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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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허전함

사흘이나 저에게 메일을 안 쓰시니 두 가지 기분이 드네요.

1)궁금하다. 2) 허전하다

둘 다 유쾌하진 않아요. 어떻게 좀 해 보셔요!

 

FW

당신 생각을 많이 해요.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그리고 그 사이에와 그 바로 전, 바로 후에도.

 

당신이 기억하는 그리움의 언어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잠들기 전 그들이 전하는 그리움 기억하시나요?

'굿나잇 데이지'   '굿나잇 벤자민'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웹디자이너 에미와 언어심리학자 레오의 그리움이자 사랑의 언어입니다.

 

만나 본적 있는 사람의 그리움이 진할까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의 그리움이 더 진할까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쉽게 답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잘못 간 이메일로 시작된 인연, 탐색, 그리고 사랑에 이르기까지



'이메일'입니다. 문자도, 채팅도 아닌 '이메일'
이 책은 밑도 끝도 없이 그들의 편지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철자 하나의 실수로 이어진 편지, 그 편지의 짧은 문장 안에서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외모, 목소리, 가족, 친구 등.. 말은 눈덩이처럼 환상이 되어갑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약간의 빈틈 혹은 선을 넘는 관심을 보일 때면 상대는 냉정해지거나 비판적이 되는 식입니다.

 

그러다 곧잘 토라지기도 하고 둘의 거리가 두려워 먼저 물러서기도 하고 또 잃어버리진 않을까 두려움에 떨기까지 합니다.

급기야 메일 속에서만 서로를 소유하게 됐다는 건 안 그들은 세상 밖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 에미, 그녀에게 레오는 그저 '바깥 세상'일 뿐.

 

'나는 절대 당신과 사랑에 빠지지 않아요!'

 

'절대'라는 말은 이래서 위험합니다. 절대는 절대 어떤 것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흔들린다는 두려움의 표현입니다

에미의 말처럼 "처음에 불가능했던 일도 나중에 가능해지는 경우가 있으니까' 절대의 말은 삼가시길.

 

 그들의 환상 속에만 존재한 그들. 그들의 만남은 현실로 이어질까요?

그들이 주고받는 편지에는 사랑할 때 겪게 되는 모든 것들이 존재합니다. 여자의 변덕과 질투는 현실보다 리얼합니다.

술 취한 레오와 술 깬 레오는 그의 모습을 가늠하기 힘들게 합니다.

편지로만 이어지다보니 단어와 단어사이 문장과 문장사이 지나칠 수 없는 기호와 심리까지 읽어야 했기에 누구랄 것도 없이 언어심리학자가 됩니다. 없는 게 있다면, 그 만남을 현실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갈등.

그들의 편지를 별 고민없이 읽어가다가 나 역시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하게 되지만 쉽사리 결정내릴 수 없더군요.

그들은 만나야 할까요? 과연 만날까요?

끊어질 듯 이어질 듯.  그들이 주고받는 편지의 시간간격 만큼이나 아슬아슬한 그들의 1년간 사랑, 덩달아 가슴 졸입니다

 

언어로만으로 빠질 수 있는 사랑의 모든 감정들

언어로만 빠질 수 있었던 사랑의 가능성은 물론, 사랑의 모든 감정들이 언어에 고스란히 안겨있습니다.

한때 언어로 표현했던 사랑의 감정들을 기억하시나요?

내게 그런 때가 있었던가 할 그런 감정들이 그들의 편지 행간사이에서 새삼스레 고갤 듭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누군가를 몹시도 그리워했던 연애 감정이 떠오르고  그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말을 걸게 됩니다.

'새벽 세시, 당신이 있는 그곳에도 바람이 부나요?'

키스는 편지 쓰듯하면 된다는 레오, 당신의 변덕이 나도 궁금해지네요.

가깝다는 건 거리를 뜻하진 않을 진대, 누군가의 말처럼 거리가 극복되지 않는 사랑은 그저 애틋하기만 합니다. 

 

35초 뒤

Re: 레오, 당신 목소리들 듣고 싶어요. 

25초 뒤

AW:뭐라고요? 

40초 뒤

RE:당신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요! 

3분 뒤

AW : 정말요?  ... 자동응답기 녹음이벤트 해요. .. 방금 보낸 이메일 가지고.. 

5분 뒤

RE: 내가 줄곧 이런 사람이랑 얘기하고 있었던 거야?

 

당신은 지금 시공간을 극복한 영혼울림 멘토의 글을 읽고 계십니다...

.. 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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