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핀란드 디자인 산택 - 안애경 지음 

 



디자인 책에 핀란드 '자작나무'가 표지입니다.

그것도 한겨울 앙상한.

책을 덮고나면 이보다 더 적절한 디자인은 없었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땅 75%가 숲인 핀란드를 대표할 만한 '자연의 한 장면'

핀란드인들의 디자인에 대한 가치관을 책표지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맘에 듭니다

  

얼마전 있었던 리더십 교육에서 강사가 '디자인은 사치다'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사 바로잡기'한다고 바로잡히냐 이런 언행도 불사하던 분이라 오지랖 넓은 저였지만 나서지 않았습니다.

 

'디자인' 과연 뭘까요? 여기저기 국가적으로 또 자치구에서도 앞다투어 한다는데

'핀란드의 디자인'은 어떤지 안애경 작가가 산책나서듯 주위를 둘러보면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디자인'을 말하는 쉽고 친근한 이 한 권의 책이

지금 대한민국에 '공공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디자인'이란 과연 뭔가. 우리나라는 무엇이 문제인가를

깊게 생각하는 참 친절한 책입니다

놀랍게도 '디자인'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의 많은 것이었습니다

 

핀란드 디자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어디에든 풍토에 맞는 아름다움이 있고 그 풍토에서 생겨난 독특한 문화, 예술, 디자인이 있다는 것이죠.

특히 이것은 핀란드인들의 '자연환경이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산임을 인식'하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입니다.

'자연 그 자체'에 대한 존경과 그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핀란들 사람들의 지혜와 겸손함이 느껴졌습니다.

 

 핀란드는 일상이 디자인이다



유럽 북쪽에 자리잡아 땅 3분의 1이 북극이고 5만 개가 넘는 작은 호수가 있는 '호수의 나라' 핀란드

겨울, 긴 어둠, 흰눈과 더불어 빛나고 있는 것은 푸른 가로등이었습니다.

붉은 색 가로등이 아니라 푸른 가로등이라니... 찬 것을 찬 그대로 살려두고 긴 시간 하늘빛을 볼 수 없기에 택한 푸른빛

그들의 국기에도 살아숨쉬는 푸른빛

한 나라의 디자인의 통일성이 느껴집니다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지혜와 냉정한 이성을 잃지 않는 핀란드인이 느껴집니다.

겨울, '빛'만큼 희망을 주는 것도 드물겠지요. 그것도 푸른 빛. 긴 겨울 핀란드 사람들이 산책과 명상에 깊게 빠질 수 있을 듯 합니다.

 



겨울철 철새들을 본뜬 장식품과 자작나무를 본뜬 커피잔

핀란드는 오후 2시 모든 이들이 커피타임을 즐긴다고 합니다.

그들의 여유가 느껴지는 디자인입니다.

 



제가 가장 욕심내는 디자인입니다.

미나라는 조각가의 작품입니다.

그는 정성스레 소를 키우는 농부이면서 조각가이면서 화가입니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소들의 움직임이 가슴에 전해집니다

이 그림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른 분야 경혐을 통한 감각을 익히고 전문성에 반영하는 분위기

이것이 핀란드 디자인 세계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합니다

 

 



 자전거도로는 도시계획 당시부터 계획되고

거리 공사에서 작은 돌멩이도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는 핀란드

바위산을 파서 교회를 만든, 교회 안 바위 모습은 그대로 살려놓은 템텔리아우키오 교회

사람 다니는 길은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이 숨 쉴 틈까지 배려하는 그들..

주변환경과 자원을 아끼는 시민의식이 역사와 도시의 디자인을 빚어내고 있었습니다

벽돌 틈새로 자라난 풀들이 이렇게 부러울 줄이야

시멘트 칠해진 한국의 도로, 지금은 땅뿐이지만 곧 사람의 숨통을 조여오겠죠

 

'도시계획'이란 채워놓는 게 아니라 시민을 위해 '어딘가를 어떻게 비워둬야하는 일'이 포함되어있다는 걸

우리네 삽질양반들과 관련 공무원들이 알아야할텐데요.

 



공공장소 시설물에 글자보다 '심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우리네 문 '미세요' '당기세요' 도 심볼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예를 들면 미세요는 '보', 당기세요는 '바위'처럼

  

나가는 글에서 지은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쉽게 눈에 띄지 않고 단순하고 간결한 핀란드 디자인, 이 모두 핀란드 사람들만이 가진 문화와 전통

그리고 자연환경에서 가능한 생각과 실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 한국만이 가진 문화와 전통 사회환경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결코 근거없이 만들어지거나 다른 데서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한국 사람만이 가진 뿌리 깊은 전통과 그 빛나는 가치를 현대 생활 속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진실한 생각이 먼저 필요하다" 

 

디자인도 '진심'으로 지어야 했습니다.

 365일 어딜가나 공사 중인 대한민국, '자전거'가 떴다 하면 있던 도로 좁혀서 줄 하나 더 긋고

자전거 도로랍시고

자전거 도로에 주차하는 차들이 생기면 주차 못하게 막음막을 설치하고

심지어 벤치에 눕지 못하게 높은 그 좁은 벤치에 막이를 막고

자연에 대한 배려에 앞선, '인간'에 대한 배려도 없는

불편함을 주는 디자인

대전 '문화의 거리'에는 가까운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들이 성시를 이루고

얼마전엔 대전도 생태하천 만든다고

그나마 교통량을 줄여준 하천도로를 없애버린다고 파헤쳐져 있더군요

덕분에 한 도로가 일방통행이 되어 상권이 무너져 주민들의 탄성은 높아감은 물론이고

이후 교통량을 고려한 아무런 대비책도 없습니다

여기저기 파헤쳐지는 대한민국이 이 책을 보니 더 안쓰럽습니다

 

'디자인에 있어서 평등, 살아가는 환경자체가 민주적일 때 가능하다'는 필자의 말이 가슴을 후벼팝니다. 

살아가는 환경에, 사람들의 마음에 민주주의가 없으니 '디자인'도 우리에게 그저 '거추장스러운 사치'일뿐이고

또 누군가에겐 한 줌의 삽질일 뿐이죠.

 

자연이 그 나라의 가장 적합한 디자인임을 알고 있는 그들

그래서 자연을 닮은, 어울리는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삶을 꾸리는 사람들

그래서 '일상이 곧 디자인'인 지금의 핀란드가 된 것이겠죠.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핀란드 국민성과 민주주의

자연과 사람의 관계 등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 책

우리네와 비교되어 부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되었던

안애경의 '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여러분께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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