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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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반
무/심/한 양장본을 드디어 덮었다. 휴~
무라카미의 책은 이래서, 밤에 읽으면 안 된다.
그것도 아직 채 2권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는.   


야냐체크 - 신포니에타 Allegretto 

이 음악은 아오마메가 꽉막힌 고속도로 위 택시 안에서 듣게 된 야나체크의 '심포니에타'다.

잰걸음으로 어둠속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 뭔가 일어날 듯한 조마조마한 발걸음의 선율이 느껴진다. 그 세계는 1984년이 아닌 1Q84년입니다. 후반부 두리번두리번 선율이 느려집니다. 그녀가 본 세상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아오마메와 텐고

스포츠클럽 강사로 고환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법을 가르치는 아오마메는 킬러다. 살인 후 혹은 충동적으로 낯선 남자 그것도 머리통이 이쁘고 머리숱이 적은 40대 남자만 찾아 ‘섹스’한다.

그녀는 이 책의 홀수 장을 담당하다. 여자/홀수/음


한 살 때 기억, 어머니가 낯선 남자에게 젖을 빨리는 기억에 잦은 현기증을 일으키는 덴고. 유부녀 걸프렌즈가 선사하는 섹스에 만족하는 그는 수학의 명쾌함에서 희열을 느끼고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이 책의 짝수 장을 담당하다. 남자/짝수/양


홀짝을 구분하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이 책의 세계에서 과연 아오마메와 덴고는 어떤 연관관계가 있을까.


그들의 거리를 좁혀주는 단서

▶ 아오마메 : 살인 - 교살자 노부인 - 노부인이 돌보는 쓰바사 - 두 개의 달 목격 - 쓰바사가 준 단서 리틀 피플 - 선구

▶ 덴고 : 편집자 고마쓰 - 천재소녀작가 후카에리의 <공기 번데기> - <공기 번데기>에 등장하는 리틀 피플 - 신흥종교 ‘선구’의 옛 리더 딸 후카에리 - 두 개의 달



아오마메와 덴고는 어떤 사이?

일요일마다 NHK 수신료를 수금하러 아빠와 다녀야 했던 그.

수혈을 거부하는 증인회의 딸로 엄마의 손을 잡고 선교활동을 해야 했던 그녀.

둘의 기억사이에서 어렴풋이 둘의 관계를 짐작해 본다.


어느날 그의 손을 말없이 맞잡고 떠났던 그녀를 기억하는 그

아유미에게 초경 전 평생의 사랑을 맹세한 남자가 있다. 그러나 그는 나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고백하는 그녀.

20년 전의 사랑, 둘의 관계는 그게 다였다.


무라카미 소설에 SEX는 위로?

‘상실의 시대’에서도 그랬던가. 기억이 가물하다. 그래 ‘레오코’여사 에게는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유독 이 책 속에 SEX가 ‘위로’의 역할을 한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SEX는 폭력이기도 하고 상처이기도 하다. 또 육체적 위로. 정신적 공허함이 이 육체적 광기로 채워진다.

그가 말하는 ‘사랑’은 도대체 뭘까. 진정한 ‘사랑’의 힘은 ‘구원’의 힘(그게 시스템의 억압이든, 사회속 악이든)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는데. 좀체 다가갈 수 없다.

하루키의 1Q84에 유독 눈에 띄는 여성성

뉴시스의 기사를 인용하자면, 무라카미는 특히 이번 작품에서 여성이 느끼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을 더욱 파고들어 써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이전 상실의 시대와 달리 이 소설에선 여자의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달이 두 개나 떠서였을까)

어린시절 일요일 부모와의 동행을 거부한 그와 그녀의 방식은 다르다. 둘다 집을 뛰쳐나왔다.

아오마메는 특히 구체적으로 서술되어있지 않으나, 덴고는 여선생의 도움을 받는다.

섹스하는 것에도 수동적인 그와 능동적인 그녀는 대비된다.

질문의 답은 읽는 자의 세상 속에

아오마메(푸른콩)와 덴고는 언제쯤 만나게 되는 걸까. 아니 만날 순 있을까.

어째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든다. 아니다. 그들이 같은 세계 같은 공간에 있다면, 만날 수 있으리라 왜냐면 글을 읽을수록 둘의 이어줄 공통점이 줄줄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서술도 서로의 관점에서 할 수 있으니, 굳이 그게 하나의 장으로 표현되지 않아도 되리. 어차피 세상은 자신이 보는 것과 남이 보는 것은 다르겠지. ‘오! 수정’과 같이 그게 또 다른 세상일 수 있을 것이겠고 1Q84의 신흥종교가 아니어도 저마다의 생각의 틀이 또 하나 자신을 억압할 수 있으니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무라카미 하루키의 Q에 우린 저마다의 답을 내려야 한다.
1권만 읽은 나로서는 아직 확답을 내리긴 어렵지만,
어떤 답을 내리든 그건 내 세상 속의 또 하나의 틀이 될 수도 또 그 틀을 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상실의 시대' 끝부분의 와타나베와 미도리가 떠오른다.
그는 전화박스에서 미도리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이름을 끝없이 불렀다.
미도리의 '당신, 지금 어디 있어요?'에 와타나베는 차마 대답하지 못한다.

그가 '적확히'(이런 잘 쓰지이 않는 일본류?의 말들이 이 책엔 많이 등장한다. '풍격'이라든지')

미도리를 부른 것인지 그저 그리움의 대상을 부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에 비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덴고
그 덴고를 찾으려고 조차 하지 않는 아오마메
그 둘이 만났을 때 그에겐 그녀의 사랑이 한번도 접하지 않았던 것을 접했을 때의 그것을 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아름답고 소중하게 다가올 수 있을까.

아오마메가 생각하는 '우연'한 만남을 기다리는 사랑.
'상실의 시대'의 미도리가 쟁취해 얻으려는 사랑과는 대조적이다.
애틋한 어떤 감정도 솟질 않는다. 그저 궁금증만 더해간다.

인간의 영혼은 이성과 의지, 정욕으로 이뤄져 있다 - 플라톤

'질문'이라는 이성때문이었을까.
'아련한 그리움'조차 없던 덴고에게 아오마메의 사랑은 울림을 줄 수 있을까?

개를 폭탄맞은 것처럼 산산조각낸 '리틀 피플'의 존재는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스'와 뭐가 같고 뭐가 다른 걸까. 존재는 하는 것일까. 세상 어디에서든 존재하는 보수'선구'와 진보'여명' 그들의 길에서 우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읽을 수록, 정보가 많아질수록 Q가 자꾸만 늘어가는 1Q84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거야'

- E. Y. Harburg & Harold Arlen, It`s Only a Paper Moon

1Q84는 조지 오웰의 미래소설 '1984'를 토대로 했다. ‘시스템에 억압당하는 인간`을 그렸다는 점에서 두 소설은 통하는 점이 있다고 한다. 또 아오마메가 하늘의 두 개의 달을 보고 그날 이후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구분하기 위한 Question에서 Q를 따와 ‘1Q84’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일본어 9를 뜻하는 발음이 Q와 같다. 이 Q는 독자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라는 물음을 갖고 계속 책을 읽어나가게 하는(살아가는) 힘이기도 하다. ‘호기심’ 내지는 ‘질문’은 이토록 강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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