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안녕하세요. 영혼울림의 멘토입니다.
5월 세째주 제가 읽어드릴 책은, 어머니와 딸이 함께 읽을 만한 책입니다.

‘모든 엄마는 한때 딸이었고 모든 딸들은 훗날 엄마가 된다’
얼마 전 어버이날이라고 고향엘 다녀왔습니다.

일흔이 넘은 홀어미를 보고 오는데 왜 자꾸 눈물이 비치는지 모르겠습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을 보이는 건, 늙어가는 나약한 어미의 모습에 대한 서글픔일까요.
아니면,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서러움일까요.
나이가 드니, 눈물만 더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작가 수산나 타마로가 지은 ‘마음 가는 대로’는 생의 마지막을 앞둔 할머니가 30여일 동안 손녀에게 남긴 15통의 편지입니다. 15통의 편지에는 한때 누군가의 딸이었던 자신의 삶과 그녀의 딸과 손녀에 대한 기억들이 담겨있습니다.

마치 내 편지마냥 읽히는 맛

이 편지가 저를 뭉클하게 하는 것은, 현재의 나의 어미와 또 나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엄마가 한때 딸이었다는 사실을 모든 딸들은 망각하고 어미를 아프게 하곤 하니까요. 이 책 여기저기에서 도움주려는 어미 손을 뿌리치고 모진 말을 남기고 떠나는 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런 딸들을 볼때의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어리석었던 것일까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언젠가 떠나버릴 혹은 떠난 어미의 자리를 그리워할 딸과 손녀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간직했을 법한 추억입니다. 어린 시절 무언가를 기르다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 때. 어린시절 읽은 책 한권, 다락방에 숨겨진 나의 비밀 등등 이 이야기가 수십년을 거쳐 이탈리아에서 여기 한국까지 오게 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건강한 시절에는 몸이 나의 적이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뼈아픈 한마디로 편지는 시작됩니다. 그녀는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그에게 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남는다’며 ‘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몇 년이 지나도 네 곁에 머물 수 있는 글을 전하고 싶다’고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에 홀로 편지 쓰는 일에 집중합니다. 이 글은 또한 그녀의 삶을 다시 회상하며 정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을 겁니다.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포기하지 마’

가부장적 요구에 대학을 포기하고, 사회적 분위기에 노래부르기를 멈춰야했던, 사랑보다는 ‘지식’을 갈구한 누군가의 딸. 세월이 흘러 부모님이 바라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개성’보다 ‘인격’을 택했다는 그녀가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포기했던 거래가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문제가 되었는지 회상합니다.

'네 마음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 네가 세상에 나오던 날처럼'

평생 감출 수 있었을 것 같던 비밀을 터놓던 날 애인과 같은 사고로 딸을 보낸 어미.

여자의 삶이, 가끔씩 하늘 높이 올라가지도 못하고 낮은 데서 '칙'하며 꺼져버리는 불꽃같다는 그녀가 세상의 모든 딸에게 남긴 메시지를 확인하려면, '마음가는대로'를 손에 집어 드시길. 책 후반부에 편지를 읽는 손녀의 마음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였으나, 그건 저만의 바람으로만 끝났습니다. 편지를 읽은 손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가늠조차하기 어렵습니다만 이미 떠나버린 어미가 남긴 편지는 그녀가 남긴 그 어느 추억과 기억보다 오래도록 마음 속에 살아숨쉴 것 같습니다.

엄마와 딸의 마음의 문을 열리게 할 열쇠
자신을 그리워할 누군가를 위해 '글'을 남기는 것만큼 가치있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어머니는 한 때 누군가의 딸, 여자였다는 사실을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책,
엄마와 딸이 함께 읽으면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열리게 할 책, '마음가는대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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