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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의 가족 상담소 - 얼굴 보면 속 터지고 돌아서면 생각나는 가족 관계 솔루션
이호선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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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무엇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주 어릴 때부터 술에 기대어 무너져 있던 모습을 보며 자라서인지, 내게 엄마는 한 가지 말로 정리되지 않는다. 미워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대상이고, 가끔은 그리워지는 사람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지는 존재다. 가족이나 엄마에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자주 울게 되지만, 막상 전화를 걸면 끝은 늘 한숨으로 끝나는 관계.


자극적으로 보기 시작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 연장선에서 문제를 차분히 짚어주는 이호선 상담사의 책을 읽게 되었다.

“지나간 과거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니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도움을 청하며 용기 있게 사세요.”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과거에 붙잡혀 있던 나에게, 문장 하나가 생각보다 단단하게 와닿았다.


엄마를 향한 복잡한 감정은 쉬이 정리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붙잡고 있어야 할 것과 놓아도 되는 것을 조금은 구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해 보기 위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 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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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탄 위픽
백은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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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스무 살을 넘긴 나는 몹시 취약했고, 어디에도 제대로 발붙이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었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갈 곳은 없었고, 무너지는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기댈 곳 또한 없었다. 결국 가장 쉽게 손을 뻗을 수 있었던 인터넷 속에서 한참이나 나이 많은 언니를 만났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우스울 만큼 허술한 거짓말들이었다.


조금만 떨어져 바라보면 금세 알아챌 수 있었을 말들, 모순투성이의 태도들. 그런데도 그때의 나는 이상하리만큼 그 말을 믿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간절히 선택되고 싶었고, 이해받고 싶었고, 버려지지 않고 싶었다. 결국 남은 건 사랑이라기보다 구걸에 가까운 마음뿐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묻어둔 과거의 감정들이 천천히 부상한다. 사람은 왜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관계에 머무르는지, 왜 어떤 거짓은 알면서도 끝내 외면하게 되는지. 함부로 단정하지 않으며 대신 결핍과 외로움,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쉽게 한 사람을 흔들리게 만드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어릴 적부터 나는 누군가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연인이 되었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깊게 얽혀 들어가는 감정들 앞에서 나는 언제나 침묵하는 쪽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 인물들의 위태로운 마음이 낯설지 않았다. 사랑을 믿고 싶은 마음과 사랑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누군가를 사랑했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약했던 순간의 자신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오래된 감정들이 천천히 젖어드는 기분이 들었다.

“장마도 다 갔는데 아직도 비가 오면 어쩌지 싶어. 편지가 다 젖어버리고 잉크가 다 번져버리면 그 안에 든 마음까지 버려질까 봐.” 책 속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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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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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살해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할 경우.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지목했을 경우.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지목한 사람을 도왔을 경우.” 책 뒷표지에 적힌 이 짧은 문장은 규칙처럼 나열되어 있으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품고 있었다. 인간의 선택과 그로 인해 이어지는 관계의 연쇄를 떠올리게 하는 이 문장은 단번에 호기심을 자극했고, 자연스럽게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처음에는 뒷표지의 몇 줄 문장 때문에 시작한 책이었지만, 읽다 보니 그 문장이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작품의 핵심 구조를 압축해 놓은 문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독자는 ‘누가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뿐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라는 질문까지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의 구조를 하나씩 짚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다. 평소 복선을 촘촘히 배치하고 마지막에 그것을 정교하게 회수하는, 세밀하게 설계된 스릴러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 그런지 이야기의 전개가 조금 더 치밀하게 맞물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최근 ‘미스터리 서클’ 같은 설정이 비교적 익숙해진 영향 때문인지, 작품이 가진 아이디어 자체의 신선함이 예전만큼 강하게 느껴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표지의 몇 줄 문장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끝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인간의 선택이 어떤 방식으로 사건과 관계를 만들어 가는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독특한 구조의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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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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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책을 덮으면 다시 펼치는 일이 드물었던 청소년 시절, 『달의 궁전』에 깊이 빠져 있던 때가 있었다. 책 모서리가 닳고 둥글어질 만큼 반복해 읽었던 그 책의 저자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마지막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고 나는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 작품은 소설이라기보다 에세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일상의 결을 따라 조용히 스며든다. 그래서인지 한 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작가가 남긴 마지막 편지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상실을 다루면서도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다. 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요약하자면, “그는 그 뒤로 오랫동안 그 느낌을 기억했다는 것, 그 느낌을 간직하고 다녔다는 것은 기억나지만 그걸 느꼈던 그 장소의 세세한 특징은 머릿속에서 거의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그가 지금 그 장소로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사실 다른 곳에 와 있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라는 문장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 책은 상실을 지나, 다시 살아가는 자리로 독자를 데려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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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비 생활
가제노타미 지음, 정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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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아… 현실성이 떨어지는 자족적 평온의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소비 패턴이 무너져 있던 나에게 걸음마부터 다시 가르쳐 주는 책처럼 느껴졌다.

경제 용어나 어떤 방식으로 돈을 굴려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보다, 이 책은 ‘스스로에 대한 고요한 충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소비나 선택 앞에서 나를 돌아보고, 작지만 단단한 습관을 기르는 일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책이었다.

때문에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서를 찾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소비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점검해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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