잘못 만나거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삶을 살며, 꿈많고 웃음 많던 소녀들이 이제 불륜이나 탄생비화, 불치병의 드라마나 홈쇼핑, 명품쇼핑으로 낙을 삼는 줌마들이 되었다.
알찬 80년대 추억 종합선물세트
이번 영화에서도 느끼지만 강감독은 참 음악을 잘 쓴다. 제목이기도 한 80년대 팝송 ‘써니(Sunny)’와 롤라장에서 늘 흘러나오던(그 특유의 춤과 함께) 조이의 ‘터치 바이 터치(Touch by Touch), 나미의 빙글빙글, LP가게에서 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리처드 샌더슨 ‘리얼리티(Reality)’까지.
뿐만 아니다. 나미가 입고 나온 어깨선이 팔로 내려온 다소 큰 청(나는 얼룩있는 돌청이 있었더랬다) 나이키(울 오빠는 흰티에 나이키를 새겨 다녔다), 반달모양 가방 어깨에 둘러매는 꼴하며, 빨간 줄무늬 셔츠 앞에 묶어주고, 앞머리 반은 내리고 위는 뜨게 해 스프레이 고정한 머리스타일, 손과 목에 손수건 두른 것 등등(나이키 새겨진 목만 있는 폴라도 기억난다. 흰색과 검은색을 모두 갖춰 두었었지) 8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소품들에다가. 점심 시간 매점으로 달려가는 것. 오빠의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 등등의 에피소드까지 완벽한 80년대 추억의 종합선물세트였다.
거기에 영화 <친구>에 견줄만한 칠공주 여자의 ‘의리, 우정’, 그리고 그때는 전혀 기대치 못했던 변해버린 그녀들의 삶에 모습에 콧끝이 여러번 찡해진다.
아역 나미역를 맡은 심은경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벌교 사투리와 방언처럼 터지는 욕. 빙의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역을 위해 제대로 망가져준 그녀가 있어 영화를 특히나 빛을 발했다.
제대로 웃겼지만, 해결방식은 아쉬움 남아
다만, 초반부터 남편이 들이밀고 ‘사랑해요’라는 말에 부응이라도 한 듯 건네지는 ‘돈’이 목숨만큼 소중한 친구를 찾고 그녀들의 체면을 살리고 삶을 바꾸는데 아주 주요하게 쓰여지는 세속적인 가치관은 ‘내심 재미있으면 됐지’하면서도 목에 가시처럼 따끔거린다. 감독은 무슨 의도였을까?
문득 나를 잃어버렸다 느낄 땐 친구들을 찾아봐
대학이나 직장생활에서 만난 친구는 비교할 수 없다. 왜일까. 뭐가 될지 알 수 없었던 어린시절, 특별한 문화와 추억을 함께했던 친구들에게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끈끈한 무엇이 이어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잃어버린 나를 그들의 기억 속에서 찾아 힘을 내곤 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바로 잊고 살았던 한때의 나를 과거로 초대해 어린 나와 친구 앞에 마주하게 한다는 점이다.
엄마, 아내이기 전에 꿈많은 소녀였던 누군가의 특별한 친구였던 나, 삶의 또 다른 의미를 찾게 한다고나 할까.
엄마와 딸이 함께 볼 영화
80년대 추억의 종합선물세트 <써니>는 이렇게 중년 여성들에게 잃어버린 자신의 역사?를 다시금 깨우쳐 줄것이다.
또한 그녀들의 딸이 엄마의 '한때 그랬었지'를 보며 엄마를 좀 더 이해하고 자신의 미래와 현재 학창시절의 소중함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