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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의 사람 공부 ㅣ 공부의 시대
정혜신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작고 가벼운 책이라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깊은 내공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격하게 공감도 하면서 읽었습니다.
많은 성찰과 깨달음을 준 소중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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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유의 골든타임 ) 31쪽-
~ 상담이란 건 기본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 자기 고통에 집중하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트라우마 피해자들이 갖는 깊고 집요한 감정은 다름아닌 죄의식입니다. 내가 죽인거다, 나 때문이다, 그런 감정과 생각에 마치 늪처럼 빠져들어요. ~ 이런 끝도 없는 '내 탓'으로 초주검이 됩니다. 생존학생이나 유가족들 거의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는 감정이죠. 그런 죄의식이 너무 크면 사람들은 '자기처벌'을 합니다. 자기 몸을 함부로 다루는 거죠. 자기를 보호하지도 않고, 그럴 자격도 없다고 믿는 겁니다. ~ 피해자들의 이런 어마어마한 죄의식을 심리적으로 잘 다루지 못한 상태에서는 심리치유가 한발짝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 마음을 움직이는 마음 ) 72쪽-
~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다. 어떤 경우에도 어떤 인간에게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전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알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나 자신도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왜 그런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그 과정이 없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시작한 일이 도움도 못 줄뿐더러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경험으로 남게 된다.
( 사람이라서 흔들립니다) 101쪽-
~ 사람 마음속에는 서로 모순된 여러 감정들이 동시에 있을 수 있다.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든 어떤 위치에 있든 심리적·육체적으로 한계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내 생활이 힘들어지면 외면하고 싶고 밝은 쪽만 보고 싶고, 그러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당연하다. 공감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정이입의 정도가 높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자신에게까지 흘러들어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힘들어하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파야 할 사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안 아프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감정이입하지 못해서 아프지 않고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