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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부부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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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가제본 #황보름 #윗집부부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쳤다. 소설 속 경직이 너무도 내 아버지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소통하는 대신 자신의 말만 옳다고 믿고, 상대의 말을 중간에 끊거나 압박하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예전에 화를 이기지 못해 가족들 앞에서 언성을 높이던 아버지의 모습도 겹쳐보였다. 그래서 경직은 단순한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마주했던 누군가처럼 느껴졌다.

황보름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사람을 이해시키는 방식이었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단정 짓기보다,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 천천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꽉 막힌 노인처럼 보이는 경직을 통해 우리는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동시에 경직 역시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인물들을 쉽게 선악으로 나누지 않고 서로의 사정을 바라보게 만든다.

특히 생존을 위해 불안과 두려움의 경계에 서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고용이 불안정한 환경에서 언제 정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현실은 낯설지 않았다. 일정 시기마다 대규모 인원 정리가 이루어지는 직장에 다녀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봄의 심정이 유난히 깊게 와닿았다. 사회초년생 시절 직장 상사의 압박 속에서 결국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래서 봄의 불안과 좌절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한때의 내 이야기처럼 읽혔다.

읽는 내내 유독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다.

“저렴함과 실용성이 특징적인 그들의 가구와 생활용품 사이에서 소파는 견고한 우아함을 자랑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처럼 느껴졌다. 팍팍한 현실과 생존의 무게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우아함과 존엄을 포기하지 않는다.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끝내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문장 같았다.

결국 이 소설이 보여주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이 맞닿으며 생기는 오해와 이해의 과정일 것이다. 답답함과 공감, 연민과 씁쓸함 사이를 오가며 읽다 보면 어느새 인물들 곁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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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발칙해도 될까 페이퍼사운드 숨·쉼·음 1
알레프 지음 / 브로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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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얼마나발칙해도될까 #알레프 #브로북스 #페이퍼사운드숨쉼음

청소년기에는 학교 백일장 당선작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글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잘 쓰기 위해 애쓴 문장보다 솔직하고 담백한 문장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발칙해도 될까』를 읽으며 문득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음을, 읽히는 문장으로 페이지에 문장의 주파수를 맞추다’라는 시리즈의 모토를 보았을 때는 뮤지션 특유의 감성과 예술적 영감이 가득한 책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 책이 내게 건넨 것은 화려한 수사나 특별한 재능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꾸밈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솔직한 문장들이었다.

사실 나는 이 작가의 음악을 모른다. 성별조차 알지 못했고,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내게 책을 펼치기 전까지 그는 기억 속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것은 뮤지션이라는 직함 때문이 아니라 글 자체가 가진 힘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 속에서 만난 그는 천재 뮤지션도, 성공한 예술가도 아니었다. 현실적인 피로감과 타협, 대중성과 자신의 취향 사이에서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특정 직업군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분야에서 살아가든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을 담고 있다. 이상을 쫒으면서도 현실을 외면할 수 없고, 자신을 지키면서도 타인과 공존해야 하는 일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생각보다 비슷한 고민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전반적으로 책은 담담한 산문집의 결을 가진다. 때로는 약간 냉소적으로 느껴지는 문장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을 향한 체념이라기보다 삶을 오래 통과해 온 사람이 갖게 되는 거리감에 가깝다. 끝까지 읽고 나면 그 아래에 자리한 뮤지션으로서의 철학이 조금씩 드러난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경계하며,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조용히 스며 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철학을 논하는 책은 아니지만, 어쩌면 어떤 철학서보다 인간의 중심에 대해 잘 이야기하는 책일지도 모르겠다고. 철학의 계보를 설명하거나 사상을 정리하지는 않지만, 한 인간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기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철학적으로 읽혔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작가가 스스로를 이야기하는 방식이 현재의 나와 닮아 있다는 점이었다. 문장을 읽다가 몇 번이나 멈춰 섰다. 내가 최근 품고 있던 생각과 질문들이 낯선 사람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인간은 어느 시기에 이르면 비슷한 깨달음에 도달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우연히도 내가 이 작가와 닮은 사람인 것일까. 어쩌면 생애주기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보편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책이 내게 남긴 것은 공감보다도 질문이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깨달음 앞에 서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우연히도 이 작가와 내가 닮아 있었던 것일까.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낯선 사람의 문장 속에서 현재의 나를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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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조각 시간 - 제2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성수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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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나무옆의자 #성수진

『유리 조각 시간』을 받고 읽는 데 꼬박 2주가 걸렸다. 바쁜 탓도 있었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문장들이 자꾸만 내 발목을 붙잡았다. 어떤 문장은 너무 선명해서, 어떤 문장은 너무 아파서 쉽게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읽는 속도보다 멈춰 서 있는 시간이 더 길었던 책이었다.

작가 역시 어린 시절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겠지만, 나는 읽는 내내 작가가 아니라 어리고 상처받고 울던 나 자신의 시간으로 끌려 들어갔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 이미 지나간 줄 알았던 외로움과 슬픔이 문장 사이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렇게 델의 이야기를 따라가던 마음은 어느새 경진의 이야기까지 닿아 있었고, 그들이 품고 있는 결핍과 애틋함을 바라보며 설명하기 어려운 비통함을 느꼈다.

이 책은 거창한 사건보다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겨지는 흔적에 대해 이야기한다. 함께했던 시간은 끝나더라도 그 시간 속에서 건네받은 온기와 상처는 오래도록 남아 우리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읽는 동안 여러 번 가슴이 먹먹해졌다. 누군가를 잃어버린 기억, 더 이상 닿을 수 없게 된 관계들, 그럼에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마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델과 같은 친구가 있었다. 한때는 무엇이든 나눌 수 있었지만, 드문드문 이어지던 연락마저 어느 순간 끊어져 이제는 어떻게 살아가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 친구의 소식을 들을 일은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유리조각시간』을 덮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그 친구였다. 함께했던 시간은 이미 지나갔지만, 그 시절이 내 안에 남아 있는 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어디에 있든 그 친구가 행복하기를 조용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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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의 발견
김민철 지음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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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도서제공 #오독의발견 #김민철 #오독단


처음 『오독의 발견』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꽤 엉뚱한 상상을 했다. 문장을 잘못 이해하면서 생기는 뜻밖의 이점에 대한 이야기일까, 혹은 어떤 인지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일까. 책을 ‘오독을 하고 오독오독 씹어먹자’라니! 오독을 권장하는 책이라니, 얼마나 재밌을까!



P.7 ‘책과 책을 엮어 더 나은 이야기를 찾고, 책과 삶을 엮어 자기 서사를 다시 쓰며, 책과 사람을 엮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오독이라면, 그 독서법을 내 삶으로도 들여오고 싶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남은 건, 독서란 훨씬 더 깊은 주관적인 행위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흔히 책 읽기를 객관적인 이해의 과정처럼 여기지만, 결국 같은 문장을 읽어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감정과 기억, 경험을 꺼내어 해석하게 된다. 작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생겨나는 ‘오독’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그 어긋남과 흔들림 속에서 독서는 더 풍성해진다고. 오독이라는 자유를 함께 즐기자고. 나는 원래부터 각자의 해석이 책을 살아 있게 만든다고 믿는 편이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 수능 국어에서 작가의 의도를 추론하고, 배경을 분석하고, 정답 하나를 골라내야 하는 과정이 늘 갑갑했다. 문학은 분명 누군가의 마음에서 시작된 이야기인데,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정답으로만 수렴되어야 하는 문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즐겁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요즘 교환독서가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같은 책을 읽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오독을 들여다보고 싶은 게 아닐까. 같은 문장을 읽고도 누군가는 상처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사랑을 떠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혀 다른 질문을 품는다. 


P.38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중학교 3학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답을 찾을 수 없는 여러 질문들에 대한 답이 혹시 책 속에 있을까 싶어 그는 문학 작품 속을 헤매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그런데 답을 찾던 한강 작가는 뜻밖의 발견을 합니다. 바로, 많은 작가들에게 답은 없고 오직 질문만 가득하다는 발견이지요.’


 작가는 계속해서 “정답”보다 “질문” 쪽으로 독자를 이끈다. 책은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으로 가득 찬 세계이고, 그 안에서 다시 ‘나의 질문’을 던지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아낌없이 질문하고, 흔들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읽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최근에 출간된 『나의 사탄』을 읽으며 나는 나의 서툴렀던 과거를 떠올렸다. 사람은, 아니 ‘나는 왜 스스로 상처 입히는 관계에서도 확실히 끊어내지 못할까. 왜 끝끝내 진실을 외면하고도 사랑받고 싶어했을까.’하는 질문을 꽤 오래 담았다. 스스로 납득할 정답은 찾지 못했지만 이젠 정답을 헤집지 않으려한다. 물론 이건 나의 오독이다.



 읽는 순간에는 즐겁고 깊게 빠져드는데, 책을 덮으면 기억이 뿌옇게 흩어져버린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재독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작가 역시 읽은 내용이 쉽게 휘발된다고 말하는데, 부분에서 괜히 반갑고 안심이 됐다. 그러면서오독 다섯 읽기의 ‘5’이기도 하다고 말하는데, 천연덕스러움이 좋았다. 이런 내가 청소년기 여러번 펼쳤던 책이 두권있는데 『내 심장을 쏴라』와 『달의 궁전』이었다. 나는 조만간 오독을 쌓기 위해 책을 다시 펼쳐볼 예정이다. 그렇게 각자의 오독이 모여 나라는 권의 책을 넓고 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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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는 언제나 매디
리사 제노바 지음, 김희정 옮김 / 북스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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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는 언제나 매디』를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계속 조여왔다.  

매디가 어떤 선택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 매디제발.” 하고 중얼거릴 정도로 깊게 감정이입을 하며 읽었다.  


책은 단순히 인물의 불안정함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 끝내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이 하루를 살아내는 감각을 아주 섬세하게 담아낸다. 특히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지금 느끼는 감정이 진짜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한 흔들리는 매디의 모습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과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역시 매디와 같은 양극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문장들과 장면들이 단순한 공감 이상의 형태로 다가왔다.  


상태는 괜찮은 걸까.’  

지금의 나는 믿어도 되는 걸까.’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고 의심하며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피곤하고, 두렵고,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경우에는 회복의 과정 속에서 곁을 지켜준 사람이 있었다. 스스로를 끝없이 의심하던 순간들 속에서 괜찮다고, 지금의 역시 살아갈 있다고 말해준 사람. 하지만 마음에 닿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무너짐, 도움을 요청하는 시간들이 필요했다. 울고, 버티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겨우 지금에 도착했다.  


그래서 『매디는 언제나 매디』는 더욱 특별하게 남는다.  

아픔을 단순히 극복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불안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하루를 견디고 살아가는지를 끝까지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책은 누군가를 완벽하게 고쳐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픔을 가진 채로도 계속 살아갈 있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책에 가까운 같다.  


어려움을가지고 있는모두의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은 아프고, 조금은 다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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